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전문변호사 임용수 - 보험 분쟁 판례 분석 및 보험법 제4판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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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가액과 보험금액


1. 보험가액

가. 의의


보험가액이란 피보험이익의 금전적 평가액을 말한다. 상법은 이를 '보험계약의 목적의 가액'이라고 표현하고 있다(상법 제669조 제1항). 보험가액은 언제나 일정한 것이 아니고 경제 상황이나 시장의 변동에 따라 수시로 변동하는 피보험이익의 가액(시가)이다.

이득금지의 원칙이 적용되는 손해보험에 있어서 보험가액은 보험계약 체결 후 보험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보험자가 입게 될 경제적 이해관계의 평가액이다.1) 이는 곧 보험자가 보상하여야 할 보험금액의 법률상 최고한도이기도 하다. 따라서 보험가액은 손해액 산정의 기초가 되는 동시에 보험자가 지급할 구체적인 보상액을 정하는 전제가 되는 척도이다.


나. 평가

피보험이익은 보험의 목적에 관하여 피보험자가 가지는 경제적 이해관계(주관적 가액)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평가한 객관적 가액이다. 보험가액은 고정된 것이 아니고 보험기간 중 경제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동한다.

보험사고 발생 후에 보험가액을 평가함에 있어서는 목적물의 멸실 또는 훼손으로 인하여 산정에 곤란한 점이 따르고, 이로 인하여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크다. 따라서 상법은 보험가액의 평가와 관련한 규정을 명문화하고 있으며, 보험가액에 관하여 기평가보험과 미평가보험으로 나누어 규율하고 있다.

(1) 기평가보험

기평가보험이란 당사자 간에 합의로 보험사고가 발생할 때 보험자가 지급하여야 할 보험가액을 사전에 정하여 둔 보험을 말한다. 상법은 계약당사자 간에 미리 보험가액을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상법 제670조), 이때 합의된 보험가액을 '협정보험가액'이라 하며, 이러한 협정보험가액에 의한 보험계약을 기평가보험 또는 평가필보험이라고 부른다.

보험사고 발생 후 보험가액의 평가와 관련된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고 보험가액의 입증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미리 보험가액을 정해두면 유용하다. 사고 발생 후의 평가를 둘러싼 당사자 간의 분쟁을 예방하고 신속한 보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상법 제670조에서 협정보험가액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 민법상의 손해배상액의 예정(민법 제398조)과 그 취지를 같이 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기평가보험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의 보험가액에 대한 합의가 명시적이어야 하며, 아울러 보험증권에 그 협정보험가액을 기재하여야 한다(상법 제685조, 제690조, 제695조 등).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금액(보험가입금액, 보상최고한도액)을 보험가액으로 할 것을 합의한 사실이 없으면 보험금액이 바로 보험가액이라고 인정되지 않으므로, 단순히 보험금액을 정한 것만으로는 기평가보험이 성립하지 않는다.2)

다만 반드시 보험증권에 협정보험가액 혹은 약정보험가액이라는 용어 등을 명시적으로 사용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 사이에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된 제반 사정과 보험증권의 기재 내용 등을 통하여 당사자의 의사가 보험가액을 미리 합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으면 족하다. 그러나 공장화재보험에 관한 보험증권이나 보험청약서에 보험가입금액의 기재만 존재하고 보험가액의 기재나 보험가액에 해당하는 다른 유사한 기재가 없을 뿐만 아니라 협정보험가액 특별약관도 첨부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이를 보험가액을 협정한 기평가보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다.3)

당사자 사이에 보험가액을 정한 때는 그 가액(협정보험가액)은 '사고 발생 시의 가액'으로 정한 것으로 추정한다(상법 제670조 본문). 그러나 이것은 추정에 불과하므로, 당사자는 협정보험가액이 실제의 가액과 다른 경우에는 이를 증명하여 다툴 수 있다.4)

특히 협정보험가액이 사고 발생 시의 가액을 현저하게 초과할 때는 사고 발생 시의 가액을 보험가액으로 한다(상법 제670조 단서). 여기서 '현저하게 초과'하였는지의 여부는 객관적인 표준에 의한 거래의 통념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며, 그 현저하게 초과한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보험자가 부담한다.5) 한편 당사자 간에 정한 보험가액이 사고 발생 시의 가액을 현저하게 초과하는 이상, 보험계약 체결 당시 목적물의 가액을 현저하게 초과하여 정한 경우이든 보험자의 고의나 과실에 의하여 정하여진 경우이든 그 초과 원인에 상관없이 상법 제670조에 의하여 사고 발생 시의 가액을 보험가액으로 보아야 한다.6) 

입법론적으로는 보험가액의 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확정적인 효력을 인정하고, 다만 사기 등의 방법으로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그 계약 전부를 무효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7) 아울러 기평가보험이라 하더라도 계약당사자는 추가 보험계약으로 평가액을 감액 또는 증액하는 것이 가능하다.8)


