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낙상 후 수술 합병증 사망, 법원 "재해사망보험금 지급하라"
사건 개요
남 모 씨(원고)는 망인(사망자)의 배우자로서, 피고인 대한민국(우체국보험)과 2건의 우체국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제1 보험계약은 2009년 2월 체결된 것으로 '휴일에 발생한 일반재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피보험자가 사망하였을 때' 휴일일반재해사망보험금 5,00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이었고, 제2 보험계약은 2006년 8월 체결된 것으로 '일반재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피보험자가 사망하였을 때' 일반재해사망보험금 4,00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망인은 고칼륨혈증, 급성신부전, 당뇨병성 신장병증, 갑상선기능저하증, 섬망, 폐렴 등 여러 기왕증을 가지고 있었으나, 2022년 9월 입원치료 후 만성콩팥병이 안정된 상태로 퇴원하여 요양병원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2022년 10월 토요일 오전 10시 10분경, 망인은 요양병원 복도에서 혼자 보행하던 중 엘리베이터 앞에서 넘어졌고, 이로 인해 우측 대퇴골 경부 골절, 제1요추 골절, 천골 골절이 발생했습니다. 당일 상급병원으로 전원되어 4일 뒤 인공고관절 반치환술을 받았으며, 수술 직후부터 입원치료를 거쳐 다른 요양병원으로 재전원되었습니다. 전원 후 망인은 침상안정 상태를 유지하였는데, 2022년 11월 7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습니다. 사망진단서에는 사망 원인으로 급성 심근경색(직접 사인), 색전증, 고관절 수술·혈전증, 결핵·신부전·고관절 골절이 연쇄적으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남 씨가 2022년 11월 피고에게 재해사망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기왕증에 의한 사망이라는 이유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제2 보험계약상 일반사망보험금 2,000만 원만 지급했습니다. 이에 원고가 제1 보험계약상 보험금 중 21,000,100원, 제2 보험계약상 미지급 보험금 중 900만 원 합계 30,000,100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 정리
- 요양병원 복도에서 넘어진 사고(낙상사고)가 보험약관에서 정한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 낙상으로 인한 골절 → 수술 → 수술 합병증(혈전증·색전증·급성 심근경색) → 사망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
- 기왕증(급성신부전, 당뇨병, 갑상선기능저하증 등)이 사망의 직접적이고 중요한 원인인지, 아니면 낙상사고가 사망의 직접적이고 중요한 원인인지 여부
- 재해분류표상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있는 자로서 경미한 외부 요인에 의하여 발병하거나 그 증상이 악화된 경우'에 해당하여 재해에서 제외되는지 여부
보험계약자 측 주장
남 씨는, 망인이 사망하게 된 직접적이고 중요한 원인은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낙상사고로 야기된 대퇴골 경부 골절 및 이를 치료하기 위한 인공고관절 반치환술에 따른 합병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낙상사고는 휴일(토요일)에 발생한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서 약관상 '재해'에 해당하고, 망인은 이 재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하였으므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의무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보험사 주장
피고인 대한민국(우체국보험)은, 망인이 고칼륨혈증, 급성신부전, 당뇨병 등 다수의 기왕증을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에 의하여 사망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낙상사고와 그에 따른 골절은 경미한 외부 요인에 불과하여, 약관상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재해)'로 인한 사망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피고 주장의 골자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대전지방법원 민사21단독(성인혜 부장판사, 이하 법원)은 망인의 배우자인 남 씨가 대한민국(우체국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원고승소 판결).1)
법원은 먼저 관련 법리를 제시했습니다. 보험약관에서 정하는 상해의 요건인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 중 '외래의 사고'란, 상해 또는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사고의 외래성 및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보험금청구자에게 증명책임이 있습니다.2)
또한 민사분쟁에서의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이므로, 의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제외한다'는 약관 조항은, 질병이 직접적이고 중요한 사망 원인인 경우 경미한 외부적 요인이 가공하였더라도 보험약관상 '외래의 사고'에서 제외한다는 취지이므로, 사망에 가공한 외적 요인이 중대하거나 직접적인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망인에게 질병이 있었더라도 '외래의 사고'에 해당합니다.3)
법원은 이러한 법리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였습니다.
첫째, 망인은 2022년 9월 병원 퇴원 시 만성콩팥병이 안정적인 상태였고, 낙상사고 발생 전까지 사망에 이를 정도로 위중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퇴원 이후 낙상사고 발생 전까지 기왕증의 병세가 특별히 악화된 정황도 없었으며, 골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만한 골다공증 등 관련 질병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둘째, 대퇴골 경부 골절이 발생한 환자의 경우 수술을 시행하지 않으면 불유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고령 환자는 흡인성 폐렴 등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 의학적으로 수술이 불가피하였습니다. 수술 직후에는 빈혈, 수술부 통증, 부종 외에 특이사항이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셋째, 정맥혈전색전증은 외상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합병증 중 하나로서, 망인은 하지 외상, 부동(immobility), 고령(60세 이상), 중증 내과 질환 동반이라는 위험 인자를 모두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고관절부 골절 환자의 1년 이내 사망률이 15%~20%에 달하는 만큼, 위험 인자나 기왕증이 없었더라도 수술 후 합병증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존재하였습니다.
