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전문변호사 임용수 - 보험 분쟁 판례 분석 및 보험법 제4판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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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 보험소송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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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계약 해지권 등의 제한 여부

보험계약 해지권 제한


1. 인과관계의 부존재  

상법 제655조 단서는 고지의무 위반 사실이 보험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이 증명된 경우, 보험자는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고지의무 위반이 존재하더라도, 그 위반 사실과 보험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부존재하는 경우에는 보험금 지급 의무가 존속된다는 취지이다.1)  

다만 이 경우에도 보험자의 계약 해지권 자체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고지의무 위반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와 관계없이 보험자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2) 해지는 장래를 향하여 효력이 발생하므로(상법 제655조 본문), 인과관계가 부존재하더라도 해지 자체는 적법하나, 해지 이전에 발생한 보험사고에 대해서는 보험금 지급 책임을 부담한다는 점에서 그 효과가 제한될 뿐이다.   

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은 상법 제655조 단서의 문언상 보험계약자 측에서 '인과관계의 부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3) 그러나 증명책임의 귀속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특약이 있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에 따라야 한다.4) 생명보험 표준약관 등 주요 약관에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하여 보험자가 '인과관계의 존재'를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약관이 적용되는 실무에서는 사실상 보험자가 인과관계 입증의 부담을 지게 된다.5)  

한편 대법원은 고지의무 위반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보험자의 면책을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인과관계의 범위를 비교적 넓게 해석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고지의무 위반 사실과 보험사고 간 인과관계 부존재 (AI 생성 이미지)


2. 보험자의 고의·중과실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자가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상법 제651조 단서). 이는 보험자가 위험을 조사·확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계약을 체결한 후, 사후적으로 고지의무 위반을 문제 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현저한 부주의로 인하여 중요 사항의 부존재를 알지 못한 것을 말한다. 판례에 의하면,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건강진단을 실시하지 않은 사정이나,6) 보험의가 건강진단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질병을 누락한 사정만으로는7) 곧바로 보험자의 중과실이 인정되지는 않는다. 다만 보험자가 질문표에 질문 사항을 기재하지 않거나, 청약서 문면상 명백한 오류가 존재함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경우, 또는 피보험자가 중요한 사항을 구두로 고지하였음에도 보험의가 고지사항과 다르게 기재한 경우 등은 보험자의 중과실이 인정될 여지가 크다.   

특히 최근에는 보험자가 보유하거나 접근 가능한 의료 정보의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보험자가 공단 검진 결과 등 객관적 자료를 통하여 질병 이력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간과한 경우에는 중과실 인정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생명보험 표준약관은 보험회사가 계약 당시에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했을 때 보험계약을 해지하거나 보장을 제한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보험계약자의 권익을 한층 더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의 청약을 승낙함에 있어서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중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뿐만 아니라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도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장을 제한할 수 없다. 

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 (AI 생성 이미지)


3. 보험자 및 보험모집종사자의 귀책사유  

보험계약자의 불고지나 부실고지가 보험설계사 등 보험모집종사자의 방해 행위 또는 부당한 권유에 기인한 경우에는 보험자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이는 기존 상법상 법리뿐만 아니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도 강하게 규율된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19조는 모집종사자가 고지를 방해하거나 고지하지 않을 것을 권유하거나, 부실한 고지를 권유하는 행위, 또는 중요 사항을 임의로 기재하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위법 행위가 개입된 경우, 보험자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음은 물론, 손해배상책임까지 부담할 수 있다.   

과거 판례는 "보험계약자가 청약서에 자필 서명을 했다면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추정"하여 임의기재 주장을 배척하는 경우가 많았으나,8) 최근에는 녹취 기록, 모바일 청약 로그 등 객관적 자료를 통해 모집종사자의 설명의무 위반 여부가 비교적 용이하게 입증될 수 있다. 따라서 과거와 달리 형식적 자필 서명만으로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 위반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보험모집종사자의 방해 또는 부당권유 (AI 생성 이미지)


4. 제척기간의 경과  

보험자의 해지권은 ①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 ②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한다(상법 제651조 본문). 이는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하기 위한 제척기간이다. 여기서 보험계약 체결권이 없는 보험설계사 등이 안 것은 보험자가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안 날에 포함되지 않는다.  

약관에서는 보험회사가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이상 지났거나 또는 보장개시일로부터 보험금지급사유가 발생하지 않고 2년(건강진단 계약의 경우 1년)이 지났을 때는 사기(대리진단 등)에 의한 계약이 아닌 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하는 '불가쟁(incontestability) 조항'을 두고 있다. 이는 상법보다 보험계약자에게 유리하게 변경된 규정이므로 유효하다.   

여기서 '안 날'의 의미가 중요하다. 상법 제651조에서 정한 '보험자가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안 날'이란 단순히 고지의무 위반을 의심하게 된 시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고지의무 위반 사실과 그 고의·중과실에 기인한 점을 구체적 증거에 의하여 인식한 시점을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9)

이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하여 보험자의 주관적 인식 시점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제척기간 규정은 실효성을 상실하게 되며, 보험계약자 측에서 보험자의 내심의 의사나 인식 시점을 입증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곤란하다. 따라서 약관에서 정한 사고조사 기간 내에 보험자가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확인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제척기간의 기산점을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10) 

불가쟁조항 (AI 생성 이미지)


5. 건강진단서 등 기초자료에 의한 승낙 등 

보험자가 건강진단서 사본 등 객관적인 기초자료를 제출받아 이를 토대로 승낙한 경우, 그 자료에 명기된 내용에 대해서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해지하거나 보장을 제한할 수 없다. 이는 보험자가 이미 해당 위험을 인지하고 평가하여 인수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단, 제출된 자료 자체가 위조되거나 고의로 허위 작성된 경우에는 계약 해지나 보장 제한이 가능하다. 여기서 말하는 '기초자료'란 의료법 제3조 소정의 종합병원 및 병원에서 직장 또는 개인이 실시한 건강진단서 사본 등 건강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말하는 것인지, 보험계약 체결 과정에서 회사의 의뢰에 따라 보험의가 실시한 진단 결과 작성되는 건강진단서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11)  

그 밖에도 불고지 또는 부실고지한 위험이 보험사고 발생 전 소멸하였거나, 보험자가 해지권을 포기한 경우(Waiver)12)에도 해지권 행사는 제한된다.
 
