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벙커 만취 사망도 '외래의 사고', 상해보험금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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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 벙커 안 만취 사망도 '재해 사망' (AI 생성 이미지) |
사건 개요: 40일 만에 발견된 시신과 2년에 걸친 법정 공방
사건의 발단은 2013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30대 남성 윤 모 씨는 7월 초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두절되었고, 40여 일 만에 서울 성북구 인근의 한 군 벙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발견 당시 상황은 참혹했습니다.
▶ 시신 상태: 부패가 진행된 상태로 앉은 자세로 발견됨.
▶ 주변 정황: 소주병과 맥주병이 발견되었고, 부검 결과 알코올 농도는 0.364%로 확인됨.
▶ 날씨: 당시 서울의 한낮 기온은 32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였음.
윤 씨는 생전 한화손해보험에 가입하여 상해사망 시 1억 원을 지급받는 보험 계약을 맺은 상태였습니다. 유족이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이를 거절하고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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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 벙커 안의 모습 (AI 생성 이미지) |
보험사 주장: "자살예방센터 전화했다...명백한 고의 자살"
보험사(한화손해보험) 측은 1심에 이어 2심(항소심)에서도 크게 두 가지 논리로 완강히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1. 원인 불명: 시신이 부패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알 수 없으므로, 보험 약관에서 정한 '우연한 외래의 사고'가 아니다.
2. 면책 사유(자살): 윤 씨가 사고 전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았고, 실종 직전 자살예방센터에 상담 전화를 한 사실이 있다. 이는 심신상실 상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므로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
법원의 판단: "찜통더위와 술은 외부 요인... 자살 단정 못해"
서울중앙지법(1심)에 이어 서울고법 제10민사부(2심) 역시 보험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보험사는 유족에게 1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유지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다음 논리를 재확인했습니다.
▶ 외부 요인의 인정 (사고의 외래성): 부검 결과 내인성 질병(지병)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32도의 무더운 날씨에 통풍이 안 되는 벙커 안에서 만취 상태로 머물면 열사병 등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즉, '더위'와 '술'은 사망을 유발한 외부적 요인(상해)이라는 것입니다.
▶ 자살 증거 부족: 윤 씨가 자살예방센터에 전화를 걸어 상담한 이력은 있지만,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발견 당시 모습이 잠을 자고 있는 자세 그대로였으며, 알코올 농도(0.364%)가 치사량(0.45%) 미만인 점을 들어, 보험사가 주장하는 '고의 자살'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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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주 및 폭염은 외부 요인" (AI 생성 이미지) |
보험전문변호사 해설: 임용수 변호사의 'CaseMemo'
이번 항소 기각 판결은 '사인 미상' 사고에서 상해 인정 범위를 넓힌 중요한 사례로 남게 되었습니다.
▶ 항소심 판결의 의미: 보험사가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심인 서울고법 역시 '폭염'과 '음주'를 사고의 외부적 요인으로 인정했습니다. 이는 해당 법리 해석이 매우 견고함을 보여줍니다.
▶ 입증 책임의 균형: 사망 원인이 불명확할 때 무조건 유족에게 불리한 것은 아닙니다. 자살이라는 명백한 물증(유서 등)이 없는 한, 주변 환경(날씨, 장소)이 사망에 영향을 미쳤음이 입증되면 상해사망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유사한 분쟁은 사실관계와 약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