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불가분의 원칙이란 보험료 산정의 기초가 되는 일정한 보험료기간 내의 위험을 하나의 불가분적인 단위로 파악하고, 그 기간에 대응하는 보험료 역시 원칙적으로 분할할 수 없는 것으로 보는 원칙을 말한다. 그 취지는 보험자가 일정한 보험료기간 전체에 걸친 위험을 인수하는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기간에 대한 보험료도 전부 취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다만 이는 보험의 기술적·이론적 설명으로서 논의되어 온 것이지, 우리 상법상 절대적 강행원칙으로 명문화된 것은 아니다. 상법은 보험계약자의 사고발생 전 임의해지와 미경과보험료 반환청구를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으므로, 우리 법제 아래에서는 보험료불가분의 원칙이 제한 없이 관철된다고 볼 수 없다.
2. 입법례
보험료의 불가분성을 다루는 외국 입법례는 대체로 두 방향으로 나뉜다. 하나는 보험료불가분의 원칙을 일반적 원칙으로 선언하는 방식이다. 전통적으로 스위스법이 이 전자의 예로 설명되어 왔다. 다른 하나는 계약의 해지·실효 등 개별 장면에서 보험료 귀속이나 반환 문제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방식이다. 독일법이 후자의 예로 설명되어 왔다.
이러한 비교법적 논의는 보험료불가분의 원칙이 보편적·절대적 명제가 아니라 각국 입법정책과 보험계약 구조에 따라 달리 규정될 수 있는 제도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3. 국내 학설 및 상법의 태도
가. 학설
국내에서는 상법 제669조 제1항의 장래효 규정과 제669조 제4항의 보험료 청구 규정 등을 근거로, 일정한 경우 우리 상법도 보험료불가분의 사고를 전제하고 있다고 이해하는 견해가 있다. 즉 초과보험에서 보험료 감액의 효력을 장래에 한정하거나, 보험계약자의 사기로 계약이 무효인 경우에도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안 때까지의 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점은 보험료가 단순한 일할 계산의 대상에 그치지 않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들만으로 우리 상법이 보험료불가분의 원칙을 일반원칙으로 채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 규정들은 각각 초과보험이나 사기에 의한 계약무효와 같은 개별 상황에서 보험료 귀속관계를 정한 것이고, 보험계약이 중도에 종료된 모든 경우에 보험자가 미경과기간의 보험료 반환의무를 면한다고 선언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법은 제649조에서 보험사고 발생 전 보험계약자의 임의해지와 미경과보험료 반환청구를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고, 제652조는 위험변경·증가의 경우 보험자의 증액청구권 또는 해지권을 규정하고 있다.
나. 상법 및 판례의 태도
우리 상법과 대법원 판례의 태도는 보험료불가분의 원칙을 절대적인 것으로 보지 않으며, 오히려 미경과 보험료의 반환(가분성)을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다. 보험료불가분의 원칙은 보험의 기술적 성질상 인정되는 이론일 뿐이며, 상법상 명문의 규정이 있거나 절대적인 원칙은 아니다. 따라서 당사자 간의 합의(약관)로 이를 변경할 수 있다.1)
상법은 보험사고 발생 전 보험계약자가 계약을 해지할 경우, 미경과 기간에 대한 보험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상법 제649조 제3항). 실제 보험 실무에서도 계약 해지 시 이미 경과한 기간에 대해 단기요율이나 일할 계산한 보험료를 제외한 잔액을 환급하고 있어, 사실상 보험료의 분할(가분성) 을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도 "상법 제649조 등은 보험료불가분의 원칙과는 달리 미경과 기간에 대한 보험료 반환을 규정하고 있다"고 판시하며, 상법의 태도를 고려할 때 위험변경·증가 통지의무 위반 등으로 보험자가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에도 약관에서 미경과 보험료를 반환하도록 정하고 있다면 그 약관은 유효하다고 보았다. 즉 상법상 원칙에 위배되어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비자 보호를 위해 유효한 조항으로 해석하고 있다.
1) 동지: 대법원 2008. 1. 31. 선고 2005다57806 판결. 이 판결은 「상법 제649조 제1항과 제3항에서는 보험료불가분의 원칙과는 달리 보험사고의 발생 전에는 보험계약자가 언제든지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미경과기간에 대한 보험료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상법 제652조 제2항은 보험기간 중에 사고 발생의 위험이 변경되거나 증가되었다는 통지를 피보험자 등으로부터 받은 보험자가 보험료의 증액을 청구하거나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도 보험계약이 해지된 경우 미경과기간에 대한 보험료 반환에 관하여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우리 상법의 태도를 고려해 볼 때, 보험자가 피보험자 등으로부터 사고 발생의 위험이 변경 또는 증가되었다는 통지를 받고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보험약관에서 미경과기간에 대한 보험료를 반환하도록 정하고 있다면 그 보험약관은 유효하다고 보아야 하고, 그것이 상법 또는 상법상의 원칙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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