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방지·경감의무1)란 손해보험에서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손해의 방지와 경감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의무를 말한다(상법 제680조 제1항 본문). 손해방지·경감을 위하여 필요 또는 유익하였던 비용과 보상액의 합계가 보험금액을 초과한 경우라도 보험자는 이를 부담한다(상법 제680조 제1항 단서). 즉 담보위험에 기인하는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행위에 소요된 비용이라면 보험자는 이를 전부 보상하여야 한다.
2. 이론적 근거
손해방지의무의 이론적 근거에 관하여 학설은 신의칙설2)과 보험사고우연성설3)로 나뉜다. 이 의무는 보험자에 대한 신의성실의 원칙과 보험계약의 선의성에 기초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손해방지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여 손해를 확대시키고 보험자로 하여금 과다한 보험금을 지출하게 하는 것은 보험단체 구성원 전체에게 불이익이 되고 국민경제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3. 법적 성질
손해방지의무는 계약당사자인 보험계약자뿐만 아니라 손해방지·경감과 직접 관계가 있는 피보험자도 부담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간접의무로 볼 수 없다. 보험계약의 사행성에 비추어 보험의 목적에 대한 관리자이자 보험계약상 이익을 받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형평의 견지에서 법이 특별히 인정한 법적 의무이다(통설).4) 이 의무를 위반한 경우 보험자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를 보험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
4. 의무자
손해방지의무를 부담하는 자는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이다(상법 제680조 제1항 본문). 또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대리인, 예컨대 지배인이나 선장과 같이 포괄적 대리권을 가진 자도 이 의무를 진다.5) 의무자가 여러 명인 경우에는 각자 독립적으로 이 의무를 부담하며, 의무자 중 일부가 이를 위반하였더라도 다른 관계자가 대신 이행한 때에는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본다.6)
5. 의무의 내용
가. 의무의 시기와 종기
상법 제680조 제1항은 손해의 방지·경감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그 시기에 대해서는 정하지 않고 있다. 보험사고 발생 전부터 의무가 개시된다는 견해7)도 있으나, 손해방지의무는 보험사고의 발생을 전제로 손해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8) 그러므로 보험사고의 발생 자체를 미리 방지하는 것은 이 의무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책임보험에서 피보험자의 법률상 책임 유무가 판명되지 않은 상태도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9) 의무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지 못한 때에는 이행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사고 발생 사실을 안 때부터 이 의무를 부담한다. 종기는 더 이상 손해방지·경감의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는 때10) 또는 보험자가 직접 손해방지·경감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 때이다.
나. 노력의 대상과 정도
의무자는 손해의 방지와 경감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상법 제680조 제1항 본문). 보험자가 보상할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를 방지·경감할 목적의 행위이므로, 예컨대 전손만을 담보하는 보험계약에서 분손의 위험만 있는 경우에는 상법상 손해방지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11)
이 의무의 내용에는 직접적인 방지·경감 행위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방지·경감 행위도 포함된다. 그러나 그 손해는 피보험이익의 구체적 침해의 결과로 발생하는 손해만을 의미한다. 따라서 보험자대위권이나 구상권과 같이 보험자가 손해보상 후에 취득하게 되는 이익을 상실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보험자에게 부담되는 손해까지도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12)
손해보험에서 피보험자가 손해의 확대를 방지하기 위하여 지출한 필요 또는 유익한 비용을 보험자가 부담하게 되어 있는 경우, 이는 원칙적으로 보험사고의 발생을 전제로 하므로 보험자가 보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사고에 대해서는 이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로 인한 보험자의 비용 부담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사고 발생 시 피보험자의 법률상 책임 여부가 판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보험자가 손해 확대 방지를 위한 긴급한 행위를 한 경우에는 이로 인하여 발생한 필요·유익한 비용도 손해 확대 방지를 위한 비용으로서 보험자가 부담해야 한다.13)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는 손해의 방지와 경감을 행위의 목적으로 하면 되는 것이므로 반드시 보험자를 위하여 하는 행위임을 인식할 필요는 없다.
