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전문변호사 임용수 - 보험 분쟁 판례 분석 및 보험법 제4판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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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적립보험으로 알았는데 사망보험… 법원, 보험계약 착오 취소 인정해 보험료 전액 반환 판결

사망보험을 퇴직금 저축성 보험 오인,
착오 취소 및 보험료 반환 인정




(서울=보험소송닷컴)
 기업이 임원의 퇴직금 마련을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했으나, 실제로는 저축성이 아닌 종신 사망보험으로 밝혀져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최근 법원은 보험모집인의 잘못된 안내로 인해 상품 성격을 오인하여 가입한 경우,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하므로 계약을 취소하고 납입한 보험료 전액을 반환하라고 판시했습니다. 특히 상법상 3개월의 취소 기간이 지났더라도 민법상 권리 행사가 가능함을 확인해 준 유의미한 판결입니다. 

이번 지방법원 판결을 통해 불완전판매로 인한 법적 대응 방안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판결요지: 사망보험을 퇴직금 마련을 위한 저축성 보험상품으로 잘못 알고 가입했다면 이는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대한 착오에 해당하므로, 가입자는 민법 제109조에 따라 계약을 취소(착오 취소)하고 기납입 보험료 전액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사건 개요

원고 법인의 대표자 C는 2022년 7월 피고 보험회사(한화생명)의 모집인 D를 통해 매월 200만 원씩 보험료를 납부하는 법인 명의 보험상품에 가입했습니다. 원고 법인은 이 상품을 임원 퇴직금을 적립하기 위한 저축성 용도로 안내받아 2023년 11월까지 총 17회에 걸쳐 3,400만 원의 보험료를 납부했습니다. 

하지만 가입한 상품이 저축성 목적이 아니라 조기 해지 시 해지환급금이 전혀 없거나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사망보험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모집인 D는 별도로 보험업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C에게 퇴직금 마련 상품이라고 설명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청약서에 첨부된 '법인고객 확인서'에도 퇴직급여, 퇴직금 지급, 퇴직소득 등 퇴직금 관련 문구가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원고 법인은 상품 안내 과정에서 중대한 오인이 발생했다며 계약 취소와 함께 그동안 납부한 보험료 3,400만 원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 정리

  1. 사망보험을 퇴직금 마련을 위한 저축성 상품으로 오인하여 가입한 것이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하는지 여부
  2. 상법에 따른 약관 교부 및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취소권 행사 기한(3개월)이 지난 후에도 민법상 착오 취소가 가능한지 여부 
  3. 가입자가 이의 제기 없이 보험료를 17회 납부한 행위가 계약을 유효한 것으로 확정하는 법정추인에 해당하는지 여부 


보험계약자 측 주장

원고 법인 측은 보험모집인으로부터 해당 보험이 퇴직금 적립 용도라는 안내를 받고 계약을 맺었으나, 실제로는 다른 성격의 사망보험이었으므로 피고 보험사가 약관의 중요 내용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모집인의 잘못된 설명으로 인해 상품의 법적 성질에 대한 중대한 착오를 일으켜 가입했으므로 민법에 따라 계약을 취소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계약 무효 및 부당이득반환 법리에 근거하여 이미 지급한 3,400만 원 전액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보험사 주장

피고 보험사 측은 모집인이 가입제안서와 상품설명서를 통해 해당 보험이 사망보험금이 체증되는 상품이며, 단기간 내 중도 해지 시 환급금이 전혀 없거나 원금 손실이 크다는 점을 해지환급률 예시표를 활용해 상세히 안내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원고가 이에 대해 자필서명까지 완료했으며 모니터링 통화 절차도 거쳤다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설령 약관해석이나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해도 상법 제638조의3에 따라 계약 성립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 권리가 소멸했다고 맞섰습니다. 게다가 원고가 17회나 보험료를 납부했으므로 계약을 추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항변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서울남부지법 민사9단독(김동현 부장판사, 이하 법원)은 원고 법인이 피고 보험사(한화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료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법인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1) 법원은 제출된 증거와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 원고 법인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보고 피고 보험사에 기납입 보험료 전액을 반환하라고 판시했습니다.  

