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 가게 청소 돕다 발생한 누수 사고
법원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 보험금 지급해야"
최근 인테리어업자가 친척 미용실 개업 전 무상으로 청소를 돕다 배관 누수 사고를 낸 사안에서, 법원은 이를 직업적 업무가 아닌 일상생활 중 우연한 사고로 판단했습니다. 억울한 보험사면책 주장을 배척하고 가입자의 권리를 보호한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의 주요 의미와 보험소송 대처 방법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사건 개요
이 모 씨(원고)는 2009년 12월 디비손해보험(피고 보험사)와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Ⅱ(실손)' 특별약관이 포함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평소 인테리어업을 운영하던 이 씨는 2022년 10월 1일 토요일, 사촌 동생이 새로 개업하는 울산의 한 미용실에 방문해 지인들과 함께 무상으로 청소를 도왔습니다. 물걸레를 세척하고자 싱크대 하부의 분리된 PB배관을 직접 연결한 뒤 수도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이틀 뒤인 10월 3일 새벽, 연결했던 배관 이음부가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이탈하면서 다량의 물이 누수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아래층 휴대폰 매장까지 큰 침수 피해를 보았고, 이 씨는 피해 상인에게 2,5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후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보험사는 해당 사고가 이 씨의 직업적 직무수행에 직접 기인한 것이라며 면책을 통보했고, 이 씨는 결국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 정리
▹친척 미용실 개업 청소 중 배관을 연결한 행위가 피보험자의 직업적 직무수행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 특별약관의 보상하지 않는 손해(직무수행 면책) 조항에 대한 약관해석 기준
▹금전적 대가 없는 단순 호의에 의한 행위를 일상생활에 기인하는 우연한 사고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보험계약자 측 주장
이 씨 측은 사고 당일이 휴무일인 주말이었으며, 미용실 공사가 거의 마무리된 시점에 친척의 개업을 돕고자 일회성으로 청소에 참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물걸레 세척을 위해 임시로 배관을 연결한 행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상적인 방법이므로, 본업인 인테리어 업무와는 전혀 무관한 우연한 사고라며 보험사가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보험사 주장
피고 보험사는 이 씨가 실제 인테리어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사고가 발생한 미용실의 도안 제작 및 시공업체 선정 등 공사 전반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내세웠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배관을 연결한 행위 역시 인테리어업이라는 직업적 지위의 연장선상에 있는 직무수행에 해당하므로, 면책 약관에 따라 보험금지급 책임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정영훈 부장판사(이하 '법원')는 이 씨가 피고 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피고 보험사의 주장을 배척하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1)
법원은 이 씨가 미용실 공사에 일부 관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고 발생 시점이 공사가 대부분 마무리된 이후였고 방문일이 휴일이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인테리어 공사와 청소는 엄연히 다른 별개의 활동이므로 청소를 공사의 일환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아울러 법원은 이 씨가 배관을 연결한 방식에 대해 "단순히 힘을 주어 부속에 끼우고 캡을 잠그는 것에 불과해 전문적 지식이나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친족으로부터 금전적 대가를 받지 않고 순수하게 호의로 참여한 점을 짚으며,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 지위에서 수행한 활동이 아님을 분명히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이번 사고가 직무수행이 아닌 일상생활 중 발생한 우연한 사고임을 인정하여 피고 보험사가 이 씨에게 2,500만 원 전액을 지급하라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해설
이 판결은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 보험에서 자주 문제 되는 '직무수행 면책'의 적용 범위를 잘 보여줍니다. 보험사는 피보험자의 직업, 사고 장소, 작업 내용 중 하나라도 직업과 연결되면 면책을 주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직업과의 막연한 관련성만으로 면책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 이 씨가 인테리어업을 운영한 사정은 보험사에게 유리한 자료였습니다. 미용실 공사에 관여한 사실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법원은 사고 당시 행위가 공사 업무였는지, 청소를 돕는 일회성 행위였는지, 금전적 대가가 있었는지, 전문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었는지를 나누어 판단했습니다.
비슷한 분쟁은 여러 형태로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자영업자가 지인의 가게에서 짐을 옮기다 물건을 파손한 경우, 건설업 종사자가 가족 집에서 간단한 수리를 돕다 누수를 낸 경우, 회사원이 근무와 무관하게 지인의 행사장을 도와주다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등입니다. 이때 단순히 피보험자의 직업과 사고 내용이 닮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면책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승패를 가른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사고가 영업 또는 직무의 일부로 이뤄졌는지입니다. 둘째, 대가를 받았는지입니다. 셋째, 사고 당시 행위가 전문기술을 요구하는지입니다. 넷째, 사고가 근무시간이나 영업활동 중 발생했는지입니다. 다섯째, 사고 원인이 직무수행과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가지는지입니다.
보험소비자는 사고 직후 자료를 촘촘하게 남겨야 합니다. 대물사고라면 피해 사진, 누수 부위 사진, 수리견적서, 수리비 영수증, 피해자와의 합의서, 계좌이체 내역, 손해사정 자료가 중요합니다. 대인사고라면 진단서, 진료기록, 치료비 영수증도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이 사례처럼 직무수행 면책이 다투어지는 경우에는 사고경위서가 특히 중요합니다. 누가, 언제, 어떤 목적으로 현장에 갔는지 적어야 합니다. 청소인지 공사인지, 대가를 받았는지, 휴무일이었는지, 가족이나 지인의 부탁으로 간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약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에서 보상하는 손해가 무엇인지, 보상하지 않는 손해가 무엇인지, 배상책임손해 보험금 지급기한이 며칠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 사례에서는 배상책임손해 보험금 지급기한이 10영업일로 되어 있어 지연손해금 시작일도 그에 맞춰 정해졌습니다.
보험사 입장에서 이 판결은 의미가 있습니다. 직업 관련성이 일부 엿보인다는 사정만으로 면책을 통보하면 소송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직무수행 면책을 적용하려면 사고 당시 행위가 직무의 일부였다는 점, 그 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보험소비자에게는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의 필요성을 다시 보여주는 판결입니다. 일상생활 중 타인의 재산에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액이 수천만 원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다만 보험금 청구에서는 사고 원인, 행위의 성격, 약관 문구가 함께 문제 되므로 초기 자료 정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유사한 분쟁은 사실관계와 약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1) 디비손해보험의 항소 포기로 1심 판결이 2026년 4월 11일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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