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면상 혈관종 내 출혈도 뇌내출혈,
부산지법 보험금 지급 판결
보험사는 혈관종 내 출혈을 이유로 뇌내출혈(I61) 코드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주치의의 진단이 객관적인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면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또한, 약관에 뇌혈관 기형으로 인한 출혈을 제외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한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사건 개요
원고 마모 씨는 2021년 10월 18일 현대해상화재보험(피고 보험사)과 뇌혈관질환(Ⅰ) 및 뇌혈관질환(Ⅱ) 진단 시 각각 1,000만 원과 3,00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1996년생인 마 씨는 2023년 11월경 경련과 심한 두통으로 응급실에 내원하여 뇌 CT 검사를 받았습니다. 이후 병원 신경과 전문의로부터 상세불명의 뇌전증 지속상태(G41.9)와 상세불명의 뇌내출혈(I61.9)로 최종 진단을 받았습니다. 해당 신경과전문의는 뇌 MRI 판독 결과가 석회 또는 출혈로 판독되었으나, 뇌 CT 판독 결과를 함께 고려할 때 밀도가 가장 높은 지점의 Hounsfield Unit이 50으로 석회로 보기 어려운 점, 고밀도의 크기가 작아 MRI에서 관찰되는 정도의 Blooming Artifact 현상이 유발되기 어려운 점, 입원 중 검사에서 뇌전증 지속 상태를 유발할 만한 다른 이상이 관찰되지 않은 점을 근거로 뇌내출혈로 진단했습니다.
마 씨는 2023년 11월 27일 피고 보험사에 보험금 4,000만 원을 청구했으나 피고 보험사는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이후 마 씨는 2025년 9월 26일 동일 병원에서 뇌내출혈의 후유증(I69.1)으로 추가 진단을 받았고, 소송을 통해 보험금 전액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쟁점 정리
- 해면상 혈관종(양성 신생물) 내부에 발생한 출혈을 약관상 뇌내출혈(I61)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 주치의의 진단과 보험사 의료자문 결과가 다를 때 어떤 의학적 소견을 우선하여 적용할 것인지 여부
- 약관에 '뇌혈관 기형으로 인한 출혈'을 명시적으로 배제하는 조항이 없는 경우 보험사 면책이 가능한지 여부
보험계약자 측 주장
마 씨는, 자신에게 해면상 혈관종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신경과 전문의가 뇌 CT와 뇌 MRI 검사를 기초로 뇌내출혈(I61.9)을 최종 진단했으므로, 이는 보험 약관이 정한 진단 확정 요건에 부합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보험사는 뇌혈관질환(Ⅰ) 보장 보험금 1,000만 원과 뇌혈관질환(Ⅱ) 보장 보험금 3,000만 원, 합계 4,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마 씨의 입장이었습니다.
보험사 주장
피고 보험사는, 마 씨에 대한 진단은 반복적인 소량 출혈을 동반하는 뇌의 양성 신생물인 해면상 혈관종에 해당하며, 해면상 혈관종 내의 미세 출혈만으로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I61(뇌내출혈) 코드를 부여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피고 보험사는 자체 자문의 의견과 외부 의료감정원의 감정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부산지법 민사9단독(주은영 부장판사, 이하 법원)은 마 씨가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다음과 같은 근거를 종합하여 마 씨의 청구를 대부분 인용했습니다.1)
첫째, 마 씨에게 2023년 11월 10일 최초 경련이 발생한 뒤 5일이 지나 촬영한 뇌 CT에서 좌측 측두엽의 Hounsfield Unit이 50~60으로 확인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최초 경련 발생 당시 이 수치가 그 이상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는 의미 있는 양의 출혈이 있었을 가능성을 뜻합니다.
