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전문변호사 임용수 - 보험 분쟁 판례 분석 및 보험법 제4판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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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자의 면책사유에 관한 인보험약관 특칙


1. 인보험약관의 자살 면책 및 부책 조항의 구조

인보험약관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즉 피보험자의 자해 또는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정하고 있다. 여기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란 법리적으로 자살과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자살이란 피보험자가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끊어 사망이라는 결과를 초래하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심신상실이나 현저한 심신 미약 상태 등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쳐 사망에 이른 경우나,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인식과 의사가 결여된 상태에서 발생한 피보험자의 자살이나 과실에 의한 사망 등은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온전한 의사가 결여되어 있으므로 본래 의미의 자살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법원도 보험약관상 고의면책조항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피보험자에게 자기 행위의 의미와 결과를 인식하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에 터 잡아, 인보험약관은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계약의 보장개시일 또는 부활(효력회복) 청약일부터 2년이 지난 후 자살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부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때 지급되는 사망보험금의 성격은 사유에 따라 다르게 취급된다. 생명보험약관 및 상해보험약관에 명시된 바와 같이,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쳐 사망에 이른 경우에는 재해사망보험금 또는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 만약 생명보험약관에 별도의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규정이 없다면 재해 이외의 원인으로 인한 일반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게 된다. 반면 생명보험 약관에만 규정되어 있는 '계약의 보장 개시일 또는 부활 청약일부터 2년 경과 후 자살한 경우'에는 재해 이외의 원인에 해당하는 사망보험금만을 지급한다.

비록 약관에 명시적인 규정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결과 장해 또는 후유장해에 이른 경우, 이는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우발적인 보험사고로 평가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피보험자에게 결과 발생에 대한 인식과 행위통제 가능성이 있었는지 여부에 있다. 여기서 피보험자가 자신을 해친 행위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야기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면책예외사유의 적용이나 사고의 우발성을 주장하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1) 

다만 최근 대법원은 우울장애 등과 자살 사이의 관련성이 보이고 정신과 진단, 치료기록, 자살사고의 반복, 자해 시도, 급격한 증상 악화 등의 사정이 드러난 경우, 법원이 특정 시점의 외형적 태도만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 불능 상태를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였다. 특히 자살 직전 유서를 남겼다거나, 겉보기에는 침착하게 행동하였다거나, 환각·망상·명정 상태가 외형상 뚜렷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신체적·정신적 상태,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와 진행경과 및 정도, 자살에 즈음한 시점의 구체적 증상, 자살자를 둘러싼 주위 상황과 당시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장소, 자살의 동기·경위·방법·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최근 판례는 우울장애나 주요우울장애와 자살의 관련성에 관한 의학적 판단 자료가 제출된 경우, 법원이 이를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되며, 반대 판단을 하려면 다른 의학적·전문적 자료에 터잡아 신중하게 심리하여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하였다.  


2. 자살 면책기간(2년) 규정의 법적 성질 및 타당성

인보험에서 피보험자의 자살을 면책사유로 삼는 근본적인 근거는 보험계약 체결 동기에 내재할 수 있는 불법성 내지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방지에 있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자살한 피보험자의 내심에 있던 불법 목적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이러한 입증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생명보험에서는 피보험자가 보험계약의 책임개시일 또는 부활청약일부터 2년 이내에 자살한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불법 목적이 개입된 것으로 추인한다. 반면 2년이 경과한 후의 자살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불법 목적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면책사유에서 제외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유족의 생계 보장이라는 인도적 목적과 더불어, 인간의 보편적인 성정에 관한 심리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설정된 제도적 장치이다. 이러한 약관상 부책조항은 보험자의 면책기간을 일정한 기간 내의 자살이나 자해로 제한하는 당사자 간의 특약으로서 피보험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므로, 고의로 인한 보험사고 발생 시 보험자가 면책된다는 상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법적 유효성이 인정된다.


문제는 2년의 면책기간이 지난 후에도 피보험자가 보험금 취득을 목적으로 자살한 것이 입증되면 여전히 보험자가 면책된다고 보아야 하는지이다. 그러나 면책기간 경과 후의 자살에 관하여 다시 피보험자의 개별적인 자살 동기와 불법 목적의 존재를 사후적으로 규명하여 보험자의 보험금지급책임 유무를 결정하게 되면, 약관이 일정 기간을 기준으로 법률관계를 획일적으로 정한 취지가 약화되고 법적 안정성이 현저히 훼손될 수 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면책기간이 지난 후의 자살에 대하여는 자살의 동기나 목적을 다시 따져 보험자의 면책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결국 생명보험약관에서 자살 면책기간을 2년으로 설정한 취지는, 보험계약 체결 직후의 자살에 대하여는 보험금 취득 목적 등 불법한 동기가 개입하였을 가능성을 일정 부분 추정할 수 있지만, 그 기간이 경과한 후의 자살에 대하여는 자살의 원인과 동기를 개별적으로 확정하기 어려우므로 법률관계를 일률적으로 처리하자는 데 있다. 따라서 2년 경과 후 자살의 경우에는 그 자살 행위에 중대한 범죄행위가 개입되어 보험금 지급이 공서양속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록 보험금 취득 목적의 자살이라 할지라도 보험자는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2) 

1) 동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1. 26. 선고 2015가단5228914 판결,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4. 11. 19. 선고 2014가단23342 판결.
2) 동지: ⽇ 최고재판소 2004. 3. 25. 민집 58-3-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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