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시술 안 알렸다고 계약 해지?
법원 "보험사 설명 없었다면 가입자 중과실 아냐"
수술 시간이 짧은 의료행위를 소비자가 명확히 수술로 알기 어렵고, 보험사의 구체적인 설명도 부족했다면 고지의무 위반에 중대한 과실이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부당한 보험사면책 통보나 계약 해지를 겪는 보험소비자들에게 중요한 기준이 될 이번 판결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사건 개요
송 모 씨(원고)는 2024년 2월 13일, 유병력자나 고연령자도 가입할 수 있도록 가입 심사를 간소화한 신한라이프생명보험(주)(피고 보험사)의 간편심사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청약 당시 서면 질문지에는 "최근 2년 이내에 질병이나 사고로 인하여 입원이나 수술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라는 항목이 있었고, 송 씨는 "아니오"라고 표시했습니다. 전화 통화 질의 과정에서도 동일한 질문에 "없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송 씨는 보험 가입 전인 2022년 9월 20일과 23일, 양안에 노년성 초기백내장 진단을 받고 다초점렌즈 삽입술을 받은 이력이 있었습니다.
이후 2024년 11월, 송 씨는 만성 신부전으로 인한 허리 질환으로 피고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보험사는 청구된 보험금 약 1천만 원을 지급하면서도, 송 씨가 과거 백내장 수술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은 약관상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며 보험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이에 송 씨는 자신의 보험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 정리
* 백내장 다초점렌즈 삽입술이 보험 가입 시 알려야 하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지 여부
* 가입자가 백내장 수술 사실을 알리지 않은 행위에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는지 여부
* 간편심사보험의 특성상 보험사가 '수술' 범위에 관하여 구체적 설명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
보험계약자 측 주장
송 씨는 백내장 수술이 시력교정과 백내장 치료 목적을 겸한 다초점렌즈 삽입술로 비교적 간단하여 보험사의 보험 인수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알려야 할 사항이라 하더라도, 전문적인 의료지식이 없는 일반인으로서 이를 약관상 수술로 명확히 인지하지 못했으며 중대한 과실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또한 가입 과정에서 고지 대상이 되는 의료행위의 구체적 범위에 관해 보험사로부터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보험사 주장
피고 보험사 측은 상법 제651조의2에 따라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된다고 반박했습니다. 과거 병력은 향후 건강 상태를 예측하고 보험료를 산정하는 주요 기준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2년 이내의 수술 이력을 사실과 다르게 답한 것은 고의나 중대한 과실에 의한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이므로 약관에 따른 적법한 계약 해지라고 강조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서울중앙지법 제42민사부(재판장 최누림 부장판사, 이하 '재판부')는 송 씨와 신한라이프생명보험(피고 보험사) 사이의 보험계약이 존재함을 확인하며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1)
재판부는 우선 백내장 수술이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에 해당하므로 보험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사항은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가입자의 장래 건강을 예측하는 주요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송 씨가 이를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숨겼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의무기록을 바탕으로 백내장 수술이 전신마취가 아닌 점안 마취로 진행되며, 30분 이내에 끝나고 당일 퇴원이 가능한 비교적 간단한 의료행위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일선 안과에서도 이를 수술이 아닌 시술이나 렌즈 삽입술로 부르는 경우가 많아 일반인이 직관적으로 수술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보험상품의 특성과 보험사의 설명 의무를 깊이 있게 살펴봤습니다. 유병력자도 가입할 수 있도록 마련된 간편심사보험이라면, 보험사는 소비자에게 레이저나 초음파를 이용한 의료행위도 고지 대상에 포함되는지 구체적으로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피고 보험사는 청약서나 전화 통화에서 이러한 범위를 전혀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가입자에게 현저한 부주의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지었습니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해설
대장내시경 중 용종 제거, 피부 종양 제거, 안과 레이저 치료 등 비교적 가벼운 상해나 질병 치료를 받은 후 간편보험에 가입했다가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계약이 일방적으로 해지되는 사례가 최근 실무에서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사 분쟁에서 승패를 가르는 주된 판단 기준은 소비자의 중대한 과실 여부와 보험사의 충분한 명시 및 설명 여부입니다. 아무리 질문표에 기재된 내용이라도, 소비자가 의학적 용어의 범위를 오해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고 보험사의 구체적인 안내가 없었다면 소비자를 구제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판단입니다.
보험사의 부당한 계약 해지나 보험금 지급 거절에 대처하기 위해 소비자가 준비해야 할 입증 자료와 단계별 대응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병원으로부터 진단서와 의무기록사본(수술기록지 포함)을 발급받아 해당 치료가 국소 마취나 점안 마취로 단시간 내에 끝났고 당일 퇴원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둘째, 가입 당시의 전화 통화 녹취록이나 청약서 부본을 확인해 보험사가 해당 의료행위가 수술에 포함되는지 구체적으로 안내했는지 점검하는 절차가 필수입니다.
보험사로부터 일방적인 해지 통보를 받았다면 섣불리 수용하거나 손해사정 합의서에 서명하지 마십시오. 먼저 가입 당시의 녹취록과 약관이나 상품설명서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설명이 부족했던 부분을 찾아내 내용증명 등을 통해 이의신청을 제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도 보험사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이번 판례의 법리를 적용하여 보험계약존재확인을 구하는 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아 적극적으로 권리를 찾아야 합니다.
유사한 분쟁은 사실관계와 약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1) 이 판결에 대하여 신한라이프생명보험(주)의 항소 제기로 사건이 '서울고등법원 제17-2부'에 계속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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