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 한도 내 수임료 약정,
보험사가 함부로 깎을 수 없다
사건 개요
가입자 강 모 씨(원고)는 2023년 4월 현대해상화재보험(주)(피고 보험사)와 자동차사고 변호사선임비용을 최대 3000만 원까지 보장하는 내용의 '자동차사고변호사선임비용손해III 담보' 특약이 포함된 운전자보험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후 2024년 3월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제주시 중산간서로의 한 교차로에서 신호 위반으로 좌회전하던 중 다른 차량을 충격하는 상해 교통사고를 내어 상대방 탑승자 2명에게 각각 전치 2주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혔습니다.
강 씨는 형사 사건 방어를 위해 한 법무법인과 특약 보장 한도액인 3000만 원을 수임료로 정해 변호인 선임계약을 맺고 착수금조로 10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법원으로부터 벌금 150만 원의 약식명령을 고지받은 강 씨는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변호인의 조력과 피해자 형사 합의를 통해 벌금 15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후 강 씨는 법무법인에 나머지 수임료 2900만 원을 지급한 뒤 피고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부당한 지급 거절로 인해 보험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쟁점 정리
◗ 운전자보험 특약상 최고 보장 한도를 수임료로 정한 변호인 선임 계약이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 책정된 변호사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관념에 위반되는지 여부
◗ 약식명령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한 것이 상법상 손해방지의무를 위반한 것인지 여부
보험계약자 측 주장
보험계약자 측은 중대한 과실로 인한 형사 처벌 위험에 처해 법률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했다고 호소했습니다. 아울러 법무법인에 실제로 수임료 3000만 원을 지급하고 세금계산서까지 발급 받았으며, 약관에 규정된 '약식명령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 보험사는 약관해석 원칙에 따라 보험금 전액을 지급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보험사 주장
피고 보험사는 가입자가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사건의 성격과 난이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특약 최대 한도액을 수임료로 정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실익이 없는 정식재판을 청구해 스스로 변호사선임비용을 증가시켰으므로, 이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신의성실의 원칙, 상법 제680조에 정한 손해방지의무를 위반하여 무효이거나 부당하므로 보험사 면책사유에 해당하거나 지급할 보험금이 대폭 감액되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법원의 판단
제주지방법원 제5-2민사부(재판장 김경태 부장판사)는 강 씨가 현대해상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500만 원만 인정했던 1심 판결을 변경하여, "현대해상은 강 씨에게 3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강 씨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습니다.1)
재판부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일반인이 중과실인 신호위반으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기소될 위기에 처했을 때 변호인의 도움을 받고자 추가 보험료를 내고 특약에 가입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보험사가 비교적 우월한 지위에서 보험상품을 설계하고 자유롭게 약관을 마련해 체결한 계약 내용은 사적 자치의 원칙상 최대한 존중받아야 마땅하므로, 최고 보장한도의 수임료를 정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상규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선임계약서 조작·페이백 주장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오히려 '최대보장금액'이 부동문자로 인쇄된 선임계약서를 먼저 작성한 뒤 특약의 구체적 내용을 검토해 3,000만 원으로 특정했다는 강 씨의 주장이 자연스럽고 설득력이 있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설령 정식재판 청구 후 당사자가 합의해 작성일자를 소급 기재했더라도, 특약상 최대보장금액이 3,000만 원으로서 선임계약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바뀐 것이 아닌 이상 그 사정만으로 공서양속이나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변호인이 정식재판 과정에서 형사합의서를 양형자료로 제출하고 정상자료를 첨부한 의견서를 내는 등 조력한 결과, 단순 벌금형 약식명령이 벌금형의 집행유예로 바뀌었음을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러한 성공적인 변호 활동이 실익이 없다는 피고 보험사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나아가 교통사고 사건의 난이도나 적정 변호사 보수의 시세는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기준이므로, 이를 근거로 당사자 간의 합법적인 계약을 함부로 무효로 돌릴 수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보험의 공공성 논리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단호했습니다. "피고가 주장하는 보험의 공공성 등은 보험상품을 만들 당시부터 피고 역시 스스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지, 보험사기가 아닌 이상 보험광고를 믿고 가입한 계약자들의 합리적인 기대에서 벗어나 보험의 공공성 등을 핑계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행위가 오히려 보험제도의 취지에 반하고 정당화될 수 없다"며 가입자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해설
최근 운전자보험의 변호사선임비용 특약 보장 금액이 크게 상향되면서, 수임료가 지나치게 과다하다거나 페이백(환급)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사례들이 다수 관찰되고 있습니다. 이번 제주지방법원 항소심 판결은 보험사가 자체적인 손해사정 기준이나 적정 시세를 명분으로 약관에 명시된 보험금 지급을 회피하려는 실무 관행에 분명하게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이와 유사한 분쟁 사건에서 법원의 긍정적인 판단을 이끌어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가입자가 실제 비용을 지출했는지, 그리고 선임된 변호인이 정상적인 법률 조력 활동을 수행했는지 여부입니다. 만약 허위로 금액을 부풀리거나 일부를 돌려받는 등의 부정행위가 없었다면, 당사자 간의 선임 계약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충분히 보호받아야 합니다.
억울한 지급 거절을 피하려면 비용 지출을 증명할 명확한 객관적 자료가 필수적입니다. 변호인선임계약서 원본, 금융기관 계좌 이체 내역, 세금계산서 또는 현금영수증을 빠짐없이 구비해야 합니다.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가 법원에 제출한 변호인의견서, 인과관계가 나타난 사고 경위 소명 자료, 피해자의 상해나 질병 관련 진단서, 공판 출석 기록 등 실질적 조력을 입증할 자료를 잘 챙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가입 당시 보험사에 고지의무를 다했는지 점검하고, 본인 약관의 주요 내용을 미리 파악해 두어야 합니다.
보험금 청구 단계에서 보험사가 수임료 산정 내역서를 요구하거나 삭감을 종용할 경우, 섣불리 감액 합의에 동의해서는 안 됩니다. 명확한 약관 해석 원칙을 바탕으로 변호 활동 내역을 논리적으로 소명하는 방식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사가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이나 손해방지의무 위반 등을 핑계로 계속해서 지급을 거부한다면, 신속하게 보험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민사상 보험소송을 제기하여 법원의 공정한 판단을 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대응 방법입니다.
유사한 분쟁은 사실관계와 약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1) 제주지방법원 2026. 8. 10. 선고 2026나60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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