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진단·수술 보험금,
법원이 보험사 면책 항변 배척한 이유
사건 개요
가입자 최 모 씨는 2016년 2월부터 산부인과에서 임신 관리 및 만성 질염, 자궁경부 염증성 질환 등으로 자궁질부 약물소작술 등의 처치를 받아온 이력이 있는 여성입니다. 2019년 7월 인유두종 바이러스 유전자형 검사에서 고위험군 인두유종 바이러스 Type 16이 검출됐고, 액상세포 병리진단에서 '미확정 비정형 편평세포 이상' 소견이 나와 추적 검사 권고를 받았다.
최 씨는 2020년 12월부터 산부인과에 내원해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과 자궁경부 이형성 진단을 받고 조직병리검사를 받았습니다. 이후 2021년 7월과 8월, 최 씨는 보험모집인의 끈질긴 권유를 받아 기존에 잘 유지하던 암보험을 해지하고 메리츠화재(피고 보험사)의 새로운 암보험 상품 2건에 가입했습니다.
가입 당시 최 씨는 청약서에서 '최근 1년 이내 추가검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표기했고, 질염 치료 내역에 대해서만 통원 1일로 축소해 기재했습니다. 약 2년이 지난 2023년 5월, 최 씨는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전자궁절제술, 난소전위술 등 중대한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에 최 씨는 메리츠화재에 약 9,700만 원의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메리츠화재는 최 씨가 가입 당시 최근 5년 내 자궁경부 염증성 질환 통원치료 내역과 최근 1년 내 자궁경부이형성증 추가검사 사실을 숨겨 계약 전 알릴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다는 통지를 했습니다. 심지어 최 씨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형사재판까지 받았으나 무죄를 확정받았고, 이후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민사상 보험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 정리
▸청약서 질문 사항인 '최근 1년 이내 추가검사(재검사)' 사실을 누락한 것이 상법 및 약관상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
▸보험모집인이 가입자에게 병력을 축소해 기재하도록 유도하거나 정상적인 고지를 방해했는지 여부
▸모집인의 방해 행위가 인정될 경우, 약관해석상 보험사의 계약 해지권 및 보험사면책 주장이 제한되는지 여부
▸형사재판에서의 무죄 판결과 모집인의 수사기관 진술이 민사상 보험금지급 책임에 미치는 영향)
보험계약자 측 주장
최 씨 측은 가입 당시 청약서에 질염 등 통원치료 내역과 조직검사 사실을 모두 사실대로 기재하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보험모집인이 가벼운 질환이니 통원 1회로 축소해서 적자며 임의로 치료 내역을 줄여서 기재하도록 권유했다고 항변했습니다. 약관 규정상 모집인이 '계약자가 사실대로 고지하는 것을 방해한 경우' 또는 '계약자에게 사실대로 고지하지 않게 한 경우(부실 고지를 유도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보험사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장을 제한 수 없다는 취지였습니다.
예비적으로는, 설령 고지의무 위반으로 계약이 해지됐다고 하더라도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상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자인 보험모집인이 고지의무에 관해 잘못된 설명을 한 것이 보험금 미지급 손해의 원인이므로, 금융상품직접판매업자인 보험사가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주장했습니다.
보험사 주장
메리츠화재는 최 씨가 청약서의 질문표에 최근 5년 내 자궁경부의 염증성 질환 통원치료 내역과 최근 1년 내 자궁경부이형성증 추가검사 사실이 있음에도 이를 숨기고 '아니오'라고 답한 것은 명백한 고지의무 위반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서면으로 묻는 사항은 보험계약 체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며, 모집인에게 구두로 알렸다는 사실만으로는 청약서 기재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적법한 약관 절차에 따른 계약 해지이며, 인과관계와 무관하게 보험금지급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대전지법 홍성지원은 최 씨의 손을 들어주며, 메리츠화재가 9,716만 원의 보험금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먼저 최 씨가 청약서에 조직검사 사실 등을 누락한 것은 원칙적으로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구두로 모집인에게 추가검사 사실을 알린 것만으로는 고지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보험모집인이 실적 욕심에 가벼운 질병으로 치부하고 가입자에게 부실한 기재를 권유한 사실이 입증된다며 모집인의 '고지 방해' 또는 '미고지 권유' 행위에 주목했습니다. 모집인은 수사기관 등에서 영업 실적을 위해 내원 횟수를 한 번으로 줄이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고 진술한 부분이 결정적인 판단 기준이 되었습니다.
또한, 최 씨가 기존 상품을 그대로 유지했다면 암 보험금을 받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었는데, 모집인의 끈질긴 권유로 기존 계약을 소멸시키고 굳이 새 상품으로 갈아탄 과정도 가입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척도로 삼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약관 및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모집인이 부실 고지를 권유한 경우 보험사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으므로, 메리츠화재의 해지 통보는 무효이며 보험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하라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해설
보험 가입 현장에서는 모집종사자가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과거 병력을 가볍게 여기고 축소 기재를 부추기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가입자는 모집인의 말만 믿고 청약서에 병력을 적지 않았다가, 나중에 중대한 상해 및 질병이 발생했을 때 보험사 면책 통보를 받고 억울하게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피해를 보게 됩니다. 이번 판결은 이와 유사한 분쟁에서 억울한 소비자를 구제하는 긍정적인 선례입니다.
이러한 사례에서 법원의 판단 잣대가 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모집인의 방해 행위 또는 부실 고지 유도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단순히 가입자가 구두로 다 설명했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약관해석상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이번 사안에서는 모집인 스스로 수사기관 등에서 본인의 과실을 시인한 진술 조서와 관련 형사사건에서의 무죄 판결이 매우 유리한 증거로 작용했습니다.
비슷한 분쟁에 휘말렸다면, 당시 가입을 권유한 모집인과 나눈 문자메시지, 통화 녹음, 기존 상품의 해지 및 신규 가입 경위를 보여주는 서류 등을 신속하게 확보해야 합니다. 아울러 의무기록지나 진단서, 사고경위를 통해 해당 상해 및 질병이 당장 가입을 거절당할 만큼 중증이 아니었다는 점을 소명하는 방법도 매우 유효합니다. 더불어 약관의 주요 내용 중 모집인 책임 규정을 꼼꼼히 살피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청구 및 이의, 소송으로 이어지는 대응 단계별 팁을 드리면, 진단서를 발급받고 손해사정 조사가 진행될 때 조사원의 유도 질문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불리한 문답서에 섣불리 서명해서는 안 됩니다. 이후 보험사가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통보한다면, 무리하게 금융감독원 민원만 고집하기보다는 신속하게 소송을 통한 구제를 모색하는 대책이 바람직합니다. 초기부터 객관적인 증거를 수집하고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대응안을 마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유사한 분쟁은 사실관계와 약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1) 메리츠화재의 항소 포기로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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