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전문변호사 임용수 - 보험 분쟁 판례 분석 및 보험법 제4판 연재

보험 분쟁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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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의 보험증권 교부의무


1. 보험증권의 의의 

가. 개념 및 기능

보험증권(insurance policy)이란 보험계약이 성립한 후 그 성립과 내용을 증명하기 위하여 보험자가 계약의 주요 내용을 기재하고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여 보험계약자에게 교부하는 문서를 말한다. 보험증권은 보험계약의 성립을 증명하기 위하여 발행되는 일종의 증거증권(證據證券)에 해당하며, 이를 작성·교부해야만 비로소 보험계약상의 권리·의무가 발생하는 설권증권(設權證券)은 아니다. 따라서 보험증권의 발행이 보험계약의 성립요건은 아니며, 보험증권이 교부되지 않았더라도 당사자 간의 의사 합치로 성립되는 보험계약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  

나. 구별 개념

보험증권은 계약 성립 후에 교부된다는 점에서, 보험자가 모집 과정에서 청약을 유인하기 위하여 제작한 상품설명서, 가입설계서, 팸플릿·도화 등 보험안내자료와는 엄격히 구별된다.1)



2. 보험증권의 작성·교부

가. 교부 의무와 시기

보험자는 보험계약이 성립한 때에는 지체 없이 보험증권을 작성하여 보험계약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상법 제640조 제1항 본문).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에서도 보험증권의 교부 상대방은 보험계약자이며, 보험계약자의 의사에 반하여 제3자에게 보험증권이 교부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자의 보험증권 교부의무가 이행되었다고 보기 어렵다.2)   

나. 교부 의무의 예외 및 거절

보험계약자의 청구가 없더라도 보험자는 증권을 교부할 의무를 부담하나, 보험계약자가 보험료의 전부 또는 최초의 보험료를 지급하지 아니한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증권의 교부를 거절할 수 있다(상법 제640조 제1항 단서).3) 이는 동시이행의 항변권과 유사한 취지로, 보험료 납입이 없는 상태에서 보험증권이 남발되어 부실한 보험계약이 양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물론 보험자가 임의로 보험료 수령 전에 보험증권을 선발행·교부하는 것은 무방하다.

다. 전자적 방법에 의한 교부

보험증권은 종이문서뿐 아니라 전자적 방식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확대되고 있다.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기본법」 제4조 제1항에 따르면 전자문서는 전자적 형태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효력이 부인되지 아니하며, 같은 법 제4조의2에서 정한 서면요건4)을 갖춘 전자문서는 서면으로 본다. 다만 전자적 교부가 상법 제640조상의 교부의무를 적법하게 이행한 것으로 인정되려면, 계약자의 동의 또는 선택권 보장, 열람·저장 가능성의 확보, 교부 사실의 확인 가능성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라. 기존 계약의 갱신

기존 보험계약을 연장하거나 변경한 경우에는 보험자가 보험증권을 재작성·교부할 필요 없이, 기존 보험증권에 그 사실을 기재(배서)함으로써 보험증권의 교부에 갈음할 수 있다(상법 제640조 제2항). 



3. 보험증권 기재 내용과 약관의 불일치

가. 문제의 소재

보험증권은 증거증권에 불과하므로, 보험증권의 기재 내용이 보험약관이나 당사자의 실제 합의 내용과 다른 경우 그 효력이 문제된다. 과거에는 이를 보험자의 '새로운 청약'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으나, 이는 보험계약자의 지위를 장기간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나. 판례의 태도 및 해석 기준

판례는 보험증권의 기재 내용과 보험약관의 내용이 상이한 경우, 보험증권의 기재 내용만으로 계약 내용을 단정하지 않고 보험계약 체결 시 당사자의 의사, 계약 체결의 전후 경위, 보험료의 부담자 등에 관한 약정, 그 증권을 교부받은 당사자 등을 종합하여 계약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5)

아울러 보험증권의 기재 내용이 약관 내용과 다른 경우에는, 감독규정(표준사업방법서)이 원칙적으로 계약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다만 계약자·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가 증권 기재와 약관 내용이 뚜렷이 다름을 명확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4. 보험증권의 법적 성질 

가. 증거증권성

보험증권은 보험계약의 성립 및 내용을 증명하는 유력한 증거방법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의 추정력을 가질 뿐이므로, 당사자는 반증을 들어 보험증권의 기재와 다른 진실한 계약 내용을 주장·입증할 수 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 및 계약 내용의 인정은 보험증권뿐만 아니라 계약 체결이 전후 경위, 청약서, 약관, 보험료 부담자, 교부 경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보험증권상 수익자가 '1급 장해 시 상속인'으로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보험청약서 및 보험약관의 내용에 따라 수익자를 상속인이 아니라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로 인정할 수 있다.6) 

나. 면책증권성

보험증권은 보험자가 보험금 등을 지급함에 있어 그 제시자(소지자)의 자격을 조사할 권리는 있으나 조사할 의무는 없는 면책증권의 성질을 가진다. 따라서 보험자가 보험증권 제시자에게 악의 또는 중과실 없이 보험금을 지급하였다면, 그 제시자가 비록 진정한 권리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보험자는 면책된다.

