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전문변호사 임용수 - 보험 분쟁 판례 분석 및 보험법 제4판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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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자보험 가입 전 수술 권유받았어도 질문표 기간 밖이라면 고지의무 위반 아냐… 법원, 보험사 패소 판결

하루 차이로 갈린 보험금 분쟁,
법원 "간편보험 고지의무 위반 아니다"




(광주=보험소송닷컴)
간편심사보험(유병자보험) 가입 과정에서 과거의 수술 권유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계약을 취소할 수 있을까요?

최근 법원은 보험청약서 질문표에 기재된 '최근 3개월 이내'라는 기간을 단 하루라도 벗어난 진료 내역이라면, 이를 자발적으로 알리지 않았더라도 고지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보험사가 보험계약자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보험사의 항소를 기각하며 계약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보험사가 이미 가입자의 질병 이력을 인지할 수 있었던 정황이 있다면, 서면 질문 외의 사항을 문제 삼아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는 의미 있는 항소심 판결입니다. 이번 판결을 통해 유병자보험의 약관해석 기준과 고지의무 판단 척도가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판결요지: 보험계약자가 간편보험 청약서상 '최근 3개월 이내' 수술 필요 소견을 묻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더라도, 해당 소견을 받은 진료일이 계약 체결일로부터 역산하여 3개월하고도 1일 전이라면 허위 고지로 볼 수 없다. 또한, 보험사가 이미 피보험자의 질병 사실을 알고 과거에 보험금을 지급한 이력이 있다면, 질문표 외의 사항을 추가 조사하지 않은 보험사가 보험사고 발생 위험을 인수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고지의무 위반이나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가 성립하지 않는다.

사건 개요

보험모집종사자이자 방과후교사로 활동하는 김 모 씨는 2022년 12월 14일 흥국화재해상보험의 간편심사형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이 계약은 과거 병력이 있거나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도 가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이른바 간편심사형 유병자보험이었습니다. 심사 절차가 간소화된 대신 보험료는 일반 보험보다 높았습니다.

보장 내용 중에는 '특정 심·뇌 및 5대 혈관질환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비관혈수술'에 대해 수술 1회당 보험금을 지급하는 항목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심혈관질환에는 허혈성심질환, 발작성 빈맥, 심방세동 및 조동, 기타 심장부정맥, 심부전이 포함됐습니다.

김 씨의 심장질환 병력은 계약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김 씨는 2022년 6월 병원에서 발작성 심방세동 진단을 받았고, 이후 9월 13일 다른 병원 진료에서 수술(전극도자 절제술)을 권유받아 가계약을 잡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수술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즉시 수술을 받지 않고 개인적인 건강관리를 하며 경과를 지켜봤습니다.  

이후 김 씨는 12월 14일 흥국화재와 보험계약을 맺으며 '최근 3개월 이내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를 통하여 입원, 수술, 추가 검사 필요 소견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라는 질문표 항목에 '아니오'라고 기재했습니다. 또한 김 씨는 2022년 12월 19일 다른 보험사 세 곳과도 유사한 보장 내용의 보험계약을 맺었습니다. 2023년 5월부터는 다시 심장질환 진료를 받기 시작했고, 2024년 1월 김 씨는 증상이 다시 나타나 전남대학교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다음 진단서를 첨부하여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흥국화재는 김 씨가 2022년 9월 13일 병원에서 수술 권유를 받고 입원 계획을 잡은 사실을 숨겼으므로 이는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며,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점을 볼 때 기망에 해당한다며 보험사 면책을 주장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김 씨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되기도 했으나, 검찰은 2025년 2월 27일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불기소처분을 했습니다.

쟁점 정리

◗ 간편심사보험 청약서상 '최근 3개월 이내'라는 질문의 기준일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  

◗ 청약서 서면 질문 사항에 포함되지 않은 과거 수술 권유 내역이 상법상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가  

◗ 보험사가 피보험자의 기왕증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경우, 고지의무 위반에 대한 계약자의 고의나 중과실을 인정할 수 있는가  

◗ 보험 가입 1년 후 수술을 받은 행위나 다수의 유병자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보험금을 편취할 목적의 사기(기망행위)에 해당하는가

보험계약자 측 주장

김 씨는 이 계약이 과거 병력이 있어도 정해진 조건만 충족하면 가입할 수 있는 유병자보험이며, 그만큼 보험료도 일반 상품보다 비싸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계약 체결 당시 보험사가 요구한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의 모든 항목에 사실대로 답했고, 2022년 9월 13일 병원 진료는 계약일로부터 3개월보다 앞선 시점이므로 고지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한도 내에서 여러 보험에 가입했을 뿐, 보험금을 편취할 목적이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보험사 주장

