대법원 "2년 지나도 해지 가능"
'2만 원 응급실 담보'가 판결을 갈랐다
최근 대법원은 2년 내에 어떠한 사유로든 보험금지급사유가 발생했다면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사 면책을 주장하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약 후 2년 안에 있었던 단 한 번의 응급실 내원, 담보금액 2만 원짜리 특약이 승패를 뒤집은 것입니다. 이 판결의 의미와 올바른 약관해석 기준을 상세히 짚어봅니다.
사건 개요
원고(박 모 씨)는 2017년 7월 자신의 배우자이자 삼성화재해상보험(주) 대덕지점에서 보험계약 모집 업무를 담당하던 보험설계사 김 모 씨1)를 통해 제1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계약에는 질병으로 1~3급 장애인이 되면 5년간 매월 150만 원을 지급하는 질병중증장애 생활자금 특약, 간·췌장질환 관혈수술 시 300만 원을 지급하는 4대중증 질병수술비 특약, 그리고 응급실 내원 시 2만 원을 지급하는 응급실내원진료비 담보 특약 등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어 2018년 3월에는 아내 김 씨가 박 씨를 피보험자로 하는 제2 보험계약을 체결했고, 여기에는 15대 주요질병 수술비(회당 200만 원)와 질병입원수술비(회당 30만 원) 특약이 들어 있었습니다.
문제는 계약 체결 전의 진료 이력이었습니다. 박 씨는 2015년 1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한 병원에서 3차례에 걸쳐 알코올성 간염 진단을 받았고, 2016년 4월 27일부터 같은 해 5월 26일 사이 다른 병원에서 알코올성 간염, 간경화증, 자가면역성 간염 진단과 함께 간장약을 총 90일분 처방받은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청약 당시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 중 "최근 5년 이내 계속하여 30일 이상 투약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습니다.
이후 박 씨는 2019년 5월 31일 자가면역성 간염, 복수를 동반한 알코올성 간경화증, 대사성 뇌병증 진단을 받았고, 2020년 3월 3일 '간의 심한장애'로 장애정도결정을 받은 뒤 2020년 12월 9일 생체간이식술을 받았습니다. 박 씨가 2020년 4월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삼성화재(피고 보험사)는 과거 투약 사실을 숨긴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각 보험계약의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쟁점 정리
◗ 계속하여 30일 이상 투약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이 고의나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는지 여부
◗ 미고지한 알코올성 간염과 현재 발생한 상해·질병 사이의 의학적 인과관계 여부
◗ 해지 제한 기간인 가입 후 2년 내에 미고지 질환과 인과관계 없는 이유로 보험금지급사유가 발생한 경우 보험계약 해지가 가능한지 여부(약관해석 기준)
보험계약자 측 주장
박 씨 측은 과거 약물 처방은 2016년 당시 대상포진 치료 과정에서 간수치 검사를 하다가 형식적·추정적으로 간 관련 진단명이 기재됐을 뿐이고, 처방약도 대증치료에 불과해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설령 고지의무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고지의무 위반 사실(과거의 알코올성 간염)과 이번 간이식 수술의 원인인 자가면역성 간염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장애 결정(2020. 3. 3.)과 간이식 수술(2020. 12. 9.) 등 주된 보험금 지급사유가 제1회 보험료 납입일로부터 2년이 지난 뒤에 발생했으므로, 약관상 해지권 제한 조항에 따라 보험사는 더 이상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나아가 응급실 내원진료비 담보가액은 2만 원에 불과한데 이를 근거로 거액의 보험금 지급을 회피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보험사 주장
피고 보험사는 박 씨가 계약 체결 전 간질환 진단과 90일분 간 질환 약물을 처방받은 사실을 숨긴 것은 명백한 고의 및 중과실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특히 해지권 제한 조항과 관련해서는, 제1 보험계약의 제1회 보험료 납입일(2017. 7. 27.)