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전문변호사 임용수 - 보험 분쟁 판례 분석 및 보험법 제4판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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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고 발생의 통지의무


1. 의의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는 보험사고의 발생을 안 때는 지체 없이 보험자에게 그 통지를 발송하여야 한다(상법 제657조 제1항). 이를 보험계약자 등의 보험사고 발생의 통지의무라고 한다. 보험사고 발생을 보험자에게 신속하게 통지하도록 하여 보험자가 사고 원인의 조사, 손해 규모의 확정 및 손해 확대 방지 등을 위하여 적시에 정확한 정보를 얻어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이다.

다만, 보험계약자 등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과실의 유무를 묻지 않고 통지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보험자가 다른 경로를 통하여 보험사고 발생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는 경우에도 통지의무는 면제된다.

이 의무에는 보험자가 보험사고의 원인 등을 조사하는 데 협조하여야 할 의무(협조의무)도 포함된다.1) 



2. 법적 성질

이 의무의 법적 성질에 대하여는, 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제 조건인 동시에 보험자에 대한 진정한 의무라는 견해(진정의무설)2)가 있다. 그러나 통지의무자의 통지가 없더라도 보험자가 어떠한 경위로든 보험사고의 발생을 이미 알고 있는 경우에는 통지를 하지 않고도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이 의무를 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볼 수는 없다. 간접의무(Obliegenheit)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판례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사고 발생 통지의무에 관하여 "보험금청구를 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서 보험자에 대한 의무"라고 설시한 바 있으나,3) 이는 통지의무 해태가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맥락에서의 판시에 해당한다.


3. 위험변경·증가의 통지의무와의 구별

보험사고 발생의 통지의무(상법 제657조)는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한 후에 그 사실을 보험자에게 알리는 의무이다. 이에 반하여 위험변경·증가의 통지의무(상법 제652조)는 보험기간 중에 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보험자에게 알리는 의무로서, 보험사고 발생 전의 의무이다. 양자는 통지의 대상과 발생 시점, 위반의 효과에서 구별된다. 즉, 위험변경·증가의 통지의무 위반의 경우에는 보험자에게 계약 해지권이 인정되는 데 반하여(상법 제652조 제2항), 보험사고 발생의 통지의무 위반의 경우에는 증가된 손해에 대한 보상 책임이 면제될 뿐이다(상법 제657조 제2항).



4. 통지의무자와 상대방

가. 보험사고 발생의 통지의무자는 손해보험의 경우에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이며, 인보험의 경우에는 보험계약자 또는 보험수익자이다. 통지의무자가 여러 명인 경우에는 그 중 1인만 통지를 하면 족하다.

사고 발생의 통지는 의사표시가 아니라 단순한 사실행위(관념의 통지)에 불과하므로, 무능력자인 통지의무자도 반드시 법정대리인을 통하여 통지할 필요는 없다. 즉, 무능력자도 유효한 사고 발생의 통지를 할 수 있다.

나. 통지의 상대방은 보험자 또는 통지 수령 권한을 부여받은 자이다. 보험계약 체결의 대리권이 있는 체약대리점은 통지를 수령할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보험설계사나 보험중개사는 보험계약 체결의 대리권이 없으므로, 보험자로부터 명시적 또는 묵시적 수권이 없는 한 통지 수령 권한이 없다.



5. 통지의 방법과 시기

가. 통지의 방법에는 상법상 아무런 제한이 없으므로, 서면이든 구두이든 그 밖의 방법이든 불문한다. 보험약관에는 통지 시 보험자에게 제출할 구비 서류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가 있으나, 이것은 통지의 방식이 아니라 손해 또는 사고의 증명에 관한 것이다.4) 


나. 통지의무자는 보험사고의 발생 사실을 안 때로부터 지체 없이 통지하여야 한다. '지체 없이'란 사회 통념상 합리적인 기간 내에 통지하여야 한다는 의미로서, 통지의무자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통지가 지체 없이 발송되었다면, 보험자에게 도달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위험을 통지의무자에게 부담시킬 수는 없다.


6. 의무 위반의 효과

가. 증가된 손해에 대한 보험자 면책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가 보험사고 발생의 통지의무를 해태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증가된 때에는 보험자는 그 증가된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없다(상법 제657조 제2항). 즉, 통지의무자가 보험사고 발생의 통지를 하지 않은 경우에도 보험자의 보상 책임이 전부 면제되는 것은 아니고, 통지의 해태로 인하여 증가된 부분의 손해에 한하여 보상 책임이 면제될 뿐이다.

그러나 통지의무자가 그의 귀책사유로 보험사고 발생의 통지를 게을리 하고, 나아가 적극적으로 증거를 인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경우에는 보험자는 보험금 지급 책임 전부를 면할 수 있다고 풀이된다.

나. 보험금 지급 채무의 이행지체

보험자는 보험사고 발생의 통지를 받은 후 지체 없이 지급할 보험금을 정하고, 그 정한 날부터 10일 내에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한다(상법 제658조). 따라서 보험자는 보험사고 발생의 통지를 받을 때까지는 보험금 지급 채무에 관한 이행지체에 빠지지 않는다.

다. 소멸시효와의 관계

보험사고 발생의 통지의무 해태는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즉, 통지의무의 해태로 인하여 보험자의 보험금 지급 채무에 관하여 이행지체에 빠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보험사고 발생 시부터 진행한다.

라. 입증책임

보험사고 발생의 통지의무 위반의 경우, 증가된 손해액과 통지의 해태 사이의 인과관계, 그리고 증가된 손해의 정도에 관한 입증책임은 보험자에게 있다.



1) 동지: 양승규, 167면; 김성태, 317면.
2) 최기원, 226면; 양승규, 168면; 정희철, 440면.
3) 대법원 1993. 7. 13. 선고 92다39822 판결.
4) 강·임, 58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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