(2) 미평가보험

미평가보험이란 보험계약 체결 당시 당사자 사이에 피보험이익의 가액에 대하여 아무런 평가를 하지 않은 보험을 말한다(상법 제671조). 즉, 보험계약 체결 시 피보험이익의 평가에 관하여 합의를 두지 않은 보험이다.9) 이 경우 피보험이익의 평가는 피보험자와 재화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객관적 표준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는데, 어떠한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 상법은 당사자 간에 보험가액을 정하지 않은 때에는 사고 발생 시의 가액을 보험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상법 제671조). 평가의 장소와 방법에 관해서는 명문의 규정이 없으나, 평가 장소는 사고 발생지를 기준으로 하고 평가 방법은 사회통념에 따른 객관적인 가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10)


한편 운송보험, 해상보험의 경우에는 보험기간이 비교적 짧아 시간적으로 보험가액의 변동이 적고 손해 발생의 시기와 장소를 결정하기가 어려우므로, 평가가 용이한 일정한 시점의 보험가액을 전 보험기간의 보험가액으로 정하고 있다(상법 제689조, 제696조 내지 제698조 등). 운송보험에서는 발송한 때와 장소의 가액에 도착지까지의 운임 기타 비용을 합산하여 보험가액으로 하고(상법 제689조), 선박·적하·희망이익보험에서는 각각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다(상법 제696조 내지 제698조). 이것을 보험가액불변경주의라고 하며, 보험가액 산정의 특칙에 해당한다.

보험계약 체결 시에 당사자 사이의 특약에 의하여 보험사고의 발생에 따른 손해를 신품가액에 의하여 보상하도록 약정하는 신가보험의 경우도, 보험사고 발생 시의 가액에 의하여 보험가액을 정하는 원칙에 대한 예외가 된다.11)



2. 보험금액(보험가입금액)

보험금액이란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자가 발생한 손해의 보상을 위하여 지급하기로 약정한 금액의 최고한도를 말한다. 즉 보험계약에 의하여 약정된 '보험자의 급여 의무의 최고한도'가 보험금액이다(약정보험금액).12)

보험금액은 손해보험과 인보험에 있어서 공통된 개념이며,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의하여 정해진다. 보험금액은 보험료 산정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기준이다.

보험사고로 인한 손해 발생 시에 그 보상으로서 보험자가 지급하여야 할 금액은 보험가액의 범위 안에서 보험금액을 한도로 하여. 피보험이익에 대하여 생긴 구체적인 손해액에 따라 결정된다. 다시 말해 보험자의 급여는 보험가액을 법률상 최고 한도로 하고, 그 범위 안에서 보험금액을 계약상 최고 한도로 하여 구체적인 손해액이 산정된다.

따라서 보험금액을 보험가액의 한도 안에서 그 이하로 정하는 일부보험은 유효하게 허용되나, 그 이상으로 정하는 초과보험의 경우에는 특별한 제한을 받게 된다(상법 제669조).

이처럼 보험가액과 보험금액은 별개의 개념이라 할 수 있으나, 상법은 해상보험의 희망이익보험에 있어서는 다른 약정이 없으면 보험금액을 보험가액으로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상법 제698조).



3. 보험금액과 보험가액의 관계

보험금액과 보험가액은 대체로 일치하는 전부보험의 형태를 띠나, 양자가 불일치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양자가 불일치할 경우에는 초과보험, 일부보험, 중복보험 등의 법률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초과보험, 일부보험, 중복보험에 관한 구체적 법리는 별도로 상술한다.) 
1) 최기원, 286면.
2) 대법원 1991. 10. 25. 선고 91다17429 판결.
3)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다64520 판결.
4) 동지: 김성태, 394면.
5) 대법원 1988. 2. 9. 선고 86다카2933, 2934, 2935 판결; 대법원 2002. 3. 26. 선고 2001다6312 판결.  이에 대하여 학설 중에는 「현저하게」라는 말은 이를 엄격히 해석하여 협정보험가액이 시가보다 상당히 높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금액이 「상도의(商道義)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극히 고액」인 때만 현저하게 초과한다고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채이식, 532면).
6) 동지: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11다41024 판결.
7) 동지 : 양승규, 202면; 정찬형, 598면.
8) 대법원 1988. 2. 9. 선고 86다카2933, 2934, 2935 판결.
9) 동지: 정찬형, 599면.
10) 동지: 대법원 1991. 10. 25. 선고 91다17429 판결. 이 판결은 「보험가액은 보험목적물에 대한 피보험이익의 평가로서 보험사고 발생 시 보험회사가 지급해야 할 보험가액을 정한 기평가보험이 아닌 이상, 손해 발생의 때와 장소의 객관적 가격에 의하여 산정되는 것이므로 보험계약 체결 시 보험금액을 보험가액으로 할 것을 합의한 사실이 없으면 보험금액이 바로 보험가액이라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11) 동지: 정찬형, 599면; 김성태, 393면.
12) 정찬형, 599면; 양승규, 2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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