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삐어 도수치료 27회 받았더니
"과잉치료" 부지급
법원 "보험금 480만원 전액 지급하라"
최근 대구지방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주치의 판단하에 시행된 비급여 치료에 대해, 사후적인 진료기록 감정 결과만으로 보험사가 보상을 거절할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환자의 증상과 담당 의사의 의학적 소견을 존중하고, 약관해석의 원칙을 명확히 적용해 가입자의 권리를 인정한 것입니다.
상해나 질병으로 인한 통원치료 과정에서 유사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가 이번 법원 판결의 의미와 구체적인 대응 방법을 짚어드립니다.
사건 개요
보험계약자인 김 모 씨(원고)의 배우자는 2009년 7월 현대해상화재보험(피고 보험사)과 상해통원의료비 특약이 포함된 실손보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피보험자인 김 씨는 2021년 6월경 대구의 한 지하철역 출구 인근에서 우측 발목을 접질렸습니다. 인근 한의원에서 '발목 염좌 및 긴장' 진단을 받고 16회 통원치료를 받았습니다. 이후에도 통증이 지속되자 정형외과로 병원을 옮겨 2021년 7월부터 11월까지 주치의 처방 아래 도수치료 27회와 체외충격파 치료 29회를 받았습니다.
김 씨는 2023년 2월 총 585만여 원의 치료비를 보험금으로 청구했으나, 피고 보험사는 손해사정 과정에서 초기 진료분에 해당하는 약 103만 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약 482만 원은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과다 진료라며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김 씨는 현대해상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인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김 씨의 청구를 받아들였고, 피고 보험사가 항소했습니다.
쟁점 정리
◗ 상해통원의료비 약관에 도수치료 및 체외충격파 치료 횟수 제한 규정이 있는지 여부
◗ 장기간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보존적 비급여 치료를 객관적인 과다 진료로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
◗ 사후적으로 실시된 진료기록 감정 결과가 환자를 직접 진료한 주치의의 임상적 판단보다 우선할 수 있는지 여부 및 이에 따른 약관해석의 방향
보험계약자 측 주장
김 씨는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발목 상해를 입었으며, 통증 완화를 위해 정형외과 전문의의 정당한 진단서 발급과 처방에 따라 성실히 통원치료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약관은 상해를 입고 병원 또는 의원에 통원하여 치료를 받은 경우 통원제비용을 보상한다고만 정하고 있을 뿐, 치료의 종류나 횟수를 제한하지 않으므로 실제 지출한 치료비 전액이 보상대상이라는 취지입니다.
보험사 주장
피고 보험사는 김 씨의 상해 정도에 비추어 볼 때 약 4개월간 진행된 수십 차례의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 치료는 의학적 타당성이 부족한 과도한 진료 행위라고 반박했습니다. 실손의료보험의 취지상 적정 범위에 해당하는 초기 치료(도수치료 6회, 체외충격파 3회)에 대한 비용만 보상할 책임이 있으며,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약관상 보상하지 않는 손해에 해당하므로 지급할 수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의료기관의 비급여 항목 과잉치료로 실손의료비보험의 손해율이 악화되고 있다는 사정도 함께 내세웠습니다.
법원의 판단
대구지방법원 제4-1민사부(재판장 장래아 부장판사)는 김 씨가 현대해상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현대해상을 항소를 기각하고 김 씨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습니다.1)
재판부는 먼저 치료의 필요성 판단에 관한 기준을 밝혔습니다. 어떤 치료가 어떤 목적으로 이루어졌는지는 담당 진료의의 전문적 판단과 제반 사정을 종합해 평가할 사항이지만, 그 판단에 특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으면 이를 존중할 필요가 있으므로, 단지 사후적으로 치료 일부가 필요성이 없다는 감정의견이 제출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보험계약 해석상 환자의 불이익으로 돌리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1다234368 판결 취지 참조).
이어 해당 보험계약 약관에 상해통원의료비를 보장한다고 규정되어 있을 뿐, 도수치료나 체외충격파 치료의 횟수를 제한하거나 반드시 최적의 치료에만 보장한다는 내용이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재판부는 실손보험의 손해율 악화라는 보험업계의 사정이 있더라도, 약관 조항의 뜻이 다의적으로 해석될 때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도 재차 확인했습니다. 또한, 급성 발목 염좌 후 도수치료를 권장하는 의학적 견해와 치료 효과가 입증된 연구가 존재하므로 담당 진료의의 치료 방향 결정이 부당하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도수치료는 통증이나 부종 호전을 목적으로 하는 보존적 치료로서 중단 시점을 확정하기 어렵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재판부는 설명했습니다. 결론적으로 1심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 결과에서 사후적으로 일부 치료의 필요성이 부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받은 치료 전체를 과다 진료로 보아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판시하며 보험사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해설
최근 척추 질환이나 관절 상해로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자기공명영상(MRI) 등 비급여 치료를 장기간 받을 경우,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유사 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과 대법원 판례 등 여러 유사 사건에서 재판부의 긍정적인 판단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잣대는 당해 보험약관의 구체적 규정 확인과 주치의 소견의 의학적 타당성 입증입니다. 과거 판매된 구 실손보험의 경우 비급여 치료에 대한 명시적인 횟수 제한 규정이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담당 진료의의 판단에 뚜렷한 오류가 없는 한 사후적인 의료자문이나 감정 결과만을 바탕으로 보험사 면책이 인정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러한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초기부터 철저한 증거 확보와 체계적인 대처가 요구됩니다. 첫째, 병원 방문 시 발급받는 단순한 진료비 영수증 외에도 구체적인 상해 사고 경위와 인과관계가 명확히 기록된 의무기록지를 확보해야 합니다. 둘째, 해당 비급여 치료가 지속적으로 필요했던 임상적 이유와 증상 개선 정도가 상세히 기재된 주치의의 추가 진단서나 소견서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손해사정 단계나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보험사가 무리하게 외부 의료기관의 자문 동의를 요구할 경우, 섣불리 서명하기보다는 자신의 주치의 소견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부당하게 지급 거절 통보를 받았다면 당황하지 마시고, 관련 법리에 밝은 법률 전문가의 세심한 조력을 받아 법원의 공정한 판단을 구하는 민사 소송을 준비하시길 권유합니다.
유사한 분쟁은 사실관계와 약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1) 현대해상의 대법원 상고 포기로 2심 판결이 2026년 7월 21일 확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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