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자가 보험계약이 성립한 때 지체 없이 보험증권을 작성하여 보험계약자에게 교부해야 하는 것은 화재보험이라고 하여 다를 바 없다.
화재보험증권에는 상법 제666조에서 규정한 공통의 기재 사항1) 이외에 화재보험에 특유한 기재 사항으로, 건물을 보험의 목적으로 한 때는 그 소재지, 구조와 용도를 기재하고, 동산을 보험의 목적으로 한 때는 그 존치한 장소의 상태와 용도를 기재하며, 보험가액을 정한 때는 그 가액을 기재해야 한다(상법 제685조). 이러한 사항은 위험측정의 기초가 되거나 당사자 사이의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하여 보험증권에 기재하도록 한 것이다.2)
그 밖에 화재보험증권에는 보험계약상의 보상 대상이 되는 목적물의 범위를 특정하여 사실대로 기재해야 한다. 보험증권에 기재된 보험의 목적이 잘못 기재된 때에는 고지의무 위반 또는 사기보험 등의 문제가 발생하여 보험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3)
2. 화재보험자의 손해보상 책임
가. 위험보편의 원칙
화재보험의 보험자는 화재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때는 그 화재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묻지 않고 모든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상법 제683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를 위험보편의 원칙이라고 한다.
예컨대 폭발·파열·지진 등에 의한 직접적인 손해는 화재보험에 의하여 담보되지 않지만, 이들로부터 화재가 발생하여 생긴 손해에 대해서는 보험자가 보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 원칙은 법률이나 보험약관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에 적용되는 일반원칙이다. 따라서 상법, 보험약관 또는 당사자 사이의 특약에 의하여 보험자가 면책되는 경우에는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4)
나. 손해보상의 범위(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
보험자가 보상해야 할 손해는 화재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모든 손해를 포함한다. 이때의 모든 손해에는 화재로 인한 직접적인 손해뿐 아니라, 화재의 소방 또는 손해의 감소에 필요한 조치로 인하여 생긴 손해도 포함된다(상법 제684조).
약관도 화재에 따른 직접손해, 소방 손해(화재 진압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 피난 손해를 보상하는 손해로 규정하고 있다.5) 그러므로 화재로 인한 건물 수리 시에 지출한 철거비와 폐기물처리비는 화재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건물 수리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6) 또한 불을 끄기 위하여 살포한 물로 보험의 목적이 훼손된 경우 이러한 손해도 화재보험자의 보상 범위에 포함된다.
한편 화재로 손상된 중고의 기계·기구를 신규 부품을 구입하여 수리한 경우에는 수리비 상당액을 손해액으로 산정할 때 원칙적으로 감가액을 고려해야 하지만, 신규 부품으로 교환하더라도 훼손된 물건의 전체 가치가 손상 이전의 가치를 초과하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감가액을 공제하지 않아도 무방하다.7)
화재가 발생한 때 먼저 안전한 곳에 대피시켜 놓았던 물건이 도난당한 경우에는 화재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화재보험자는 그 물건에 대한 보상책임을 지지 않는다.8)
여기서 소방 등의 조치로 인한 손해는 상법 제680조에서 정한 손해방지비용과는 차이가 있다. 손해방지비용은 보상액이 보험금액을 초과한 경우라도 보험자가 이를 부담해야 하지만, 소방 등의 조치로 인한 손해는 보험금액의 범위 내에서 보상할 책임이 있다. 이는 손해방지비용이 보험자의 보상책임 범위를 감소시키기 위하여 지출한 비용으로서 보험자의 이익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으로 인정된 비용인 반면에, 소방 등의 조치로 인한 손해는 그 목적물이 화재보험에 가입된 경우에 한하여 보험금액 범위 내에서 보상하기로 되어 있는 손해이기 때문이다.
