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기각" vs 2심 "5천만원 지급"... 실명 사고 상해보험 소송, 승패 가른 '이것'은?
사건 개요: 욕실 사고인가, 지병의 악화인가
원고(60대 남성 이 모 씨)는 2022년 8월 29일, 자택 화장실에서 세면대 모서리에 왼쪽 눈을 강하게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고로 각막천공(각막에 구멍이 뚫림)이 발생했고, 결국 영구적 양막이식술을 받았으나 실명(광각인지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이 씨는 가입해 둔 상해보험에 따라 후유장해 보험금 5,000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보험사(케이비손해보험)는 "이 씨가 주장하는 사고 자체가 입증되지 않았으며, 실명은 사고가 아니라 이 씨가 앓고 있던 기존 질병(청신경초종에 의한 안면마비 및 각막염)이 악화된 결과"라며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쟁점 정리
이 사건의 승패를 가른 주요 쟁점은 세 가지였습니다.
▶ 사고의 실재 여부: 목격자가 없는 욕실 안에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가 실제로 발생했는가?
▶ 인과관계: 실명의 원인이 '세면대 충돌'인가, 아니면 '기왕증(안면마비로 인한 노출성 각막염)'인가?
▶ 초진 기록의 부재: 사고 직후 병원 의무기록에 "세면대에 부딪쳤다"는 명확한 기재가 없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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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면대 충돌로 실명? (AI 생성 이미지) |
보험사 주장: "기록도 없고, 지병 탓이다"
보험사 측은 강력하게 반박했습니다.
“사고 당일 진료기록에 ‘세면대에 부딪쳤다’는 환자의 진술이 전혀 적혀있지 않다. 오히려 사고 한 달 뒤 진단서에야 비로소 ‘넘어지면서 다쳤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 씨는 안면마비로 인해 눈이 잘 감기지 않는 질환이 있었고,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눈을 보호하는 봉합을 스스로 풀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각막이 뚫린 것이다.”
법원의 판단: 1심 vs 항소심, 엇갈린 판결
1. 제1심 (원고 패소)
1심 재판부는 보험사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사고 당일 병원 기록에 외상에 대한 언급이 없고, 렌즈가 빠져 있었다는 기록만으로는 충격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기왕증(지병)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각막천공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2. 항소심 (원고 승소)
하지만 항소심(2심) 재판부는 1심을 취소하고 "보험사는 5,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1)
이 씨는 사고 3일 전까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상태가 비슷했습니다. 그러나 사고 당일(8월 29일) 갑자기 각막이 뚫리는 등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이는 외부 충격 없이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사고 직후 이 씨를 만난 지인들이 "목욕탕(욕실)에서 넘어졌다", "눈을 다쳤다"는 말을 들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습니다. 치료용 렌즈가 눈에서 빠져 있었던 점은 눈에 강한 물리적 충격이 가해졌음을 시사합니다.
법원은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라, 경험칙에 비추어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면 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습니다. 진료기록에 사고 경위가 적히지 않았다고 해서 사고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의사가 기록을 누락했거나, 환자가 경황이 없어 말하지 못했을 가능성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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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심 판결 취소, 원고 일부승소" (AI 생성 이미지) |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해설] "초진 기록과 타이밍이 승패를 가른다"
이번 판결은 1심에서 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소심에서 '정황 증거'와 '의학적 전후 사정'을 치밀하게 입증해 승소한 드문 사례입니다. 보험소송 실무에서 중요한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초진 기록(의무기록)의 중요성
가장 아쉬운 점은 사고 당일 의사에게 "세면대에 찧었다"고 명확히 말하고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 한 줄의 기록이 없어서 1심에서 패소하고, 항소심까지 가는 고난을 겪었습니다. 사고가 나면 반드시 병원에 가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쳤는지 의사에게 구체적으로 말하고 차트에 남겨야 합니다.
기왕증(지병)과 사고의 경합
보험사는 항상 "원래 있던 병 때문"이라고 주장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처럼 '병이 있었더라도, 사고로 인해 급격히 악화되었다면' 상해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사고 전까지 상태가 안정적이었다가 사고 직후 급변했다는 '시점'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목격자가 없는 경우의 대응
화장실, 침실 등 혼자 있는 공간에서의 사고는 입증이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사고 직후 통화한 내역, 119 신고 기록, 혹은 사고 사실을 전해 들은 지인의 진술서 등이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지인들의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진료기록에 사고 경위가 없더라도, 급격한 증상 악화와 주변 정황을 볼 때 외부 충격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소비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기록이 부족해도 포기하지 말고, 법적 인과관계를 논리적으로 입증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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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의 해설 및 법률 조언 (AI 생성 이미지) |
유사한 분쟁은 사실관계와 약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1) 2026년 2월 7일 확정된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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