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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진단 후 보험금 청구했더니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으로 해지… 법원 "보험금 지급하라"

 고지의무 위반과 보장개시일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법원 판결 해설


(수원=보험소송닷컴)
 보험계약 체결 전 백혈구 수치 이상 소견을 받았으나 보험모집인에게 이를 알리고 가입한 피보험자에 대해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사건입니다. 또한 보험사는 암 보장개시일인 90일 이전 진단 확정을 이유로 면책을 주장하고, 나아가 채무부존재확인 소송까지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보험모집인이 사실을 고지받고 가입을 진행한 점을 들어 고지의무 위반을 부정했습니다. 아울러 보장개시일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보험사의 면책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이 판결은 보험계약 체결 과정에서 모집인의 역할과 약관 설명의무의 중요성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판결요지: 법원은 보험계약자가 보험모집인에게 질병 의심 소견을 알렸다면 고지의무 위반에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암 보장개시일과 같은 중요한 약관 내용은 보험사가 명확히 설명해야 하며,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해당 약관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사건 개요

피보험자 이모 씨(피고)는 2024년 8월 내과의원에서 건강검진 결과 백혈구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담당 의사는 골수증식종양(MPN) 또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CML)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골수 천자 등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진료의뢰서를 발부했습니다. 

약 3개월 뒤인 2024년 11월 19일과 20일, 이 씨는 보험설계사 최모 씨를 통해 현대해상화재보험(원고 보험사)과 암진단담보(유사암 제외) 2,000만 원, 감액 및 면책기간 미적용 암진단담보 1,000만 원, 암주요치료비, 보험료 납입면제, 질병입원일당 등을 주요 담보로 하는 보험계약 2건을 체결했습니다. 이 씨는 계약 체결 과정에서 설계사에게 "백혈구 수치가 높아서 피검사를 다시 해보고, 결과에 따라 골수 채취를 해야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렸고, 관련 진단 문서까지 송부했습니다. 이에 대해 설계사는 "위 내용을 고지하고 보험가입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변했고, 이를 신뢰한 이 씨는 청약서의 '최근 3개월 이내 질병의심소견' 항목과 '최근 5년 이내 6대 질병 진단' 항목에 각각 '아니오'로 체크하고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체결 약 한 달 뒤인 2024년 12월, 이 씨는 한 병원에서 '만성 골수성 백혈병, BCR/ABL-양성'으로 최종 확정 진단을 받았고, 원고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원고 보험사는 이 씨가 백혈구 증가 소견 및 추가 검사 의뢰를 받은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아울러 보험사는 약관상 보장개시일인 90일이 경과하기 전에 암 진단이 확정되었으므로 보험금 지급 채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 정리

  1.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체결 전 백혈구 수치 이상 소견(증가 소견)을 받은 사실이 상법상 고지의무의 대상인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고지의무 위반이 인정되는지 여부 
  2. 보험설계사에게 해당 증상을 고지하였음에도 설계사가 가입을 유도한 경우,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지 여부 
  3. 암진단 약관상 보장개시일(가입 후 90일 면책기간) 조항이 약관 설명의무의 대상에 해당하는지, 보험사가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보험계약자 측 주장

이 씨는 보험계약 체결 전 3개월 이내에 질병확정진단이나 질병의심소견, 입원 필요 소견 등을 받은 사실이 없고, 최근 5년 이내에 6대 질병으로 진단·입원·수술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또한 이 씨가 보험설계사에게 백혈구 증가 등과 관련된 내용을 모두 설명하고 진단 관련 문서까지 건네주었으며, 설계사가 "고지하고 가입이 가능하다"고 안내하여 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고지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설령 고지의무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이는 설계사의 불충분한 안내 내지 설명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보험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보장개시일(90일 면책기간) 약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못했으므로 보험사가 이를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보험사 주장

원고 보험사는, 이 씨가 2024년 8월 백혈병·골수증식종양 의심 소견을 받았음에도 보험계약 체결 시 이를 고지하지 않았으므로 상법 제651조 및 보통약관상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이에 따라 보험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했으므로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예비적으로는, 보통약관 및 암진단 특별약관에서 정한 보장개시일(보험 가입 후 90일이 지난 다음날)이 도래하기 전에 암 확정진단이 이뤄졌으므로, 이를 이유로도 보험금 지급 책임이 면제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수원지방법원 민사13단독(남요섭 판사, 이하 법원)은 현대해상이 이 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에서 이 씨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습니다(원고패소 판결).1) 

▶ 고지의무 위반 여부에 대하여 

법원은 먼저 상법 제651조에서 정한 '중요한 사항'의 의미에 관하여, 보험자가 보험사고 발생과 책임부담의 개연율을 측정하여 계약 체결 여부나 조건을 결정하기 위한 표준이 되는 사항으로서 객관적으로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알았다면 동일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되는 사항을 의미하고, 보험자가 청약서에서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2)  

