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운전자 연못 추락사망
기왕증 있어도 상해사망보험금 지급해야
사건 개요
망인은 2023년 10월 9일 오전, 자동차 운전면허가 없는 상태에서 그랜드 카니발 승합차를 몰고 전남 화순군의 무등산 편백자연휴양림을 방문했습니다. 휴양림 내 연못 부근에서 승합차를 운전하던 중 차량이 갑자기 가속되면서 우측 철재 난간을 충격했고, 약 1미터 아래 수심 2미터 이상의 연못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며칠 뒤 망인은 연못에 빠진 차량의 앞바퀴 바깥쪽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습니다.
피고 보험사(현대해상화재보험)는 망인의 동생 배우자와 운전자 범위에 제한이 없는 자동차종합 보험계약을 체결한 상태였습니다. 유족은 자동차종합보험의 자동차상해 특별약관에 따라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망인의 직접사인이 '비후성 심근병증'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오면서 다툼이 발생했습니다. 보험사는 내인사(질병사)를 이유로 보험금지급을 거부하며 양측의 법정 공방이 시작되었습니다.
쟁점 정리
◗ 망인의 사인이 기왕증인 '비후성 심근병증'에 의한 돌연사(내인사)인지, 아니면 차량 추락 후 익사 등에 의한 상해사(외인사)인지 여부
◗ 평소 기왕증을 앓던 운전자의 사고가 보험약관상 상해사망보험금 지급 사유인 '외래의 사고'에 부합하는지 여부
◗ 질병이 사망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볼 때, 보험사 약관을 근거로 보험금을 50% 감액할 수 있는지 여부
보험계약자 측 주장
원고인 유족 측은 망인이 평소 비후성 심근병증으로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이력이 전혀 없으며 건강하게 생활해 왔다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차량이 연못에 추락하는 큰 사고가 발생했고, 망인이 차에서 빠져나와 익사한 정황이 뚜렷하므로 이는 명백한 외부 사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약관해석의 원칙에 따라 상해사망보험금 전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보험사 주장
피고 보험사는 부검 결과 망인의 직접사인이 내인사인 비후성 심근병증으로 밝혀졌으므로 보상 대상이 아니라며 보험사 면책을 고수했습니다. 나아가 이번 사건이 상해와 질병이 경합된 사고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망인의 기왕증이 사고 발생이나 사망이라는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으므로 약관에 따라 최소 50%의 기왕증 관여도를 적용해 지급할 금액을 대폭 감액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법원의 판단
[1] 1심: 원고승소
1심인 광주지법 민사1단독(채승원 부장판사)은 유족(박 씨)이 현대해상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
1심은 부검의가 비후성 심근병증을 사인으로 추정한 것은 사고 직전 급가속의 원인이나 입수 후 탈출 노력 여부 등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있음을 전제로 한 추정에 불과하다고 봤습니다. 사고로 인한 외부 충격에 의한 신체 손상, 익수의 공포와 스트레스, 물의 흡인 등 외적 요인이 비후성 심근병증의 증상을 발현하게 했거나 적어도 악화시켰을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차량 블랙박스 영상상 망인이 사고 직전 후진하다 정차 후 차량에서 내려 차량 뒤편을 살펴본 뒤 다시 탑승해 진행한 사실, 사고 장소가 연못에 난간이 설치된 좁은 외길로 순간의 방심이나 운전 부주의로 추락 위험이 있는 지형이라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사고 후 발견된 차량은 키가 켜진 상태로 꽂혀 있고 후진기어가 들어가 있었으며, 충전선이 연결된 휴대폰이 있었고, 조수석 창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차량 블랙박스 마지막 녹화에 망인의 짧은 음성이 담겨 있고, 시신이 차량 우측 앞바퀴 바깥쪽 연못 바닥 부근에서 발견된 정황을 종합하면, 망인은 연못 추락 직후 생존해 조수석 창문 등을 이용해 차량 밖으로 탈출했으나 결국 연못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봤습니다.