건강진단서 등을 토대로 한 승낙 (AI 생성 이미지)


1) 대법원 2001. 1. 5. 선고 2000다40353 판결.
2)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10다25353 판결.
3) 대법원 1992. 10. 23. 선고 92다28259 판결, 대법원 1997. 10. 28. 선고 97다33089 판결.
4) 대법원 1997. 10. 28. 선고 97다33089 판결.
5) 대법원 1997. 10. 28. 선고 97다33089 판결은 "공제계약 체결 시 한쪽 눈이 실명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고지의무 위반 사실과 교통사고 발생 사이에는 전혀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6) 동지: 서울중앙지방법원 1982. 10. 12. 선고 82가3246 판결. 이 판결은 "건강진단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피보험자가 고지하지 않은 중대한 질병을 보험자가 알지 못한 것을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없으며, 따라서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계약 해지권 행사의 저지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7) 동지: 대법원 2001. 1. 5. 선고 2000다40353 판결.
8) 대법원 2000. 12. 22. 선고 99다1352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3. 3. 12. 선고 2002나51137 판결은 "보험모집인이 보험계약자를 대신하여 보험청약서를 작성함에 있어 보험계약자의 의사에 반하거나 보험계약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청약서를 작성했다는 점에 관한 주장·입증이 없는 이상 보험모집인은 보험계약자의 대리의사에 기하여 청약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보여지고, 단순히 보험모집인이 보험계약자를 대신하여 보험청약서를 작성한 경우에도 여전히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 및 통지의무는 존재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1996. 10. 10. 선고 96나3359 판결, 대구지방법원 1992. 2. 27. 선고 91가합20559 판결과 같은 법원 1993. 12. 3. 선고 93가합3084 판결도 같은 취지에서, 계약자가 설계사에게 대리권을 부여하는 것을 전적으로 금지하는 법리가 있는 것도 아니므로 가령 고지의무자의 부탁 내지 지시로 설계사가 질문표 작성을 대행한 경우에는 설계사는 고지의무자의 표시기관 내지 수족으로 작용한 것이므로 임의기재라고 할 수 없다고 한다.
9) 대법원 1986. 11. 25. 선고 85다카2578 판결. 대법원 판결 중에는 해지권 행사에 있어 제척기간의 기산점으로 '보험자가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안 날'이라 함은 단순히 고지의무 위반 사실이 있음을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믿은 때가 아니라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구체적인 증거를 통하여 확정적으로 안 때를 기준으로 판단함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보험회사가 보험 가입자 측의 보험금 지급 청구에 따라 보험사고에 관한 조사를 위임하여 중간보고 등의 보고를 받은 날에서야 비로소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취지로 판시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것들이 있는데(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2다7589, 2002다7596 판결, 대법원 2015. 6. 24. 선고 2013다9642, 2013다9659 판결), 이것들은 원심 판단을 수긍한 것일 뿐, 직접적으로 해지권 행사기간의 기산점을 밝힌 것이 아니다.
10) 손해사정업체의 조사보고서 작성일이나 그것의 존부는 언제든지 조작이나 사후 가필·정정이 가능한 실정이고, 재판의 판단 기준이 되는 날짜를 보험자의 '안 날'이라는 조직(organization) 내부의 내심의 의사를 기준으로 한다면 그 시점을 가늠하기가 매우 어려워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하려는 규정의 취지에 어긋난다. 또한 보험자의 내심의 의사나 확실한 인지 시점을 보험계약자 측이 입증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도 하다. 따라서 '안 날'이란 약관에서 정한 '사고조사 기간 내에서, 보험자가 중요 사항에 관한 불고지나 부실고지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고의 내지 중대한 과실에 기인된 것임을 알게 된 때 또는 보험자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고지의무 위반 사실에 관한 증거를 확보한 때'를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보험금지급사유를 조사·확인하는데 필요한 기한 즉 사고조사 기간을 약관에 계약 조항으로 미리 규정해 놓음으로써 보험금지급의무의 유무를 신속하게 확정할 지위에 있는 보험자로서는 사고조사 요청에 대한 보험계약자 측의 동의 거부(협조의무 위반)와 같은 특별히 예외적인 사유가 없는 이상, 사고조사 기간 내에 조사를 신속하게 마친 후 보험금 지급 유무를 보험계약자 측에 통지할 계약상 의무가 있다. 따라서 사고조사 기간이 만료되면 늦어도 그때부터 해지권 행사의 제척기간이 진행되고, 사고조사 기간 내에 보험자가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든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게 된 때는 그때부터 제척기간이 진행된다고 봐야 한다. 보험자가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게 되는 경 로의 예로는 자문변호사의 검토의견서, 의료자문 회신, 손해사정업체의 조사보고서 등을 들 수 있다.
11) 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4다31814(본소), 31821(반소) 판결.
12) 대법원 1998. 4. 14. 선고 97다39308 판결. 이 판결은 "보험자가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면서 아무런 유보 없이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해지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해지권의 포기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방법으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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