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뒤 찾아온 치매,
법원 "사고 2년 내 뚜렷한 치매 인정"
하지만 후유장해가 약관상 기한 내에 실질적으로 발생했다면, 최종 진단서 발급이 늦어졌더라도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장해 발생 시점과 진단 확정 시점을 명확히 구분하여 약관해석의 올바른 기준을 제시한 의미 있는 판결입니다. 이번 사건의 자세한 내용과 법리적 판단을 짚어봅니다.
사건 개요
강 모 씨(원고)는 2007년 6월 메리츠화재해상보험(피고 보험사)과 상해사망후유장해 및 교통상해사망후유장해 발생 시 장해지급률에 따라 보험가입금액을 보상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2019년 11월, 강 씨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감속하지 않고 주행하던 택시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해 외상성 경막하 출혈, 뇌내출혈, 골반 골절 등의 중상을 입었습니다.
사고 이후 인지기능이 저하된 강 씨는 여러 병원에서 심리검사와 임상치매척도(CDR) 검사를 받았습니다. 사고일로부터 2년 이내인 2020년 3월과 2021년 2월에는 CDR 1점과 2점 판정을 받았고, 2년이 경과한 2021년 12월에 대학병원에서 최종적으로 CDR 4점(심한 치매, 장해지급률 80%)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2022년과 2023년 검사에서는 CDR 3점(뚜렷한 치매, 장해지급률 60%)이 내려졌습니다. 강 씨는 고도후유장해보험금 8,000만 원을 청구했으나, 피고 보험사가 이를 거절하면서 분쟁은 보험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쟁점 정리
◗ 교통사고로 인한 외상성 뇌손상과 치매(신경계 장해) 간의 의학적 인과관계 성립 여부
◗ 약관에 명시된 '사고일로부터 2년 이내에 발생한 후유장해' 조항의 법률적 약관해석
◗ 사고 후 2년이 지나 진단이 확정된 후유장해에 대한 보험사 면책 주장의 타당성
◗ 검사 시기마다 변동된 임상치매척도(CDR) 점수 중 어떤 결과를 최종 장해지급률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
보험계약자 측 주장
강 씨 측은 교통사고에 따른 뇌손상의 직접적인 결과로 CDR 4점에 해당하는 '심한 치매'가 발병했으므로, 지급률 80% 이상의 고도후유장해 요건을 충족하여 보험가입금액 전액인 8,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설령 2년 이내에 CDR 4점의 '심한 치매' 상태에 이르지 않았다고 보더라도, 최소한 CDR 3점의 '뚜렷한 치매' 상태는 발생했으므로 그에 상응하는 일반후유장해보험금(지급률 60%)은 지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사고일로부터 2년 이내' 발생한 후유장해만 보상한다는 조항은 보험사의 책임을 제한하는 중요한 내용인데도 계약 체결 당시 설명을 듣지 못했으므로, 그 조항은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보험사 주장
피고 보험사는 약관에 따라 사고일로부터 2년 이내에 후유장해가 남아야 보상 대상이 되는데, 강 씨의 CDR 4점 진단서는 사고 후 2년이 지난 시점에 발급되었으므로 지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맞섰습니다. 또한, 치매 증상이 노화에 따른 퇴행성 변화 등 다른 상해나 질병 원인으로 발병했을 가능성이 있어 사고와의 인과관계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민사4단독(판사 이진희, 이하 '법원')은 강 씨가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1)
법원은 먼저 의료감정 소견과 강 씨에게 기왕증이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교통사고로 인한 두부 외상의 후유증으로 뇌연화증 소견이 관찰된다"며 사고와 치매 간의 인과관계를 긍정했습니다.
가장 대립이 컸던 약관해석에 대해 법원은 대법원 판례2)를 인용해 "약관상 '사고일로부터 2년 이내'라는 제한은 보험자의 보상 책임이 무한정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일 뿐"이라며 "사고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장해가 2년 내에 '발생'하기만 하면, 진단 확정이 2년 이후에 이루어졌더라도 보험사가 보험금 청구를 거절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진단서 발급 시기가 아니라 장해의 실질적 발생 시기를 기준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법원은 사고 후 2년 이내에 실시한 검사에서 CDR 1~2점을 오갔고, 2년이 지난 시점에 4점 진단을 받은 뒤 다시 3점 진단이 연이어 나온 점을 종합해 "2년 이내에 CDR 4점 상태가 영구적으로 고정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대신 사고 후 2년 이내에 CDR 3점에 해당하는 '뚜렷한 치매' 상태는 남았다고 인정하여, 피고 보험사가 강 씨에게 장해지급률 60%를 적용한 4,800만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해설
교통사고나 낙상 등으로 뇌출혈을 겪은 뒤 수년이 지나 인지기능 저하나 치매가 발현되는 유사 사례가 실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보험사들은 종종 고령으로 인한 노인성 상해나 질병을 의심하여 인과관계를 부정하거나, 이 사례처럼 약관상 '사고일로부터 2년' 혹은 '180일'이라는 기간 제한을 이유로 손해사정 단계에서부터 면책을 통보하곤 합니다.
이러한 분쟁에서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장해의 '발생 시점'과 '진단확정 시점'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약관해석 논리에 있습니다. 법원은 일관되게 진단서가 발급된 날짜가 아니라, 진료기록상 장해 증상이 물리적·의학적으로 실질 발현된 시기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따라서 최종 진단이 늦어졌다고 해서 정당한 권리를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억울한 불이익을 피하려면 사고 직후부터 철저한 증거와 의무기록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먼저 구급증명서, 응급실 기록지, 뇌 MRI 및 CT 영상판독지, 사고경위서 등을 통해 외상성 뇌손상 사실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아울러 가입 당시 고지의무 위반 사실이 없음을 명확히 하고 과거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서를 발급받아 기존에 치매 관련 기왕증이 없었음을 증명해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또한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치매척도(CDR)나 간이정신상태검사(K-MMSE)를 정기적으로 시행하여 증상 변화 과정을 시계열로 남겨두어야 합니다. 약관의 주요 내용을 꼼꼼히 살펴 자신의 상태가 어느 지급률에 해당하는지 미리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보험소송이나 분쟁에 대처하는 방법으로는, 초기 보험금 청구 단계부터 단순 서류 제출에 그치지 않고 주치의의 구체적인 소견서를 첨부하여 현재 증상이 사고와 직접 연관되어 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보험사가 의료자문 동의를 강하게 요구할 때는 신중히 대처하는 것이 좋으며, 원만한 합의가 결렬되어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법원이 지정하는 대학병원 감정의를 통한 신체감정 절차가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므로 법률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감정 사항을 치밀하게 준비하여 객관적 평가를 받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유사한 분쟁은 사실관계와 약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1) 메리츠화재가 2026년 6월 26일 항소를 제기하여 항소심 사건이 현재 전주지방법원에 계속 중입니다.
2)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다43956, 4396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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