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전문변호사 임용수 - 보험 분쟁 판례 분석 및 보험법 제4판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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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존물대위


1. 잔존물대위의 의의

가. 상법 제681조는 "보험의 목적의 전부가 멸실한 경우에 보험금액의 전부를 지급한 보험자는 그 목적에 대한 피보험자의 권리를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보험의 목적에 관한 보험자대위, 즉 잔존물대위(殘存物代位)라고 한다. 보험의 목적에 현실전손(現實全損)이 발생한 경우 피보험자의 손해를 보상해 준 보험자에게 잔존물에 관한 권리를 법률상 당연히 이전시키는 제도를 가리켜 잔존물대위라고 부른다.

이는 물건보험에서 목적물이 훼손되어 그 본래의 경제적 기능을 전부 상실한 정도에 이른 경우, 보험자는 그 잔존물의 가액을 별도로 평가하지 않고 전손(全損)으로 처리하여 보험금액의 전부를 지급하고, 이때 그 잔존물에 대한 피보험자의 권리를 보험자에게 이전시키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화재보험에서 건물 잔해(철근, 석재 등), 선박보험에서 난파된 선박, 기계보험에서 파손된 기계, 자동차보험에서 전파된 차체 등 잔존물이 있는 경우 보험금액의 전부를 지급한 보험자가 그 잔존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한다. 자동차보험 실무에서도 차량의 전손처리 시 보험사가 차량가액 전부를 지급하고 상법 제681조에 따라 해당 차량의 처분권을 취득하는 형태로 잔존물대위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1)

나. 이 제도는 보험사고가 발생하였거나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과 동일시할 수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피보험자로 하여금 신속하게 보험금을 회수하게 함과 동시에 보험의 목적에 관한 권리를 보험자에게 이전시킴으로써 보험계약의 효용을 높이고 피보험자의 부당한 이득을 방지하기 위하여 인정된 것이라는 점에서, 보험위부(상법 제710조)와 유사한 성질을 가진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첫째, 잔존물대위는 보험의 목적에 대한 현실적인 전손이 있는 경우에 당사자 사이의 의사표시를 요하지 않고 법률상 당연히 이루어지지만, 보험위부는 보험의 목적이 전부 멸실된 것과 동일시되는 사고(추정전손)가 발생한 경우에 피보험자의 의사표시의 효과로써 보험목적에 대한 권리를 보험자에게 이전시킨다. 둘째, 잔존물대위에서 보험자는 피보험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액 이상으로 잔존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할 수 없으나, 보험위부에서는 위부된 목적물의 가액이 피보험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액을 초과하더라도 위부된 목적물 전부에 대한 보험자의 소유가 가능하다.

외국의 입법례 가운데에는 해상보험의 경우에만 잔존물대위를 인정하는 예가 많은데 비하여,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육상보험의 경우에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2)

또한 잔존물대위는 손해보험에서만 인정되고, 인보험에 대해서는 그 성질상 인정될 여지가 없다(상법 제729조 본문 참조). 한편 잔존물이란 '보험목적의 잔존물'을 의미하므로, 그 보험의 목적이 무형의 채권 등과 같이 잔존물 자체를 관념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잔존물대위가 성립할 수 없다.3)



2. 잔존물대위의 요건

가. 보험목적의 전부멸실


보험의 목적이 보험사고로 전부멸실된 경우에만 잔존물대위가 가능하다. 보험의 목적물의 일부에 대하여 손해가 생김으로써 보험자가 그 손해를 보상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잔존물대위가 성립하지 않는다. 보험목적의 일부에 손해가 생긴 분손(分損)의 경우는 실손보상의 원칙에 따라 보험금 지급에 있어서 그 잔존물의 가액을 미리 공제하여 손해가 산정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전부멸실'이란 전손(全損)과 같은 의미로서, 일반적으로 보험의 목적이 그 본래의 용법에 의한 경제적 효용의 전부를 잃는 것을 가리키며,4) 반드시 목적물이 물리적으로 완전히 소멸한 것(물리적 전부멸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잔존물의 일부가 남아 있는 경우에도 경제적 관점에서 그 이용이 불가능한 때에는 목적물이 전부멸실된 경우에 해당한다.5)

보험 실무상으로는 전손인지 분손인지의 판단이 곤란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손해액이 보험가액의 일정 비율을 넘으면 전손으로 간주하는 약정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예컨대 보험가액의 4분의 3 또는 5분의 4를 넘는 손해가 있는 때에는 이를 전손으로 본다고 약정하는 경우 그 약정은 유효하다. 상법은 선박의 수선비가 선박 가액의 4분의 3을 초과할 때를 선박이 수선하기 불가능하게 된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상법 제754조 제1항 제2호 참조).6)


나. 보험금액의 전부 지급

보험자가 보험금액의 전부를 피보험자에게 지급할 것을 요한다. 다만 초과보험인 경우에는 초과부분까지 지급할 필요는 없다.7) 여기서 보험금액의 전부 지급이란 보험자가 해당 보험금액 및 기타의 비용 전부를 지급한 것을 말한다. 따라서 보험자가 손해방지비용(상법 제680조 제1항 단서)이나 손해액 산정비용(상법 제676조 제2항)을 부담하는 때에는 보험금액과 함께 이들 비용까지 지급한 경우에만 잔존물대위권을 취득한다.

보험사고로 인한 피보험자의 경제적 수요를 충족시켜 준 다음에야 보험자가 그 권리를 대위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보험자가 보험금액의 일부만을 지급한 때에는 그 지급액에 비례한 피보험자의 권리도 취득할 수 없다.