손해방지·경감을 위한 노력의 방법과 정도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다.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보험에 가입하였다고 하여 가입하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자기의 이익에 대하여 손해방지·경감을 위하여 기울이는 정도의 노력을 하면 충분하다.14) 이러한 노력을 한 이상 손해방지·경감의 효과가 반드시 나타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보험자가 보험사고 발생의 통지를 받고 손해방지·경감에 관한 지시를 한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는 그 지시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다수설).15)
6. 의무 위반의 효과
손해방지의무를 게을리한 경우의 효과에 관하여 상법은 명문 규정을 두지 않고 있어 학설이 대립한다. 경과실의 경우에도 채무불이행 일반원칙에 따라 손해배상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견해16)도 있으나, 다수설17)은 경과실의 경우는 제외하고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의무 위반의 경우에만 보험자가 지급할 보험금에서 의무를 이행하였더라면 방지 또는 경감할 수 있었으리라고 인정되는 손해액을 공제 또는 상계하여 지급하면 된다고 본다. 대법원 판례도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손해방지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보험자는 손해방지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 즉 의무 위반이 없었다면 방지 또는 경감할 수 있었으리라고 인정되는 손해액에 대하여 배상을 청구하거나 지급할 보험금과 상계하여 이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만을 보험금으로 지급할 수 있으나, 경과실로 위반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판시하여 다수설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18)
손해방지의무 위반에 관한 증명책임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액을 주장하며 면책을 받으려는 보험자가 부담한다.19)
7. 비용의 부담
가. 보험자의 부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손해의 방지와 경감을 위하여 지출한 손해방지비용은 보험자가 부담한다. 손해방지비용이란 보험자가 담보하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그 사고로 인한 손해의 발생을 방지하거나 손해의 확대를 방지함은 물론 손해를 경감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에 필요하거나 유익하였던 비용을 말한다. 이 비용과 보상액의 합계가 보험금액을 초과한 경우에도 보험자가 이를 부담한다(상법 제680조 제1항 단서). 손해방지비용은 보험자가 부담할 보상책임의 범위를 감소시키기 위해 지출된 비용으로서 보험자의 이익에도 부합하고, 손해방지의무를 부과한 것에 상응하여 손해방지를 장려하려는 공익적 이유도 있기 때문이다.20)
보험약관에서 보험자가 손해방지비용을 부담하지 않거나 보험금액의 한도 내에서만 부담한다고 규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약관의 효력에 관하여는 무효설,21) 유효설,22) 제한적 유효설23)이 대립하나, 상법 제663조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위반되어 모두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24)
나. 손해 확대 방지를 위한 긴급행위의 비용
손해방지비용은 원칙적으로 보험사고의 발생을 전제로 하므로 보험자가 보상책임을 지지 않는 사고에 대한 비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책임보험에서 보험사고 발생 시 피보험자의 법률상 책임 여부가 판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보험자가 손해 확대 방지를 위한 긴급한 행위를 하면서 비용을 지출하였다면, 보험자는 이러한 비용도 부담하여야 한다. 대법원 판례는 자동차종합보험의 피보험자가 자신의 책임 유무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피해자의 치료비 채무에 대하여 연대보증을 하고 그 치료비를 지급한 경우 이를 손해방지비용으로 보아 보험자가 부담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25)
다. 누수 사고와 손해방지비용의 범위
책임보험에서는 건축물 등에 누수가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피보험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비로소 보상 대상이 된다. 방수공사의 세부 작업 가운데 누수가 발생한 후 누수 부위나 원인을 찾는 작업과 관련된 탐지비용, 누수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해서 제3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미리 방지하는 작업이나 이미 제3자에게 발생한 손해의 확대를 방지하는 작업과 관련된 공사비용 등은 손해방지비용에 해당한다.26)
라. 책임보험 피보험자가 지출한 방어비용
(1) 의의
방어비용이란 책임보험에서 피해자가 보험사고로 손해를 입고 피보험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한 경우에 피보험자가 그 방어를 위하여 지출한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필요 비용을 말한다. 책임보험에서 피보험자가 제3자의 청구를 방어하기 위하여 지출한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필요 비용은 보험의 목적에 포함된 것으로 하고, 피보험자는 보험자에 대하여 그 비용의 선급을 청구할 수 있다(상법 제720조 제1항 전단). 즉 피보험자가 방어를 위하여 지출한 변호사보수 등의 방어비용은 보험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피보험자가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인 사업자이고, 변호사보수와 관련한 부가가치세가 피보험자의 매출세액에서 공제받거나 환급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 상당액은 방어비용에 해당하지 않는다.27)
(2) 성질
보험급여는 금전으로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나, 현물보상 등 기타의 급여 방식도 인정된다. 피보험자의 제3자에 대한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방어는 금전 이외의 보험급여의 일종에 해당한다.28) 따라서 피보험자가 방어를 위하여 지출한 비용은 당연히 책임보험자가 부담하여야 한다. 책임보험자는 방어비용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피보험자를 대신해서 제3자의 청구를 방어할 수도 있다.