먼저, 가입자가 해당 보험을 퇴직금 마련을 위한 저축성 보험으로 오인할 만한 객관적인 정황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관련 경찰 수사 기록에서 보험모집인과 원고 대표자 모두 해당 상품을 퇴직금 마련 용도로 인지하고 있었다고 진술했고, 특히 청약서에 첨부된 '법인고객 확인서'에도 퇴직금 지급과 관련된 세무 처리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보험사 측은 가입 과정에서 이 상품이 저축성 보험이 아니라는 점을 가입자에게 분명히 인지시켰음을 입증하지 못했고, 서명 여부만 묻는 형식적인 전화 모니터링만으로는 이를 증명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가입자는 중요 사항에 대한 착오 상태에서 계약을 맺은 것이 맞고, 민법에 따라 적법하게 취소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음으로, 보험사는 가입 후 3개월의 제척기간이 지났으므로 취소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상법상 3개월의 단기 제척기간은 약관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취소에만 한정하여 적용되고, 가입자가 주장하는 민법상 착오 취소는 취소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행사하면 되므로 권리는 아직 소멸하지 않았다고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보험료를 17회 납부했으므로 계약을 법정추인했다는 보험사의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추인이 성립하려면 가입자가 자신이 착오에 빠졌다는 사실을 온전히 깨달은 이후에 행동을 했어야 합니다. 가입자가 착오 사실을 알면서도 이의 없이 보험료를 납부했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보험료 납부 행위만으로 계약을 추인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결국 보험계약은 적법하게 취소되었고, 피고 보험사는 수령한 3,4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전액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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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해설

최근 기업체 대표나 병의원 원장을 대상으로 하는 경영인정기보험이나 종신보험을 마치 비과세 혜택이 있는 저축성 퇴직금 적립 상품인 것처럼 포장하여 판매하는 불완전판매 분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툼에서 승소하기 위한 가장 유의미한 판단 기준은 가입 당시 모집인이 상품의 실질적 성격인 사망 보장 기능을 명확히 안내했는지, 아니면 가입자가 오인할 만한 자료를 제공했는지를 객관적으로 밝혀내는 데 있습니다. 

보험사가 흔히 내세우는 항변은 상법 제638조의3 제2항입니다. 보험계약자가 약관의 교부·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려면 보험계약 성립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행사해야 한다는 규정입니다. 가입 후 1년 이상 시간이 흐른 사건에서 보험사가 이 조항을 들고나오면 가입자 측은 사실상 출구를 잃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민법 제109조 착오 취소권은 별개의 권리이며, 그 제척기간은 민법 제146조에 따라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약관 교부·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취소권과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권을 선택적으로 또는 병합하여 청구원인으로 구성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유사한 사례에서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는 계약 체결 당시 가입자가 어떤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입증하는 객관적 자료입니다. 이번 사례에서는 모집인 자신이 경찰 조사에서 퇴직금 마련 상품이 맞다고 진술한 점, 청약서 첨부 법인고객 확인서에 퇴직금 관련 문구가 명시된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분쟁을 대비하는 가입자라면 가입 상담 단계에서 사용된 가입설계서, 상품제안서, 모집인이 작성하거나 교부한 메모, 카카오톡 대화, 문자메시지, 통화녹음, 명함, 모집인이 자필로 표시한 예시표 등을 모두 보존해 두어야 합니다. 특히 법인보험에서는 청약서에 첨부되는 법인고객 확인서, 퇴직금 규정 관련 서류, 이사회 회의록 등이 가입 목적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보험사가 들고나오는 모니터링 자료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모니터링이라는 형식만 갖추었을 뿐 실제 통화 내용이 서명 여부 확인이나 단순 항목 낭독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니터링 녹취록 전문을 확보하여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점을 부각해야 합니다. 

법정추인 항변에 대해서는, 가입자가 착오 사실을 인지한 시점이 언제인지가 중요합니다. 보험료를 수십 회 납부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추인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착오 사실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이행했다는 점을 보험사가 입증해야 합니다. 가입자는 착오 사실을 인지한 직후 즉시 납부를 중단하고 이의를 제기한 정황을 남기는 것이 분쟁에 유리합니다. 

분쟁 대응은 다음 단계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첫째, 가입 경위와 안내 내용을 정리하고 객관적 증거를 수집합니다. 둘째, 보험사에 내용증명으로 착오 취소 의사를 표시하고 보험료 반환을 요구합니다. 셋째,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신청을 병행하거나 곧바로 민사소송을 제기합니다. 넷째, 소장에서는 약관 교부·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계약 무효 또는 상법상 취소, 민법상 착오 취소, 사기 취소, 채무불이행 해제 등을 선택적·병합적으로 주장하여 어느 하나라도 인용될 수 있도록 청구원인을 다층적으로 구성합니다.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지연손해금 기산일은 소제기일로 잡는 것이 안전합니다. 가입자가 보험료 마지막 납부일을 기산일로 주장해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이번 판결에서도 확인됩니다. 

법인보험 불완전판매 분쟁은 사실관계 입증과 법리 구성이 결합되어야 승소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가입자 단독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보험소송 경험이 풍부한 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초기 단계부터 증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본 글은 실제 판결과 보험 실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유사한 분쟁은 사실관계와 약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1) 2026년 3월 24일 선고된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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