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전문변호사 임용수 - 보험 분쟁 판례 분석 및 보험법 제4판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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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소송] 수영장 장난으로 뇌출혈 사망한 피보험자… 법원 "기왕증 있어도 우발적 재해, 보험금 지급하라"


수영장에 빠진 뒤 지주막하출혈 사망,
뇌동맥류 기왕증에도 재해사망보험금 인정


(부산=보험소송닷컴)
해외여행 중 지인의 장난으로 수영장에 빠진 직후 의식을 잃은 피보험자가 뇌출혈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평소 '무증상 비파열성 뇌동맥류'를 앓고 있던 탓에 보험사 측은 질병에 의한 사망이라며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물에 빠지며 겪은 물리적 충격과 급격한 혈압 상승이 뇌출혈을 유발했다면 약관해석 상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재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관련 민사소송에서 승소해 사고와 사망 간의 인과관계가 확인된 시점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인정하며 보험사 면책 주장(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번 판결을 통해 법적 판단 기준과 대처 방법을 자세히 알아봅니다.

판결요지: 무증상의 뇌동맥류 기왕증이 있었더라도, 타인에게 밀려 물에 빠지는 과정에서 겪은 물리적 충격과 혈압 상승이 뇌출혈을 일으켰다면 이는 약관상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 해당합니다. 나아가 보험금청구권의 3년 소멸시효는 사고 발생일이 아니라, 관련 민사소송을 통해 사망과 사고 사이의 객관적 인과관계가 확정된 때부터 시작된다는 것이 주요 요지입니다.

사건 개요

망인(피보험자)은 2004년 10월과 2007년 11월에 우정사업본부(대한민국)와 재해사망 시 보험금을 지급받는 두 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2016년 8월, 망인은 지인들과 필리핀 세부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이튿날 밤 10시 30분경 수영장 근처에서 일행 E씨가 망인을 안고 있던 중, 다른 일행 D씨가 장난으로 E씨를 밀치면서 두 사람이 수심 1.7m 수영장에 함께 빠졌습니다. 물에서 구조된 망인은 직후 정신을 잃었고, 병원으로 후송돼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다음 날 지주막하 출혈에 의한 심폐정지로 사망했습니다.  

배우자인 원고(고 모 씨)가 E씨와 D씨를 각각 고소했으나, 검찰은 뇌동맥류 파열이 자연발생적이며 수면과의 충격만으로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등의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습니다. 

반면 민사 영역의 결론은 달랐습니다. 유족(원고들)이 2022년 1월 D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2022년 11월 가해자 D 씨의 행위와 망인의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원고 전부 승소판결을 선고했고, 항소도 2023년 7월 기각되어 그 무렵 확정됐습니다. 

한편 유족이 2021년 3월 재해사망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대한민국) 측은 재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했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반사망보험금 4,000만 원 등 일부만 지급하고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결국 유족은 미지급된 재해사망보험금을 청구하는 보험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 정리

망인의 사망 원인이 약관상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 기왕증(무증상 비파열성 뇌동맥류)이 있는 상태에서 가해진 외부 충격을 면책 사유인 '경미한 외부요인'으로 볼 것인지 여부  

◗ 피보험자의 사망과 수중 추락 사고 간의 법적 인과관계 인정 여부  

◗ 사고 발생일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 소를 제기한 경우, 소멸시효(3년) 완성 여부 및 시효 기산점 산정 기준

보험계약자 측 주장

유족 측은 망인이 지인의 행위로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영장에 빠지게 되었고, 이러한 외부적 요인과 충격이 뇌동맥류 파열을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이므로 재해사망보험금이 지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형사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이 나와 사고 초기에는 재해 여부를 알기 어려웠으며, 민사소송 승소 확정일에야 이를 객관적으로 알게 되었으므로 소멸시효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호소했습니다.

