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서 쓰러진 노모
법원 "열사병 사망은 질병 아닌 상해"
이번 판결은 비슷한 온열질환 사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한 보험가입자들에게 권리 구제의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입니다.
사건 개요
원고(한 모 씨)는 2012년 12월 자신의 어머니를 피보험자로, 한 씨를 사망 시 수익자로 지정하여 피고 보험사(케이비손해보험)와 보험계약을 맺었습니다. 이 상품에는 질병사망 시 500만 원, 일반상해사망 및 추가 담보, 추모비용 등을 지급하는 특약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2024년 8월 4일 오전 10시 20분경, 한 씨의 어머니는 전남 해남군 자택 앞 텃밭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병원으로 이송된 후 담당 의사는 부검을 실시하지 않고 사체를 검안한 뒤, 사인을 열사병으로 인한 병사로 적은 사망진단서를 발급했습니다.
한 씨는 어머니의 사망이 외부 환경에 의한 상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피고 보험사는 진단서 내용을 바탕으로 질병사망보험금 500만 원만 지급하고 상해사망보험금은 거절했습니다. 이에 한 씨는 미지급된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보험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 정리
🔹열사병 사망이 보험약관에 정한 우연한 외래의 사고('상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사망진단서에 '병사'라고 기재된 사실이 보험금 지급 거절의 절대적 기준이 되는지 여부
🔹당뇨, 고혈압 등 기저질환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인정 여
보험계약자 측 주장
유족인 한 씨 측은 어머니가 폭염이라는 우연한 외부 요인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자연적인 질병 사망이 아닌 상해사망에 해당하므로, 이미 받은 질병사망보험금을 제외한 상해사망 관련 보험금과 장래의 추모비용 전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보험사 주장
보험사는 망인의 사망진단서에 '열사병으로 병사'라고 기재돼 있다는 점을 중시했습니다. 열사병을 질병으로 보아야 하며, 상해사망 담보가 아니라 질병사망 담보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또한 망인에게 당뇨와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었던 점도 질병사망 판단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결국 보험사는 상해사망보험금 지급의무를 부인하고, 질병사망보험금 지급으로 충분하다고 다퉜습니다.
법원의 판단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최영은 부장판사, 이하 '법원')은 한 씨가 케이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한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1) 법원은 보험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민사사건에서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보험약관상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사망했는지를 판단할 때도 의학적으로 완벽한 증명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법원은 망인이 숨진 시기 해남군의 기온이 최고 35도에 달하는 폭염이 계속되었다는 사실을 짚었습니다. 또한 발견 당시 사후 체온이 섭씨 38도로 정상보다 높게 측정된 점을 바탕으로 열사병 사망 가능성을 타당한 추론으로 인정했습니다.
법원은 또한 열사병이 인체의 중심 온도를 40도 이상으로 상승시켜 뇌, 신장, 간, 심혈관계 등 여러 장기 기능에 이상을 초래하는 온열질환이며, 이러한 환경 요인에 의한 온열질환은 사고사로 분류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망인에게 당뇨와 고혈압 같은 질환이 있었으나, 이 질환들이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열사병 사망을 약관상 외래의 사고로 보아, 보험사가 유족에게 미지급 상해사망보험금과 장래 지급될 추모비용의 현재가치를 더한 4,525만여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기후 변화로 빈발하는 온열질환 사고에서 보험사가 진단서 문구만으로 면책을 주장하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보험소비자의 권리가 한층 두텁게 보호될 것으로 보이며, 향후 손해사정 실무와 보험사의 보상 기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해설
여름철 밭일이나 건설 현장 등 야외 작업 중 온열질환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빈번히 발생합니다. 이때 병원에서는 의학적 기준에 따라 사망진단서에 질병 코드를 부여하고 병사로 기재하는 일이 많습니다. 보험사는 이러한 진단서 기재나 환자의 과거 질환 이력을 들어 약관해석상 질병사망에 해당한다며 보험사면책을 주장하려 시도합니다.
하지만 법원은 사망진단서의 형식적 기재에 얽매이지 않고 사망에 이르게 된 실질적인 외부 환경 요인을 중시합니다. 대법원과 다수의 지방법원 판결은 외부의 극심한 온도 변화가 사망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면, 일부 기저질환이 있었더라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유사한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초기부터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사고 당시의 기상청 온도 자료, 폭염경보 등 기상특보 발령 내역, 최초 발견 당시 체온이 기록된 구급활동일지나 응급실 진료기록부가 필수적입니다. 보험사가 자체 손해사정이나 의료자문 결과를 고집할 경우, 법원을 통한 진료기록 감정이나 법의학적 자문을 거쳐 환경 요인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준비 단계부터 상세한 의무기록을 바탕으로 대응 방향을 세우는 것이 정당한 보험금을 인정받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유사한 분쟁은 사실관계와 약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1) 원고일부승소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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