법원은 이 씨에 대한 '백혈구 증가' 진단이 단순한 수치 이상에 그치지 않고 상급 병원 진료의뢰까지 수반된 것이었으며, 실제로 그 후 백혈병 진단이 이루어진 점 등에 비추어 해당 사항이 상법 제651조가 정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씨의 고지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첫째, 백혈구 증가 진단 및 진료 의뢰가 이뤄진 2024년 8월 14일은 보험계약 체결일인 2024년 11월 19일 및 20일로부터 역산하면 3개월을 초과한 시점이므로, 청약서상 '최근 3개월 이내' 질병의심소견 항목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둘째, 실제 백혈병 확정 진단은 보험계약 체결 이후인 2024년 12월 13일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가입일로부터 5년 이내에 6대 질병으로 진단받은 사실이 있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셋째, 이 씨를 진료한 담당 의사 또한 "2024년 8월 13일 당시에는 백혈구 증가 소견이 확인되었으나 백혈병을 확진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는 의견을 밝혔고, 고지의무가 질병이 실제로 존재하는 경우뿐 아니라 의심이 제기된 경우에까지 확대 적용되어야 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나아가 법원은, 설령 고지의무 위반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 씨가 설계사에게 백혈구 수치 이상 사실과 관련 문서를 모두 전달하였고, 설계사가 "고지하고 가입이 가능하다"고 안내하여 계약 체결에 이른 사실이 증거에 의해 인정되므로, 고지의무 위반에 이 씨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고지의무 위반이 보험설계사에 의하여 유발된 것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보통약관 조항에 따라 보험사는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장을 제한할 수 없고, 신의칙에 비추어서도 이를 허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 보장개시일(90일 면책기간) 주장에 대하여 

법원은 보통약관 및 암진단 특별약관에서 보험 가입 후 90일이 지난 다음날을 보장개시일로 정하고, 그 이후 암으로 진단 확정된 경우를 보험금 지급사유로 규정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상법 제656조에 의하면 보험자의 책임은 최초 보험료 지급을 받은 때로부터 개시하는 것이 원칙인데, 해당 약관은 이와 달리 책임개시시기를 90일 이후로 정한 것이므로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3) 따라서 보험사는 이 부분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부담합니다. 

법원은 보험사가 설명의무를 이행했는지에 관하여 다음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첫째, 보험사는 구체적인 설명의무 이행 사실을 뒷받침할 대화 녹음, 확인서 기타 객관적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고, 근접사고의견서와 모집경위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않아 증거로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둘째, 상품설명서에 보장개시일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완전판매모니터링 기록상 이 씨가 상품설명서를 교부받은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 계약 체결은 설계사 최 씨를 통해 이루어졌음에도 보험사 전산상 설명확인자는 최 씨의 자녀로 기재되어 있는 등 문서 작성과 확인 절차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셋째, 보험사는 외부 보험대리점을 통해 계약이 체결되어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으나, 법원은 설명의무 이행에 관한 증명책임은 보험사에 있고, 외부 인력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것도 보험사 자신이므로 이러한 주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법원은, 보험사가 보장개시일에 관한 약관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해당 약관조항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에 따라 보장개시일 미도래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는 보험사의 예비적 주장도 배척되었습니다. 

법원은 보험사의 주위적·예비적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보험사의 채무부존재확인 청구를 전부 기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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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해설

보험계약 체결 시 모집인에게 병력을 알렸음에도 청약서에는 기재되지 않아 분쟁이 발생하는 유사 사례가 매우 빈번합니다. 법원은 모집인이 피보험자로부터 병력 정보를 전달받아 인지한 상태에서 가입을 유도했다면 피보험자의 고지의무 위반에 대한 귀책사유를 묻기 어렵다고 봅니다. 이번 판결에서도 가입자가 병원 진료기록 등을 모집인에게 공유한 사실이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판단 준거가 되었습니다. 

보험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모집인과 주고받은 대화기록(문자, 카카오톡, 이메일 등), 통화 녹음, 병원 진료기록, 의사 소견서 등의 증거 자료를 철저히 보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아울러 면책기간이나 보장개시일과 같은 약관의 주요 내용은 보험사가 명확하게 설명하고 이를 증명할 책임이 있습니다. 청약서나 상품설명서에 형식적인 서명이 있더라도, 모집 경위나 서명 과정에 하자가 있다면 보험사의 설명의무 이행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보험금 청구 및 이의 제기 단계에서는 가입 당시의 모집 경위를 상세히 복기하고, 소송 단계에서는 보험사 측이 제출하는 서류의 진정성과 작성 경위의 모순을 치밀하게 탄핵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반대로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설계사에 대한 고지 절차 교육을 강화하고, 계약 체결 시 약관의 중요 사항에 관한 설명 과정을 녹취·영상 등 객관적 방법으로 기록·보존해야 합니다. 외부 대리점을 통한 모집 과정에서 전산 기록과 실제 모집 경위가 불일치하는 문제는 소송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으므로, 모집 채널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 글은 실제 판결과 보험 실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유사한 분쟁은 사실관계와 약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1) 1심 판결에 대하여 현대해상의 항소 제기로 사건이 수원지방법원 항소부에 계속 중입니다.
2) 상법 제651조의2, 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3다91405, 91412 판결, 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3다18494 판결 참조.
3) 대법원 2005. 12. 9. 선고 2004다26164, 26171 판결, 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3다250746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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