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량 수면제 과다복용 사망, 음주 블랙아웃 상태라면 재해사망 인정
사건 개요
노모 씨(망인)는 2004년 3월 동양생명보험(주)의 생명보험 상품에 가입하면서, 재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했을 때 1억 원의 재해사망보험금이 지급되는 특약에 가입했습니다.
2018년 8월 11일, 망인은 2016년 옛 직장동료들과 만나 음주를 한 뒤 오후 4시경 귀가했습니다. 평소 불면증으로 스틸녹스(졸피뎀)와 자낙스(알프라졸람)를 복용해 온 망인은, 당일 저녁 7시 30분경 잠이 오지 않는다며 수면제를 복용한 후 "자전거로 한 바퀴 돌고 오겠다"며 휴대폰을 두고 집을 나섰습니다.
다음날 오전 11시 40분경, 망인은 자전거로 약 7분 거리에 있는 인근 여관 객실 침대 위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습니다. 부검 결과 사망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44%였으며, 치사 농도의 졸피뎀과 독성 농도 이상의 알프라졸람이 검출되어 수사기관은 약물 과다복용에 따른 급성 중독사로 추정하고 내사종결 처리했습니다.
이후 유족(원고)이 재해사망보험금을 청구했으나, 피고(동양생명)는 망인이 고의로 약물을 과다 복용해 사망했으므로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쟁점 정리
- 망인의 사망이 고의적으로 자기 생명을 끊은 '자살'인지, 아니면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인 '재해'인지 여부
- 치사량의 약물을 복용할 당시, 망인이 음주와 수면제의 복합 작용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능력을 상실한 상태(블랙아웃 및 명정상태)였는지 여부
- 망인이 사망 전 여관에 투숙하며 한 행동과 수면제를 소지하고 나간 정황이 자살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증거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보험계약자 측 주장
- 고의적 자살 부인: 망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고의로 약물을 복용한 것이 아닙니다.
- 복합 작용에 따른 의사결정능력 상실: 사망 당일 이미 섭취한 술과 평소 복용하던 수면제(졸피뎀 등)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망인은 자유로운 의사결정능력이 완전히 상실된 상태에 놓여 있었습니다.
- 우발적인 과다 복용: 정상적인 사리분별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치사량의 약물을 과다 복용하여 급성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 약관상 '재해사망' 인정 요구: 망인의 사망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의도 미확인 사건(Y11 항목 등)'에 속하며, 보험사 약관의 재해분류표가 규정하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재해)'에 명백히 해당하므로 피고 보험사는 1억 원의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보험사 주장
피고 보험사는 망인이 사리분별능력이 있는 상태에서 고의로 약물을 과다 복용하여 자살했다(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X61 또는 X83 항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이는 약관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는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고 맞섰습니다.
구체적인 근거로, 망인이 장기간 수면제를 복용해 와서 올바른 복용법을 알고 있었음에도 치사량을 한 번에 복용한 점을 들었습니다.
또한 휴대전화는 두고 약통을 챙겨 나간 점, 굳이 집 근처 여관에 투숙하며 주인에게 "깨우지 말라"고 이야기한 점 등은 자살을 계획한 비상식적 행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의 판단
1심은 망인이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의도치 않게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여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아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망인이 유서를 남기지 않았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질환이나 삶에 대한 애착을 잃을 만한 특별한 동기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의학적 인과관계에 대하여는 망인이 술을 마신 상태에서 2종의 수면제를 정량 이상 복용해 약물들의 상호작용에 의한 '블랙아웃'에 빠졌을 개연성을 인정했습니다. 졸피뎀과 알프라졸람은 음주와 병용할 경우 착란이나 환각, 인지하지 못하는 활동을 유발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사망 추정 시각을 역산할 때 여관 투숙 무렵 망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약 0.2%의 중등의 명정상태로 추정되어 사고력과 판단능력이 현저히 저하되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보험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망인이 자전거를 타고 나갈 당시 평소처럼 2포만 복용했던 정황을 볼 때 처음부터 자살을 의도하고 과량을 복용한 것이 아니며, 잠이 오지 않아 고통스러워하던 중 충동적으로 벌어진 우발적 사고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봤습니다.
2심 법원의 판단
항소심 재판부 역시 제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피고 보험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유지했습니다.1)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해설
- 자유로운 의사결정능력 상실의 입증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계약에서 지급이 거절되는 '고의 사고'란 스스로 명확한 인식을 가지고 생명을 끊는 것을 말합니다. 만약 피보험자가 명정상태나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그 원인 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일 경우 고의가 배제된 우발적 사고(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 치사량 복용 자체가 자살의 절대적 증거는 아닙니다
치사량의 약물을 복용했다는 외형적 사실만으로 보험사가 고의 사고라며 면책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당시 피보험자가 알코올과 약물의 혼합 부작용으로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했는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 승소를 위한 증거 준비 및 대응 방법
유족은 청구 초기부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부검 결과서에 나타난 혈중알코올농도와 약물 검출 수치, 평소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내역(불면증, 우울증 등), 약물 부작용에 관한 의학적 소견서, 사고 직전의 평범했던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정황 증거(메신저 대화, 지인 진술 등)를 치밀하게 수집해야 합니다.
- 보험소송 단계별 접근
보험사는 극히 보수적인 입장에서 자살을 추정하고 지급을 거부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점 없음'으로 내사 종결했다고 하더라도 민사상 재해 입증 책임은 별개이므로, 관련 판례와 의학적 인과관계를 정확히 짚어낼 수 있는 보험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체계적인 소송 전략을 세우는 것이 유리합니다.
유사한 분쟁은 사실관계와 약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8. 26. 선고 2021나5359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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