넷째, 골절 수술 후 침상안정 상태가 지속될 경우 심부정맥혈전증 및 폐색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특히 대퇴골 골절은 다른 골절에 비해 수술 후 침상안정 및 회복 기간이 장기간이어서 색전증·혈전증 발생 위험이 높습니다. 통상적으로 대퇴골 골절 후 발생한 색전증으로 사망한 경우, 대퇴골 골절로 인한 수술과 연관된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의학적 소견이었습니다.
다섯째, 낙상사고가 발생하게 된 주요 원인이 기왕증이라거나, 낙상사고로 인하여 기왕증이 치명적 수준으로 악화되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었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사망 원인인 색전증, 혈전증 및 급성 심근경색은 수술에 따른 합병증으로 발생한 것이며, 기왕증 자체가 이들의 발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만한 근거가 부족하였습니다.
법원은 결론적으로, 만약 낙상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망인은 골절 치료를 위한 수술을 받지 않았을 것이고, 그 경우 기왕증이 있더라도 색전증·혈전증·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하지는 않았을 개연성이 상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낙상사고가 사망의 직접적이고 중요한 원인인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보험금 합계 30,000,100원 및 지연손해금 전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해설
이번 판결은, 고령 피보험자가 낙상사고로 골절을 입고 수술을 받은 뒤 합병증으로 사망한 사안에서 '재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에 관한 판단 기준을 명확히 제시한 사례입니다.
최근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요양병원이나 자택에서 낙상하여 고관절 또는 대퇴골 골절상을 입고, 불가피하게 수술을 받은 뒤 폐렴이나 혈전증, 패혈증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형의 사건에서 보험사는 거의 예외 없이 환자의 고령, 당뇨, 고혈압, 신부전 등의 기왕증을 앞세워 "경미한 외부 요인에 불과하다"며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하고 재해(상해)사망보험금은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러한 유형의 분쟁에서 승소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외래의 사고(낙상)'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입니다. 비록 환자에게 중증 질환이 있었다 하더라도, 낙상사고가 없었다면 골절 수술을 받지 않았을 것이고, 수술 후 장기간의 침상 안정이 없었다면 합병증(혈전, 색전증 등)으로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일련의 인과관계를 의학적, 법리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유형의 보험금 분쟁에서 보험수익자가 승소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증거와 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망진단서 및 사체검안서: 사망의 직접 원인과 선행 원인이 연쇄적으로 기재되어야 하며, 골절 → 수술 → 합병증 → 사망이라는 인과적 연결 고리가 사망진단서에 반영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사망진단서에 '급성 심근경색 ← 색전증 ← 고관절 수술·혈전증 ← 고관절 골절'이라는 인과 관계가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었던 점이 원고 측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낙상사고 경위 관련 자료: 요양병원 간호기록, CCTV 영상, 사고보고서 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낙상이 질병 발작(간질, 실신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우발적 사고임을 증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왕증의 안정 상태 증명: 사고 발생 전 기왕증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퇴원요약서, 혈액검사 결과지, 진료기록 등이 중요합니다. 이번 사례에서도 퇴원 당시 만성콩팥병이 안정적이었다는 혈액검사 결과가 유력한 증거로 활용되었습니다.
진료기록감정촉탁 및 사실조회: 수술 후 합병증(혈전증, 색전증 등)과 골절 수술 사이의 의학적 연관성에 관한 전문의 의견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 사례에서 법원은 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와 사실조회 결과를 통해 대퇴골 골절 수술 후 색전증 발생의 의학적 개연성을 인정했습니다.
분쟁 대응은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보험금 청구 단계에서는 사망진단서의 기재 내용을 면밀히 확인하고, 인과관계가 불분명하게 기재된 경우 사망진단서 보완 또는 추가 의학적 소견서를 확보합니다. 소송 단계에서는 진료기록감정촉탁을 적극 활용하여 '낙상 → 골절 → 수술 → 합병증 → 사망'이라는 인과적 연결 고리에 대한 의학적 개연성을 입증하고, 기왕증이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아니라 합병증 발생의 위험 인자를 증대시킨 간접적 요인에 불과하다는 점을 밝혀야 합니다.
한 가지 더 유의할 사항은, 이 판결에서의 상대방인 보험자가 대한민국(우체국보험)이라는 점입니다. 우체국보험은 민영 보험사와 달리 국가가 직접 보험사업을 운영하는 것으로, 보험약관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 민영 보험과 동일한 법리가 적용되면서도 소송의 상대방이 대한민국(법무부장관)이고 소송수행자도 대부분 비전문가(소속 직원)로 지정된다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유사한 분쟁은 사실관계와 약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1) 대한민국(우체국보험)의 항소 포기로 1심 판결이 2026년 3월 19일 확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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