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전문변호사 임용수 - 보험 분쟁 판례 분석 및 보험법 제4판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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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 보험소송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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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걷다 돌연사, 부검 없어도 심근경색 진단비 받는다…법원 "혈액검사 입증 충분"


부검 못한 급성심근경색 사망,
"트로포닌 검사·법의학 소견으로 진단확정 인정"


(서울=보험소송닷컴)
근무지 인근 인도를 걷던 30대 아들이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져 사망한 사건에서, 부검 없이 시행된 트로포닌(Troponin I) 검사와 법의학 소견서만으로 급성심근경색증 진단확정을 인정한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보험사는 약관상 명확한 사전 검사 결과나 과거 치료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가입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약관 해석은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돌연사 사건에서 부검 없이 의학적 정황 증거만으로 보험사고 해당성을 폭넓게 인정한 의미 있는 결과입니다.

판결요지: 피보험자가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의심되는 돌연사를 한 사안에서, 생전 치료 기록이나 부검 결과가 없더라도 사후 트로포닌 아이 혈액검사 양성 반응과 전조 증상 등을 종합해 사인을 추정할 수 있다면 보험사는 사망수익자에게 진단비 8,000만 원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

사건 개요

원고(지 모 씨, 유족)는 2017년 3월 아들(망인)을 피보험자로, 본인을 사망수익자로 지정하여 케이비손해보험(피고 보험사)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 상품의 특별약관에는 피보험자가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진단 확정될 경우 총 8,000만 원의 진단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망인은 2024년 7월 31일 정오 무렵 근무지 근처 인도를 걷던 중 갑자기 멈춰 서서 가슴을 부여잡고 있다가 약 40초 뒤 혼자 쓰러졌습니다. 119구급대에 의해 응급실로 이송되었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당일 오후 1시 17분경 사망했습니다. 망인은 약 3년 전 고혈압 진단을 받은 사실 외에는 심장질환과 관련된 과거 병력이 없었습니다. 사후 법의학 전문의 출신 검시관은 말초혈액을 채취해 트로포닌 정성 반응 검사를 시행했고, 양성 반응을 확인했습니다. 추가로 뇌척수액 흡인검사 등을 한 결과를 토대로 직접 사인을 '급성심근경색(추정)', 2차 사인을 '허혈성 심장질환(추정)'으로 판단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유족은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피고 보험사가 거절하면서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쟁점 정리

◗ 사망으로 인해 약관에서 정한 심전도 등 정밀 검사를 받지 못한 경우, 진단 확정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 과거 치료 이력이 없는 상태에서 돌연사했을 때 약관의 예외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는지 여부  

◗ 유족이 부검을 원하지 않아 시행하지 않은 결과를 보험수익자의 불이익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

◗ 사후 사체 검안 과정에서 시행한 트로포닌 아이(Troponin I) 혈액검사 결과를 객관적 증명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보험계약자 측 주장

유족인 원고 측은 망인이 평소 고도 비만이었고 약 10년간 흡연을 해왔으며, 사망 1~2주 전부터 흉부 압박감과 구토 등 대표적인 전조 증상을 겪었다고 호소했습니다. 특히 사망 직후 법의학 검시관이 사체에서 채취한 말초혈액으로 트로포닌 검사를 시행한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으므로, 이는 급성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을 입증하는 충분한 의학적 증거라며 진단비 8,000만 원 지급을 촉구했습니다.

보험사 주장

피고 보험사는 약관에 따라 심전도나 심장초음파 등의 검사를 기초로 의사가 질환을 확정해야 하며, 사망으로 검사가 불가능한 경우 과거 진단 또는 치료 기록이 있어야만 예외적으로 인정된다고 맞섰습니다. 또한 혈중 트로포닌 수치 상승은 다른 질환으로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 수치만으로 사인을 확정하기 어렵고, 유족이 부검을 거부해 사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면책되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9단독 조영기 부장판사(이하 '법원')는 유족(지 씨)이 케이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1) 법원은 의사의 진단을 받을 시간적 여유조차 없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경우까지 약관상 요건을 엄격히 요구하는 것은 보험계약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약관해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전에 진단 또는 치료를 받은 경력이 없이 발병해 사망하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데, 약관이 이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부검과 관련된 보험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분명한 선을 그었습니다. 부검은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를 밝히기 위해 형사소송법상 운용하는 제도입니다. 법원은 이를 오로지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부검은 허용되지 않으며, 유족이 부검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줄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가장 중대한 쟁점인 인과관계에 대해서도 법원은 사체 검시관의 소견을 깊이 신뢰했습니다. 검시관이 단순히 트로포닌 수치 하나만 본 것이 아니라, 뇌척수액 흡인검사 등을 통해 뇌출혈 등 다른 돌연사 원인을 배제했습니다. 여기에 망인의 오랜 흡연력, 고도 비만, 사망 전 흉부 압박 증상 등을 종합해 사인을 추정한 것은 충분히 합리성이 있는 추론이라고 인정했습니다. 결국 법원은 피고 보험사가 유족에게 8,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전액 지급하라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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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해설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인한 돌연사는 생전에 병원 치료 기록이 없고, 사후 부검조차 진행되지 않아 보험회사와 다툼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영역입니다. 사망진단서나 시체검안서상 사인이 미상 또는 추정으로 기재되는 일이 매우 흔하며, 보험사는 이때마다 약관의 진단 확정 요건이나 과거 치료 이력 부재를 이유로 진단비 지급을 거부합니다.  

이러한 유사 소송에서 법원의 결정을 좌우하는 가장 주요한 기준은 부검을 대체할 만한 객관적인 의학적 정황 증거의 유무입니다. 이 판결에서 확인되듯, 단순히 쓰러졌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망 직후 진행된 기초적인 혈액검사, 다른 치명적 질환의 배제 소견, 그리고 사망 직전 환자가 보인 신체적 이상 징후 등이 종합적으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약관해석에 있어서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과 고객에게 유리한 해석의 원칙을 재판부가 적용하도록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과정도 필수적입니다.  

사고 발생 시 119 구급대원의 구급활동일지, 응급실 초진기록지, 사체검안서를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평소 건강검진에서 비만이나 고혈압 등의 위험 인자를 가지고 있었음을 증명하는 의무기록도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또한 쓰러지기 며칠 전부터 가슴 통증이나 구토 등을 호소했다는 진술서도 중요한 간접 증거가 됩니다. 가족의 죽음 앞에서 경황이 없겠지만, 장례식장이나 응급실에 파견된 검안의에게 가능한 범위 내에서 혈액검사나 체액검사를 적극적으로 요청하여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현명합니다. 

부검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미리 청구를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보험사가 면책 통보를 하더라도 상실감에 빠져있기보다, 관련 서류를 꼼꼼히 챙기고 보험소송 실무에 밝은 보험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번 판결은 진단서 등 형식적인 기록에만 의존하여 지급을 거부하던 보험사들의 심사 관행에 제동을 걸고, 억울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좋은 선례가 될 것입니다.


본 글은 실제 판결과 보험 실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유사한 분쟁은 사실관계와 약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1) 1심 판결에 대한 케이비손해보험의 항소 제기로 사건이 서울중앙지법 항소부에 계속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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