보험사 주장

피고 보험사 측은 망인의 사인이 지주막하 출혈로 체질적 요인에 기인한 질병 사망이며,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가 아니라고 맞섰습니다. 외부 요인이 작용했더라도 이는 약관에서 제외하는 '경미한 외부요인'에 불과하다며 보험사 면책을 주장했습니다. 또한 사고 발생일인 2016년으로부터 3년이 훌쩍 지난 시점에 소가 제기되었으므로,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지급 의무가 없다고 방어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민사4단독(류희현  판사, 이하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여 피고에게 미지급 재해사망보험금 약 6,369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선고했습니다.1) 

법원은 망인이 2015년 이후 고혈압 약을 복용했고 무증상 비파열성 뇌동맥류라는 기왕증이 있었으며 두부 외상이 없었고 직접 사인이 지주막하 출혈 후 심폐정지였던 점, 감정기관이 자연 발생 가능성을 지적한 점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망인이 밀려 수영장에 빠진 직후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는 시간적 근접성, 뇌동맥류를 비롯한 뇌혈관 병변은 비교적 경미한 외력에도 파열될 수 있다는 사정, 뇌동맥류를 앓고 있던 망인이 예상치 못하게 밀려 물에 빠지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물리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그 충격이나 갑자기 물에 빠지는 과정에서 느낀 공포와 흥분, 급격한 혈압 상승 등이 뇌동맥류 파열을 유발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지인의 행위라는 외부적 요인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이를 약관상 '외래의 사고'로 봐야 하며, 사망에 가공한 정도를 결코 경미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소멸시효 항변에 대해서도 법원은 유족의 입장을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먼저 보험사고 발생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않아 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는 보험사고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원용했습니다.2) 

검찰의 불기소 처분과 피고의 지급 거절 등 객관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유족이 사고 당시에 보험사고 발생 사실을 명확히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해외에서 발생한 사고여서 지인들의 과실 유무와 인과관계를 쉽게 알 수 없었던 점, 관련 민사소송 확정 전에 청구권을 행사했더라도 동일한 이유로 지급이 거절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들어 유족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관련 민사소송에서 승소 판결이 확정된 2023년 7월경에야 비로소 외래의 사고임을 인지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되어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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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해설

이번 판결은 기왕증이 있는 피보험자가 예상치 못한 돌발 사고로 사망했을 때, 법적 인과관계를 폭넓게 인정한 의미 있는 사례입니다. 실무적으로 가벼운 낙상, 갑작스러운 신체적 다툼, 경미한 교통사고 직후 평소 앓고 있던 뇌혈관 질환이나 심혈관 질환이 악화하여 사망에 이른 유사 사례에서도 동일한 법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유사 사건에서 재판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판단 기준은 외부 사고가 망인의 질병을 악화시키는 데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입니다. 단순한 체질적 요인만을 내세우며 면책을 고집하는 보험사에 맞서기 위해서는, 사고 당시의 충격 정도나 급박했던 사고경위를 명확히 입증해야 합니다. 또한 뇌동맥류 파열 등이 혈압의 급격한 변화나 스트레스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진단서 및 의료기관의 객관적인 손해사정 소견을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분쟁 대응 방안에 있어, 가해자에 대한 형사고소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종결되더라도 절대 포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형사사건의 엄격한 증명 책임과 민사사건의 상당인과관계 증명 책임은 분명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번 사건처럼 먼저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등 관련 소송을 진행하여 법원으로부터 인과관계를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확정된 민사 판결문은 추후 보험사를 상대로 한 보험소송 단계에서 강력한 입증 자료가 되며, 이번 판결처럼 권리 행사를 방해받았던 객관적 장애 사유로 인정되어 소멸시효 기산점을 연장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초기 단계부터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의 법률적 조언을 받아 체계적으로 대처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본 글은 실제 판결과 보험 실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유사한 분쟁은 사실관계와 약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1) 대한민국의 항소 포기로 1심 판결이 2026년 7월 9일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2)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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