로부터 2년이 되기 전인 2018년 4월 26일 박 씨가 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응급진료비담보에 따른 보험금(진료비) 지급사유가 이미 발생했고, 제2 보험계약 또한 2년 내이 되기 전인 2019년 11월 1일 식도정맥류 출혈로 보험금지급사유가 발생해 실제로 230만 원을 지급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2년 내 보험금지급사유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해지 제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으므로 보험사 면책 및 계약 해지는 적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1심은 간 장애 및 간이식 등 주요 보험사고가 보험 가입 후 2년이 지난 뒤 발생했으므로 보험사의 해지권이 제한된다며 박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2) 하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항소심은 박 씨가 간 질환 약물을 계속 투약하고도 '아니오'라며 이를 알리지 않은 것은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며, 과거 질환이 악화해 간이식으로 이어졌으므로 인과관계도 성립한다고 인정했습니다.3)
해지권 제한 조항에 대해서는, 약관의 '보험금 지급사유'를 계약이 담보하는 전체 보험사고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박 씨가 2018년 4월 26일 응급실에 내원해 제1 보험계약의 응급진료비담보 지급사유가 발생했고, 2019년 11월 1일 식도정맥류 출혈로 제2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까지 실제 수령한 이상, 두 계약 모두 "2년 내 지급사유 미발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인과관계 부존재에 대해서도, 2016년 간질환이 악화돼 합병증으로 진행됐다는 의료 감정 소견 등에 비춰 박 씨 측이 이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봤습니다.
대법원도 원심(항소심)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4) 대법원은 "보험약관은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획일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약관 조항의 문언이 명확한 이상, 보험금지급사유는 고지의무 위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만 한정되지 않고 각 보험계약이 담보하는 모든 보험사고의 발생에 따른 보험금 지급사유를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박 씨가 가입 후 2년 이내에 응급실 내원 및 수술비 등 소액의 지급사유가 발생했으므로, 보험사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해설
보험 가입 시 질병을 고지하지 않았더라도 무사히 2년이 지나면 해지되지 않는다고 안심하는 보험소비자가 매우 많습니다. 하지만 유사 사례를 살펴보면, 가입 후 2년 이내에 과거 병력과 무관한 가벼운 상해·질병 등으로 실손의료비를 청구했다가 뒤늦게 중대 질환이 발병했을 때 과거 미고지 사실이 발각되어 보험계약 전체가 해지되는 일이 실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쟁에서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가입 후 2년 이내에 단 한 번이라도 해당 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사유가 생겼는지 여부입니다. 응급실 내원 담보나 소액의 수술비 특약이라도 지급사유가 성립한다면 해지 제한의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분쟁에 대비해 꼼꼼히 준비해야 할 증거와 자료들이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서, 의무기록사본, 주치의 진단서를 통해 고지하지 않은 질환과 현재 발생한 질환 사이에 의학적 인과관계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자신이 가입한 약관의 전체 보장 내용과 과거 보험금 수령 이력을 정리한 사고경위서도 반드시 갖춰야 합니다.
대응 방안으로 청구 및 소송 단계별 팁을 드립니다. 보험금 청구 전에는 자신의 과거 병원 기록이 청약서 질문 사항과 일치하는지 먼저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보험사가 손해사정 과정에서 인과관계를 주장하며 면책 통보를 해온다면, 섣불리 동의하거나 서명하기 전에 신중해야 합니다. 인과관계나 약관해석에 대한 다툼이 치열한 보험소송 단계에서는 혼자서 대응하기보다 보험소송 경험이 풍부한 보험전문변호사의 법률적 조언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절차를 밟아 나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유사한 분쟁은 사실관계와 약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1) 다음부터 호칭의 편의상 박 씨의 배우자(아내)를 '김 씨'라고 부릅니다.
3)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8. 27. 선고 2024나44510 판결.
4) 대법원 2026. 6. 11. 선고 2025다21663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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