(3) 손해방지비용과의 구별
방어비용이 상법 제680조 제1항의 손해방지비용과 같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손해방지비용설29)과 보험급여설30)이 대립한다. 방어비용은 본래의 보험급여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손해방지비용과는 엄밀히 구별되어야 한다. 대법원 판례도 방어비용과 손해방지비용은 서로 구별되는 것이므로 약관에서 손해방지비용과 관련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규정이 당연히 방어비용에 대해서도 적용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 구별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31)
1) 이 의무를 '손해방지의무' 또는 '손해방지·경감의무'라고도 부른다.
2) 강·임, 604-605면.
3) 정희철, 77면.
4) 동지: 양승규, 231면; 정찬형, 610-611면; 정희철, 424면.
5) 동지: 양승규, 231-232면; 최기원, 306면; 김성태, 430면.
6) 동지: 최기원, 306면; 손주찬, 591면.
7) 채이식, 542면; 강·임, 605면.
8) 동지: 김성태, 605면; 손주찬, 591면.
9) 동지: 대법원 2003. 6. 27. 선고 2003다6958 판결.
10) 동지: 최기원, 308면.
11) 동지: 정찬형, 611면; 양승규, 223면.
12) 동지: 서울고등법원 1999. 2. 3. 선고 98나36360 판결.
13) 동지: 대법원1993. 1. 12. 선고 91다42777 판결, 대법원 1994. 9. 9. 선고 94다16663 판결. 이 판결들은 '판례도 자동차소유자인 피보험자가 사고 직후 자신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가운데 중상을 입어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신속하게 치료받게 함으로써 더 이상의 피해 상태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치료비 채무를 연대보증 했다면 이러한 행위는 피보험자의 책임 유무가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할 경우에 대비하여 한 최소한도의 손해확대방지행위라고 보아야 하므로 이로 인하여 보험회사의 면책 통보 이전까지의 치료비로서 피보험자가 지출한 금원은 보험회사가 보상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
14) 동지: 최기원, 310면; 손주찬, 591-592면.
15) 동지: 최기원, 311면; 양승규, 233면; 김성태, 431면.
16) 최기원, 313면.
17) 양승규, 234면; 김성태, 436-437면; 정찬형, 612면.
18) 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5다6302 판결.
19) 양승규, 234면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의무 위반이 자신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기인한 것이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20) 동지: 정찬형, 612-613면; 양승규, 235면.
21) 손주찬, 592면.
22) 채이식, 544면.
23) 강·임, 607면.
24) 동지: 최기원, 316면; 김성태, 435면.
25) 대법원 1993. 1. 12. 선고 91다42777 판결, 대법원 1994. 9. 9. 선고 94다16663 판결,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다22106 판결.
26) 대법원 2022. 3. 31. 선고 2021다201085, 201092 판결.
27)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8다203692 판결.
28) 동지: 김성태, 598면.
29) 정찬형, 674면; 강·임, 655면.
30) 동지: 김성태, 601면.
28) 동지: 김성태, 598면.
29) 정찬형, 674면; 강·임, 655면.
30) 동지: 김성태, 601면.
31) 대법원 2006. 6. 30. 선고 2005다2153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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