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로이드 부작용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법원 "상해보험금 지급" 인정
사건 개요
보험계약자 조 모 씨는 2012년 7월 흥국화재해상보험(이하 '보험사' 또는 '흥국화재')과 일반상해후유장해를 보장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약관에는 상해로 후유장해 지급률 80% 미만의 장해상태가 발생하면 가입금액에 지급률을 곱한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정해져 있었습니다.
이후 2019년 1월 조 씨는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 증상으로 병원에 내원해 수직 사시 진단을 받았고, 약 2개월간 스테로이드 약물인 소론도(solondo)를 총 2,270mg 투여받았습니다. 투약은 초기 18일간 하루 60mg, 이후 7일간 50mg, 다시 7일간 40mg 등 비교적 고용량으로 이뤄졌습니다.
이로부터 약 1년이 지난 2020년 2월, 우측 고관절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조 씨는 양측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진단을 받고 우측 인공고관절 전치환술을 시행받았습니다. 조 씨는 2023년 4월 보험사에 일반상해후유장해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가 이를 유예하다가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조 씨 또한 반소를 제기하며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습니다.
쟁점 정리
- 스테로이드 약물 부작용으로 발생한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약관상 상해에 해당하는지
- 약물 투여라는 의료행위가 '외래의 사고'로 평가될 수 있는지
- 약 2개월에 걸친 누적 투약이 '급격성' 요건을 충족하는지
- 가입자가 스테로이드 부작용 중 인공관절 치환에 이를 정도의 괴사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
- 후유장해 지급률 산정과 지연손해금 기산점
보험계약자 측 주장
조 씨는 예상할 수 없는 스테로이드 복용 부작용으로 양측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라는 상해를 입었고, 이는 약관에서 정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우측 고관절에 인공관절을 삽입했으므로 장해분류표상 후유장해 지급률 30%가 적용되며, 가입금액 5,000만 원에 지급률을 곱한 1,500만 원의 상해후유장해 보험금과 지연손해금을 온전히 지급받아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보험사 주장
반면 보험사는 조 씨에게 발생한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후유장해)가 스테로이드 부작용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가사 스테로이드 약물 복용 부작용으로 인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지 않아 일반상해후유장해 담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강변했습니다. 따라서 보험금 지급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습다.
법원의 판단
수원지법 민사15단독(유주현 판사, 이하 '법원')는 흥국화재가 조 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1)
법원은 조 씨에게 발생한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약관에서 말하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서 상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먼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스테로이드 약물의 알려진 부작용이기는 하나, 그 부작용이 모든 환자에게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사고의 우발성과 우연성이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진료기록 감정의는 가입자가 짧은 기간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투여받아 약물 연관성 무혈성 괴사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태였고, 흡연력과 음주력 등을 고려하더라도 스테로이드 사용이 골두괴사 발생에 가장 관련성이 크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조 씨의 장해가 스테로이드라는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며, 단순히 체질적 요인에 더해진 경미한 외부 요인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병원 주치의가 기저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스테로이드 단독 원인은 아니라는 의견을 회신한 사실도 인정되지만, 해당 주치의는 직접 처방한 의사로서 의료과실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법원 촉탁의 진료기록 감정 결과보다 객관성과 신빙성이 높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진료기록에 'Steroid 부작용 설명함'이라는 기재는 있으나 구체적 설명 내용을 확인할 증거가 없고, 의료인이 아닌 조 씨로서는 어느 정도의 부작용은 예상했더라도 인공관절 삽입에 이를 정도의 괴사 진행까지는 쉽사리 예견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누적적 요인이 작용했지만 약 2개월의 투약 후 1년 내에 괴사가 발생한 만큼, 투여 효과가 누적되다가 예상할 수 없는 시점에 발현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후유장해 지급률은 한 다리의 3대 관절 중 1관절 기능을 완전히 잃은 경우에 해당해 30%로 산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가입금액 5,000만 원에 지급률을 곱한 1,5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습니다. 보험사의 본소 채무부존재확인 청구는 기각됐습니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해설
약물 부작용에 따른 신체 손상이 상해보험의 보험사고에 해당하는지는 법원의 재판에서 반복되는 쟁점입니다. 과거에도 항암 치료나 류마티스 질환 치료 중 독성이 강한 약물을 복용하다가 신체 기능이 크게 훼손되어 상해 담보를 청구한 사례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의료행위 그 자체는 통상 의도된 처치이므로 '우연성'이 부정되기 쉽지만, 환자가 통상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중대한 부작용이 발현된 경우에는 우연성과 외래성이 모두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의료과오 사건이 아닌 약물 부작용 사례에서도, 시술이나 투약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야기된 예측 곤란한 중대 합병증에 주목해 상해성을 인정해 왔습니다. 이번 수원지방법원 판결 역시 같은 맥락에서, 가입자의 주관적 예견 가능성과 약물의 객관적 위험성을 함께 검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유사 사건에서 승패를 가르는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진료기록 감정과 사실조회를 통해 약물과 장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규해야 합니다. 둘째, 투약 용량·기간·발현 시점을 시계열로 정리해 누적적 요인이라도 '예상할 수 없는 시점'에 발현됐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셋째, 주치의의 부작용 설명 내용과 그 구체성을 다투어, 피보험자가 중대한 후유장해까지 예견할 수 없었다는 점을 부각해야 합니다. 넷째, 후유장해 진단서와 장해분류표 해당 항목을 정밀히 매칭해 지급률을 정확히 산정해야 합니다.
준비해야 할 자료로는 처방전, 투약 기록, 입원 및 수술기록, 영상검사 자료, 후유장해진단서, 보험약관, 청구서류 접수 확인서 등이 있다. 보험사가 면책을 주장하며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선제적으로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청구 단계에서부터 의학적 근거와 약관 해석 논리를 함께 구축해 두는 것이 분쟁 대응에 유리합니다. 소송 진행 과정에서는 진료기록 감정 신청과 사실조회를 적극 활용해 보험사 측 주장을 탄핵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의학적 쟁점과 복잡한 법리를 동시에 다뤄야 하므로 초기부터 보험소송에 정통한 보험전문변호사의 법률적 조력을 받아 치밀하게 대처하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유사한 분쟁은 사실관계와 약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1) 흥국화재가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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