3. 효과

가. 권리의 당연 이전


잔존물대위의 요건이 구비되면 피보험자의 보험의 목적에 대한 권리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당연히 보험자에게 이전된다. 이전되는 권리의 범위는 피보험자가 보험의 목적에 대하여 가지는 피보험이익에 관한 모든 권리이다. 

권리 이전의 시기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가 아니라 보험자가 보험금과 기타의 비용을 전부 지급한 때이다.8) 따라서 피보험자는 보험자로부터 보험금과 비용을 지급받기 전에는 잔존물을 타인에게 임의로 처분할 수 있다. 이 경우 보험자는 지급할 보험금에서 잔존물의 가액을 공제한 후 나머지 보험금을 지급하면 된다. 피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받은 후에 잔존물을 처분한 때에는 보험자가 피보험자에 대하여 그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잔존물에 대한 권리가 보험자에게 이전된 경우라도 피보험자는 잔존물을 점유하고 있는 동안에는 보험자에게 이전된 권리의 행사에 필요한 통지를 하는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의무를 부담한다.9)


나. 일부보험의 경우

보험의 목적물에 전손이 발생한 경우에는 일부보험인 때에도 잔존물대위가 인정된다. 이 경우 보험금액이 전부 지급되더라도 손해액의 일부만이 전보되는 데 그치므로, 보험자는 보험금액의 보험가액에 대한 비율에 따라서만 잔존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한다(상법 제681조 단서). 따라서 보험자와 피보험자는 그 지분에 의하여 잔존물을 공유하게 된다(공유관계). 예를 들어, 보험가액이 5억 원인 선박을 보험금액 4억 원으로 일부보험에 부보한 경우 전손 후 선박 잔존물에 대하여 보험자는 5분의 4의 권리를, 피보험자는 5분의 1의 권리를 각각 취득한다.
 

다. 이전되는 권리

잔존물대위는 보험금액 전부를 지급한 보험자에게 잔존물의 가치를 귀속시키는 제도이므로, 이전되는 권리를 피보험자의 소유권으로 한정시킬 이유는 없고, 경제적 이익이 인정되는 이상 채권, 용익권 등 모든 권리가 이에 포함된다.

라. 잔존물에 대한 의무 부담과 대위권 포기 특약의 효력

보험자가 잔존물의 권리를 취득한 경우에는 그 잔존물에 부수된 의무도 함께 부담하게 된다. 예를 들어, 선박보험에서 선박이 난파되어 전손이 발생하고 잔존물대위에 의해 보험자가 난파선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 보험자는 그 난파선이 선박의 항행을 방해하거나 방해할 우려가 있으면 장해물을 제거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 제40조).

잔존물에 대한 보험자의 권리 취득이 대체로 보험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언제나 그러한 것은 아니다. 특히 잔존물에 대한 의무 부담이 잔존물의 가치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대위권의 행사가 보험자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잔존물 제거 비용(난파선의 제거 비용)이 난파선의 가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제거 비용이 보험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부담을 면하기 위하여, 보험자는 약관에 대위권 포기를 전제로 '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고 잔존물을 취득할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에는 그 잔존물은 회사의 소유가 된다'라는 취지의 조항10)을 두어, 잔존물의 소유 및 잔존물에 대한 공법상·사법상 부담을 피보험자에게 귀속시킴을 원칙으로 하는 특약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특약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자의 잔존물 취득 의사표시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잔존물에 대한 모든 권리가 피보험자에게 귀속된다.11) 다만 보험자는 대위권을 포기할 경우 지체 없이 그 사실을 피보험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이처럼 보험자가 특별히 잔존물을 취득할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이상 잔존물은 피보험자에게 귀속되나, 피보험자는 보험자에게 잔존물 제거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12)

보험자의 잔존물 취득 의사표시는 피보험자의 권익 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보험금 지급 후에는 할 수 없다고 풀이된다.



1) 자동차 전손 처리 시 차량가액 전부를 지급한 보험사가 상법 제681조에 따라 피해 차량의 처분권을 취득한다는 것은 자동차보험 실무상 널리 인정되고 있다.
2) 최기원, 321면.
3) 보험의 목적이 무형의 채권 등에 해당하여 잔존물 자체를 관념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잔존물대위가 성립할 수 없다.
4) 동지: 김성태, 442면; 최기원 321면. 최기원 교수는 "도난보험의 경우 보험의 목적물이 도난당한 때는 전손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이후에 도난당한 목적물을 회수하게 되면 이를 잔존물이라고 할 수 있고 보험자의 잔존물대위가 인정된다"라고 한다.
5) 동지: 김성태, 443-444면; 양승규, 240면; 정찬형, 616면.
6) 상법 제754조 제1항 제2호는 선박의 수선비가 선박의 가액의 4분의 3을 초과할 때를 선박이 수선하기 불가능하게 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참고로 보험위부의 원인에 관하여 상법 제710조 제2호는 선박이 보험사고로 인하여 심하게 훼손되어 이를 수선하기 위한 비용이 수선하였을 때의 가액을 초과하리라고 예상될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7) 동지: 최기원, 322면.
8) 권리 이전의 효력은 보험금 지급 시 발생한다. 이는 보험자대위 일반에 공통되는 법리이며, 대법원 1981. 7. 7. 선고 80다1643 판결은 청구권대위에 관하여 이와 동일한 법리를 명확히 하였다.
9) 동지: 양승규, 243면; 김성태, 445면.
10) 화재보험표준약관 관련 조항 참조.
11) 동지: 양승규, 244면; 최기원, 322-323면; 정찬형, 617면; 김성태, 445면.
12) 
잔존물 제거 비용은 보험가입금액을 초과한 경우에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화재보험표준약관에서는 잔존물 제거 비용이 재산손해액의 10%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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