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난소 절제한 폐경기 여성,
"예방 절제도 치료 목적이면 보험 보호"
보험사는 "오른쪽 난소는 난소암 예방 차원에서 절제된 것일 뿐 질병 때문이 아니고, 폐경기 여성은 난소 기능에 실질적 변화도 없다"며 지급을 거부했지만, 법원은 약관 문언에 충실한 해석과 대법원 판례 법리를 근거로 보험계약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번 판결은 의학적 표준 지침에 따른 예방적 수술을 약관해석상 치료의 범주로 폭넓게 인정한 사례입니다. 향후 유사한 보험금 청구 분쟁에서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건 개요
보험계약자이자 피보험자인 정 모 씨는 지난 2014년 1월 흥국화재해상보험(피고 보험사)과 질병후유장해(80% 미만) 발생 시 가입금액 50,000,000원을 보장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 후 2023년 9월, 정 씨는 병원에서 왼쪽 난소에 7cm 크기의 양성 신생물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담당 의사는 왼쪽 난소 절제 수술을 진행하면서, 정 씨가 이미 폐경기에 접어들었다는 연령적 특성과 향후 오른쪽 난소에서도 유사한 병증이 발현될 가능성을 고려하여 양쪽 난소를 모두 절제하는 '복강경하 양측 부속기절제술'을 권유했습니다.
정 씨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수술을 받아 양측 난소를 모두 제거한 뒤, 보험약관 장해분류표상 '흉복부장기 기능에 뚜렷한 장해를 남긴 때(양쪽 난소를 모두 잃었을 때, 지급률 50%)'에 해당한다며 피고 보험사에 2,500만 원의 후유장해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보험사는 정상적인 오른쪽 난소까지 제거한 것은 질병 치료가 아닌 예방적 수술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결국 분쟁은 민사 소송으로 이어졌고, 1심에서 일부 패소한 피고 보험사가 항소하면서 항소심 판단까지 받게 됐습니다.
쟁점 정리
◗ 왼쪽 난소의 질병을 치료하면서 정상 상태인 오른쪽 난소까지 예방 목적으로 함께 절제한 행위를 질병의 직접적인 치료 과정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 약관에 규정된 장해의 정의인 '질병에 대하여 치유된 후 신체에 남아있는 영구적인 훼손상태'에서 질병이 발생한 부위와 실제 훼손된 신체 부위가 반드시 일치해야 하는지 여부
◗ 이미 폐경기를 지난 여성의 난소 절제 행위가 신체 및 생식 기능에 실질적인 변화를 초래하여 약관상 장해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
보험계약자 측 주장
정 씨(원고) 측은 담당 의사의 의학적 소견과 권고에 따라 왼쪽 난소 종양을 치료하는 동시에 향후 발생 가능한 난소암을 예방하기 위해 양쪽 난소를 한 번에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수술 후 신체에 양측 난소가 모두 상실된 영구적 훼손 상태(지급률 50%)가 남았으므로, 이는 보험약관 장해분류표가 명시한 '양쪽 난소를 모두 잃었을 때'라는 문구에 완벽히 부합하므로 보험금 지급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보험사 주장
피고 보험사는 약관상 질병후유장해 보험금이 지급되려면 질병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 결과로 장해상태가 유발되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수술 당시 제거된 오른쪽 난소는 아무런 질병이 없는 깨끗한 정상 조직이었으므로 이를 절제한 것은 보험사 면책 대상이라는 입장입니다. 아울러 정 씨는 수술 전부터 이미 폐경 상태였기 때문에 수술 전후로 난소의 기능 즉 생식기능에 실질적인 변화가 발생하지 않아 장해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양쪽 난소를 모두 절제했더라도 지급률 50%의 '흉복부장기 또는 비뇨생식기 기능에 뚜렷한 장해를 남긴 때'에 해당하지 않아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것이 피고 보험사의 논리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항소심 재판부인 전주지방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조미옥 부장판사)는 정 씨가 흥국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흥국화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승소로 판결한 1심 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밝혔습니다.1)
재판부는 먼저 어떠한 수술이 예방적 목적을 겸하여 행해졌더라도 그것이 질병의 치료 목적을 위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으면 이를 요건으로 하는 보험사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시술 현장에서의 담당 의사의 전문적 판단에 특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으면 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1. 9. 9. 선고 2021다234368 판결 등)를 판단의 기초로 삼았습니다.
재판부는 의료감정원 등의 진료감정 결과를 근거로 삼았습니다. 폐경 여성의 경우 한쪽 난소에 대형 양성 종양이 발견되면 반대쪽 정상 난소에도 유사한 병증이 나타날 확률이 있고, 예후가 불량한 난소암을 예방하기 위해 정상 난소까지 동시 절제하는 것이 대한부인종양학회 등 의학계에서 권장하는 '표준 치료 방법' 중 하나라는 점을 명확히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어떠한 수술이 예방적 목적을 함께 지니고 행해졌더라도 의사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질병 치료를 위해 이루어진 것이라면 보험사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또한 "해당 보험약관상 장해의 정의에는 질병의 발생 부위와 실제 훼손된 신체 부위가 반드시 같아야 한다거나 직접적인 치료 결과여야만 한다는 제한이 없으며, 피보험자의 연령이나 폐경 여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면책조항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뜻이 명백하지 않은 약관조항은 작성자 불이익 원칙에 따라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하므로, 피고 보험사는 정 씨에게 약정된 2,5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해설
이번 판결은 의학계의 표준적인 의료 지침과 보험약관의 객관적·획일적 해석 원칙을 결합하여 보험 소비자의 권익을 두텁게 보호해 준 매우 의미 있는 판결입니다. 대법원도 과거 예방적 목적이 포함된 시술이라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질병 치료를 위한 정당한 행위였다면 관련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태도를 취해왔습니다.
이와 같은 유사 사건에서 보험소송의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예방적으로 시행한 장기 절제나 치료 행위가 환자 개인의 자의적 선택이 아니라 의학적으로 정립된 공식 학회의 표준 권고 지침에 부합한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보험회사가 예방적 수술이라는 이유로 보험사 면책을 주장할 경우, 소비자는 다음과 같은 증거 자료와 단계별 대응 방법을 준비해야 합니다.
▶ 증거 및 진단서 확보: 담당 의사의 구체적인 수술 권유 사유가 기재된 소견서, 수술기록지, 조직검사결과지를 철저히 수집해야 합니다. 특히 진단서상에 해당 수술이 의학적 표준 가이드라인에 따른 조치였음이 명시되면 유리합니다.
▶ 1단계 청구 및 이의신청: 보험회사가 면책 통보를 해오면, 해당 장기 절제가 부인종양학회 등 공신력 있는 의학계 지침에서 권장하는 표준 치료법이라는 학회 논문이나 가이드라인 자료를 첨부하여 공식 이의신청을 제기합니다.
▶ 2단계 법적 소송 대응: 이의신청이 거절될 경우, 약관의 뜻이 모호할 때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원용하여 법원에 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소송 과정에서 법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 제도를 적극 활용해 해당 수술의 임상적 필요성을 증명하는 방향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유사한 분쟁은 사실관계와 약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1) 흥국화재의 상고 포기로 2심 판결이 2026년 6월 19일 확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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