다. 상환증권성

대부분의 보험약관은 보험금 지급 청구 시 구비서류로 보험증권 제출을 요구하므로, 보험증권은 일정 범위에서 상환증권(제시증권)으로서의 성질을 띤다. 다만 보험증권은 어음·수표와 같은 절대적인 상환증권이 아니므로, 도난·분실·훼손 등으로 제출이 곤란한 경우에는 다른 방법으로 권리자임을 증명하여 보험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7)  

라. 유가증권성 여부

통상의 인보험(생명·상해) 증권은 지명채권적 성격을 가지며 배서에 의한 양도(유통)가 예정되지 않으므로 유가증권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운송보험, 해상보험 등 전전 유통이 예정된 보험의 증권이 지시식 또는 무기명식으로 발행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화물상환증이나 선하증권과 유사한 유사증권성이 인정된다(절충설).   



5. 보험증권 기재에 관한 이의 

가. 이의약관

보험증권의 기재 내용이 진실한 계약 내용과 다른 경우, 계약 당사자는 이의를 제기하여 정정을 구할 수 있다. 다만 보험관계를 조속히 확정하기 위하여, 당사자는 보험증권 교부일로부터 일정 기간(1개월 이상) 내에서만 증권 내용의 정부(正否)에 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약정을 둘 수 있는데, 이를 이의약관(異議約款)이라 한다.   

나. 기간 경과의 효과

이의 제기 기간이 경과하면 보험증권의 기재 내용은 계약 내용으로 확정되는 효력을 가진다는 것이 통설이다(확정적 효력). 이는 분쟁의 소지를 없애고 법률관계를 안정시키기 위함이다. 다만 보험증권의 기재에 명백한 오기나 착오가 있는 경우에는 기간 경과 후에도 정정을 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6. 보험증권의 재교부 청구

보험금 청구 시 보험증권 제출이 요구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보험증권이 멸실 또는 현저히 훼손된 경우에도 다른 증거방법으로 권리자임을 증명하여 보험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상법은 보험증권을 멸실 또는 현저하게 훼손한 때 보험계약자가 보험자에 대하여 증권의 재교부를 청구할 수 있고, 그 작성 비용은 보험계약자가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상법 제642조). 다만 예외적으로 유가증권성이 인정되는 보험증권은 공시최고 절차를 거쳐 제권판결을 받아야만 재교부 청구가 가능하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1) 동지: 서울중앙지방법원 2004. 11. 5. 선고 2004가합24842 판결. 이 판결은「보험증권은 보험계약의 성립과 내용을 증명하기 위하여 계약의 내용을 기재하고 회사가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여 계약자에게 교부하는 증권으로서 하나의 증거증권이고, 보험안내자료는 회사가 보험의 모집 과정에서 보험의 청약을 권유하기 위하여 제작한 자료를 말하므로 양자의 작성 목적, 문서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타인의 보험증권'을 보험안내자료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2) 
대법원 1999. 2. 9. 선고 98다49104 판결. 이 판결은 「상법 제640조의 규정에 의하면 보험자는 보험계약이 성립한 때에는 보험계약자가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체없이 그 계약의 성립과 내용을 증명하는 보험증권을 작성하여 보험계약자에게 교부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그 보험증권이 보험계약자의 의사에 반하여 보험계약자의 구상의무에 관하여 담보를 제공한 제3자에게 교부되었다면 이러한 의무가 이행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3) 서울고등법원 1999. 9. 17. 선고 99나7147 판결. 이 판결은 「상법 제640조 제1항 단서의 규정은 회사에게 보험증권 발급의무를 일반적으로 규정하면서 일정한 경우 회사가 이를 거절할 수 있도록 거절권을 부여한 것에 불과할 뿐이므로 회사로 하여금 보험료의 납입 없이 보험증권을 발행·교부하는 것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은 아니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4)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기본법 제4조의2(전자문서의 서면요건)는 전자문서가 "1. 전자문서의 내용을 열람할 수 있을 것, 2. 전자문서가 작성ㆍ변환되거나 송신ㆍ수신 또는 저장된 때의 형태 또는 그와 같이 재현될 수 있는 형태로 보존되어 있을 것"이라는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 그 전자문서를 서면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5) 동지: 대법원 1988. 2. 9. 선고 86다카2933, 2934 판결;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다32852 판결; 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다1019 판결;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다10689,10696 판결 등.
6) 동지: 광주지방법원 2005.12. 2. 선고 2005가합3764 판결. 또한 울산지방법원 2017. 10. 26. 선고 2016가단69422 판결은 타인의 사망보험에서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교부되는 보험증권은 하나의 증거증권에 불과하므로, 보험계약 당시 보험수익자가 법정상속인으로 지정된 이상 이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피보험자의 서면동의가 필요한데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면 보험수익자는 보험증권에 보험수익자로 지정된 자가 아니라 보험청약서상의 보험수익자란에 있는 법정상속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7) 동지: 부산지방법원 2003. 8. 28. 선고 2003나5365 판결. 이 판결은 「회사의 실무지침서상 약관대출의 신청 및 대출금 수령 시 보험증권의 소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보험증권은 계약의 성립을 증명하기 위하여 회사가 발행하는 증거증권이고, 회사가 보험금 등의 급여를 함에 있어서 그 증권 제시자의 자격을 조사할 권리가 있을 뿐, 의무는 없는 면책증권에 불과한 점에 비추어 보면 회사의 실무지침은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험증권에 절대적인 상환증권성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자 또는 대리인 등이 보험증권을 제출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다른 방법으로 그 권리를 증명하는 경우에만 약관대출을 신청하고 대출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취지에 불과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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