1심은 통상 심장질환이 발현하더라도 즉시 사망에 이르기보다는 뇌 등 다른 장기에 혈액 공급이 중단되어 조직 괴사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고, 망인이 추락 후 살아 있어 차량 밖으로 탈출까지 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만일 망인이 차량을 운전하지 않고 있었다면 휴대폰 등에 의한 신속한 연락과 응급조치 등을 통해 사망의 결과를 회피할 가능성이 있었으나, 운전하던 차량이 연못에 추락하고 신체가 물에 빠진 다음 연못 밖으로 나오지 못해 사망의 결과를 회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습니다. 비후성 심근병증이 사망에 어느 정도 관련이 있어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운전 중 발생한 사고는 사망에 이르게 된 외부적 요인으로서 사망의 주요한 원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2] 2심: 항소기각
현대해상은 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했습니다. 2심인 광주지법 민사2-2민사부(재판장 조우연 부장판사)는 유족(박 씨)가 현대해상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밝혔습니다.1) 항소심 재판부는 보험약관에 계약체결 전에 이미 존재한 신체장해·질병의 영향에 따라 상해가 중하게 된 때에는 그 영향이 없었을 때에 상당하는 금액을 결정해 지급한다는 내용이 있는 경우에 한해 피보험자의 체질 또는 소인 등이 보험사고의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했다는 사유로 보험금을 감액할 수 있다는 대법원 2006다42610 판결 및 대법원 2022다298109 판결을 인용했습니다.
항소심은 비후성 심근병증이 발병해 사고를 야기했다고 볼 수 없고, 설령 사망에 어느 정도 관련이 있어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운전 중 발생한 사고가 사망의 외부적 요인으로서 주요한 원인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또한 약관이 기왕증 면책을 규정하고 있더라도 기왕증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고, 설령 기왕증이 사고에 기여했다 하더라도 그 기여도를 알 수 있는 증거가 부족하며 약관이 정한 기여도 산정절차를 거쳤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판단해 피고 보험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해설
운전 중 심근경색이나 뇌출혈 등의 질환이 갑자기 발생해 차량이 하천이나 가로수로 돌진하여 사망하는 사건은 실무상 매우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이러한 질병 및 상해 경합 사건에서 보험사는 십중팔구 부검감정서 상의 단편적인 질병명을 내세워 보상을 거절합니다. 하지만 대법원 및 다수의 하급심 판례들은 단순히 의학적 원인에만 얽매이지 않고, 전체적인 사고 과정을 살펴 법적인 인과관계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송에서 승소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고 발생 직후 피해자의 생존 여부와 외부 환경이 사망에 미친 영향을 꼼꼼하게 입증하는 부분입니다. 이번 사안에서도 망인이 추락 후 즉사한 것이 아니라, 물속에서 창문을 열고 외부로 탈출을 시도했다는 객관적 정황이 재판부의 판단을 이끄는 결정적 기준이 되었습니다.
보험금 청구를 앞두고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자료는 경찰의 변사사건 내사결과보고서와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입니다. 영상 속의 음성 기록과 창문 개방 상태, 기어 조작 여부 등은 사고 직후 생존 사실을 증명하는 강력한 물증이 됩니다. 더불어 망인의 과거 10년 치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서를 발급받아, 사망의 원인으로 지목된 질환에 관하여 진료받은 기록이 없었음을 증명하는 서류도 진단서와 함께 반드시 준비해야 합니다.
청구 초기 단계에서는 단순히 서류만 제출하고 보험사의 결정을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손해사정 과정에서부터 블랙박스 영상 등 객관적 증거를 바탕으로 상해사망임을 명확히 적시한 서면을 제출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만약 소송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면, 보험사가 기왕증 약관을 근거로 불리한 합의를 유도할 때 섣불리 응하지 않아야 합니다. 법원을 통한 진료기록 감정 절차를 활용해 해당 질병의 관여도를 의학적으로 명확히 산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철저하게 입증하는 대처가 필요합니다.
유사한 분쟁은 사실관계와 약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1) 현대해상의 상고 포기로 2심 판결이 2026년 4월 7일 확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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