둘째, 마 씨가 입원치료를 받은 병원의 신경과전문의는 뇌 CT 및 뇌 MRI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① Hounsfield Unit 50 수치가 석회로 보기 어려운 점, ② 고밀도 크기가 작아 Blooming Artifact 현상이 유발되기 어려운 점, ③ 입원 중 검사에서 뇌전증 지속상태를 유발할 만한 다른 이상이 관찰되지 않은 점, 이 세 가지 근거를 들어 뇌내출혈로 최종 진단했습니다. 이 진단은 보험 약관 특별약관에서 정한 진단 확정 요건, 즉 의사 면허를 가진 자에 의해 병력·신경학적 검진과 함께 뇌 CT, MRI 등의 검사를 기초로 내려져야 한다는 요건에 부합합니다. 따라서 피고 보험사가 자문 의사들의 의견이나 외부 의료감정원의 감정 결과만으로 위 신경과전문의의 진단 기초가 된 객관적 검사 결과가 충분하지 않다거나, 그 진단이 일반적 의료 기준에 미흡하다고 볼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습니다.
셋째, 설령 해면상 혈관종 내부에서 출혈이 발생한 경우라 하더라도, 이를 뇌내출혈로 진단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전문의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뉘고 있습니다. 법원은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질병코딩지침서상 '신생물 부위에 발생한 출혈'에 관한 지침이 악성 신생물(암)에 관한 것인데, 이를 양성 신생물인 해면상 혈관종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해면상 혈관종의 내부출혈을 뇌내출혈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취지의 외부 의료감정원 감정 내용은 전문의 의견 중 일방의 견해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넷째, 이 보험계약에는 뇌내출혈의 원인이 뇌혈관 기형인 경우를 보장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배제하는 약관 조항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약관에 배제 조항이 없음에도 피고 보험사가 진단의 당부를 따져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약관의 문언해석에 반할 뿐 아니라,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이 규정하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도 반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법원은 피고 보험사에 보험금 4,000만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전부 피고 보험사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해설
이 판결은 해면상 혈관종과 같은 뇌혈관 기형에 동반된 미세출혈에 대하여 보험사가 면책을 주장하는 일반적인 실무 관행에 제동을 건 의미 있는 사례입니다.
유사 사례에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
해면상 혈관종은 뇌 내에 존재하는 양성 혈관 기형으로, 내부에서 반복적으로 소량의 출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보험사들은 이 경우 '뇌의 양성 신생물에 수반되는 증상적 출혈'에 불과하다며 뇌내출혈 코드(I61) 부여 자체를 부정하는 방어 논리를 빈번히 사용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방어 논리가 관철되려면 약관에 뇌혈관 기형으로 인한 출혈을 보장 대상에서 배제하는 명시적 조항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유사한 유형의 분쟁에서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주치의의 진단이 약관에서 정한 진단 확정 요건(의사 면허, 병력·신경학적 검진, 영상검사 등)을 형식적으로 충족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그 진단이 충분한 의학적 근거에 기초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셋째, 약관에 해당 원인 질환을 보장 대상에서 배제하는 명시적 면책 조항이 존재하는지 여부입니다.
준비해야 할 증거와 서류
뇌혈관질환 진단보장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 다음의 증거와 서류를 체계적으로 갖추어야 합니다. 진단 확정의 기초가 된 영상검사(뇌 CT, MRI 등)의 원본 판독 소견서를 확보해야 하며, 주치의가 뇌내출혈로 진단한 구체적 근거를 기재한 진단서 또는 소견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Hounsfield Unit 수치 등 객관적 수치 데이터가 포함된 검사 결과지를 첨부하면 증거력이 강화됩니다. 입원 기간 중 실시된 추가 검사 결과와 경과 기록지, 그리고 후유증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후유증 진단서도 별도로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분쟁 대응 방법
보험금 청구 단계에서는 진단서에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코드가 정확히 기재되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주치의에게 진단 근거를 상세히 기재한 소견서를 추가로 요청하는 것도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보험사가 지급을 거부하여 이의 신청 또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을 진행하는 단계에서는, 보험사 측 자문의 의견이나 외부 의료감정원의 감정 결과가 주치의의 진단을 번복할 만한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소송 단계에서는 법원의 사실조회를 통해 주치의가 진단 근거를 직접 회신하도록 하는 것이 유효하며, 약관에 배제 조항이 없는 점과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적극 주장해야 합니다. 보험사가 제출하는 의료감정 결과에 대해서는 감정인의 전문 분야, 감정 기초 자료의 충실성, 의학적 논거의 타당성을 하나하나 반박할 준비를 갖추어야 합니다.
유사한 분쟁은 사실관계와 약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1) 현대해상의 항소 제기로 사건이 부산지방법원 항소부에 계속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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