흥국화재는 김 씨가 계약 전 이미 발작성 심방세동 진단을 받고 전극도자 절제술을 권고받았을 뿐 아니라 입원·수술 일정까지 잡아 둔 상태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심장질환 진단비와 수술비를 담보하는 계약인 만큼 심장질환 진단 사실과 치료 계획은 보험사고 발생 확률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특히 김 씨가 약 15년간 흥국화재 보험설계사로 활동해 보험상품과 보장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 계약 직후 다른 보험사 세 곳과 유사 보장 계약을 맺으면서 직업을 보험설계사가 아닌 방과후교사로 적었고, 가입 후 1년 이내 수술 시 가입금액의 50%만 지급된다는 조건을 의식해 1년이 지난 뒤에 수술을 받았다며 보험금 편취 의도를 주장했습니다. 항소심에서는 이 수술이 계약 체결 전에 이미 발생이 확실시된 것이어서 보험사고 자체가 아니라는 주장도 폈습니다.

법원의 판단

광주고등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정현식 부장판사)는 흥국화재가 보험계약자 김 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흥국화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패소 판결한 1심과 마찬가지로 김 씨의 손을 들어습니다.1)

1심은 해당 보험이 일반 보험보다 고액의 보험료를 받는 간편심사형 유병자보험이라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유병자보험의 특성상 통상적인 진료 관련 사항은 대폭 제외되었으므로, 과거 진단 사실 전부를 고지의무 대상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김 씨가 9월 13일에 진료를 받은 날짜는 계약일인 12월 14일로부터 '3개월에서 단 1일을 초과'한 시점이므로, 문언상 '최근 3개월 이내'에 해당하지 않아 김 씨가 허위 고지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진료를 통해 후속적으로 예정된 입원이나 수술 일자를 기준으로 3개월 이내를 판단하는 것은 약관해석의 일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항소심 재판부는 김 씨가 앞서 6월에 심방세동 진단을 받은 후 흥국화재로부터 이미 관련 보험금을 받은 이력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김 씨가 다른 가입 조건에서 심장질환을 이유로 인수가 거절되어 현재의 비싼 보험으로 가입하는 등, 흥국화재가 김 씨의 질환 진행 경과나 진료 내역을 충분히 알거나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흥국화재가 추가 조사를 하지 않은 이상 질문표 외의 위험을 스스로 인수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김 씨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거나 기망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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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해설

간편심사보험(유병자보험)을 둘러싼 보험소송에서 자주 발생하는 고지의무 위반 분쟁 사례입니다. 일반 보험과 달리 유병자보험은 가입 시 묻는 질문이 매우 간소화되어 있습니다. 유사 하급심 판결에서도 청약서 질문표에 명시된 기간(예: 3개월, 1년, 5년)을 단 하루라도 벗어난 진료 기록이나 수술 소견에 대해서는 자발적으로 알리지 않았더라도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승패를 가른 중요한 기준은 '보험사가 피보험자의 상태를 사전에 인지할 수 있었는가'입니다. 계약자가 과거에 같은 보험사에서 동일한 질병이나 질병 코드로 보험금을 수령한 적이 있다면, 보험사는 계약 심사 과정이나 전산 기록을 통해 기왕증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경우 보험사가 질문표 외의 사항에 대해 스스로 위험을 떠안았다고 보아 계약자에게 고의나 중과실의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실무적으로 보험 가입을 준비하실 때는 자신의 의무기록사본, 진단서, 과거 건강검진 결과를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질문표의 '기간 산정(역산)'은 매우 엄격하게 잣대가 적용되므로 진료일자를 정확히 계산하는 것이 훗날의 분쟁을 예방하는 첫걸음입니다.  

만약 보험사가 질문표 밖의 사항이나 막연한 인과관계를 이유로 일방적인 계약 해지나 보험금 지급 면책을 통보한다면, 초기부터 해당 진료 내용이 질문표의 기간 및 요건에 정확히 부합하는지 꼼꼼히 대조하십시오. 부당한 처분이라고 판단된다면 사고경위와 의무기록을 철저히 분석하여 객관적이고 법리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본 글은 실제 판결과 보험 실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유사한 분쟁은 사실관계와 약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1) 흥국화재의 대법원 상고 포기로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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