화재보험약관에는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지출한 ① 잔존물 제거 비용으로서, 사고 현장에서의 잔존물의 해체 비용, 청소 비용9) 및 차에 싣는 비용,10) ② 손해방지비용에 해당하는 손해의 방지 또는 경감을 위하여 지출한 필요 또는 유익한 비용, ③ 대위권 보전 비용에 해당하는 제3자로부터 손해의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 그 권리를 지키거나 행사하기 위하여 지출한 필요 또는 유익한 비용, ④ 잔존물 보전 비용에 해당하는 잔존물을 보전하기 위하여 지출한 필요 또는 유익한 비용,11) ⑤ 기타 협력 비용으로 회사의 요구에 따르기 위하여 지출한 필요 또는 유익한 비용 등에 대해서도 보험자가 추가적인 보상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판례는 화재보험에서 잔존물제거비용 담보특별약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실제의 잔존물 제거 비용'이란 단순한 추정치나 감정액이 아니라 실제 소요된 비용을 말한다고 보고 있다. 더 나아가 단순히 사고 현장에서의 정리 비용 및 상차 비용(차에 싣는 비용)에 국한되지 않고, 운반·처리 비용 등 잔존물을 실제로 제거하는 데 소요되는 일체의 비용을 의미한다고 해석한다.12)
다. 손해보상의 방법
화재보험약관은 손해보상의 방법과 관련하여 보험금(현금)의 지급뿐만 아니라 현물보상 등의 방법도 규정하고 있다. 즉 보험회사는 손해의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하여 재건축, 수리 또는 현물의 보상으로써 보험금의 지급에 대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13) 현물보상 등의 방법에 의하여 손해보상을 하게 되면, 보험금이 재해복구 이외의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막고 도덕적 위험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14)
3. 집합보험
가. 의의
집합보험이란 경제적으로 독립한 여러 개의 물건의 집합물을 보험의 목적으로 한 손해보험을 말한다. 이에 대하여 하나의 물건을 보험의 목적으로 한 보험을 개별보험이라고 한다. 집합보험은 보험의 목적이 특정되어 있는 것을 담보하는 특정보험과, 특정되지 않고 수시로 교체되는 것을 예정하고 있는 총괄보험으로 나눌 수 있다.15) 집합보험은 집합된 물건 전체에 대하여 단일의 보험금액으로써 계약을 체결하거나, 물건을 집단별로 나누어 따로 보험금액을 정하는 방법으로 행하여지고 있다.
집합보험의 목적이 되는 여러 개의 물건에 대하여 하나의 화재보험을 체결했는데, 보험계약자가 일부 물건에 대해서만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보험자가 계약 전체를 해지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16) 이러한 경우 보험자는 고지의무 위반이 있는 물건에 대해서만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보험계약의 효력에 영향이 없다. 다만 고지하지 않은 사항이 보험계약의 나머지 부분에 있어서도 중요한 사항인 경우에는 계약 전체를 실효시키거나 취소할 수 있다.17)
독립한 여러 물건을 보험목적물로 하여 체결된 화재보험계약에서 허위 청구 시18)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한다고 정하고 있는 약관이 있는 경우, 피보험자가 상실하게 되는 보험금청구권은 피보험자가 허위 청구를 한 당해 보험목적물의 손해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에 한정된다.19)
나. 타인을 위한 보험의 성립
집합된 물건을 일괄하여 보험의 목적으로 한 때는 피보험자의 가족과 사용인의 물건도 보험의 목적에 포함된 것으로 하고, 그 보험은 가족 또는 사용인을 위해서도 체결한 것으로 본다(상법 제686조). 보험계약자가 자기의 집에 있는 모든 물건에 대하여 일괄하여 주택화재보험을 체결한 경우 타인을 위한 보험이 성립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피보험자의 가족과 사용인은 그들 소유의 물건이 손상된 때 당연히 보험자에게 그 손해의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상법 제639조 제1항). 다만 보험증권에 기재해야만 보험의 목적이 될 수 있는 것으로 규정된 물건은 증권에 기재되지 않으면 이익을 받을 수 없다.
건물 소유자의 화재보험과 임차인 명의의 화재보험이 동일한 보험자와 중복 가입된 경우에 관하여, 임차인이 가입한 보험계약에 임차인의 건물 소유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보상하는 책임보험이 포함되어 있다면, 보험자가 건물 소유자에게 소유자 보험금을 지급한 것을 이유로 임차인에게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하기 어렵다.20)
다. 총괄보험
집합된 물건을 일괄하여 보험의 목적으로 한 때는 그 목적에 속한 물건이 보험기간 중에 수시로 교체된 경우에도 보험사고의 발생 시에 현존한 물건은 보험의 목적에 포함된 것으로 한다(상법 제687조). 동산보험의 목적이 집합물로서 보험에 가입된 경우에, 개별 물건의 교체성을 인정하면서 보험금액의 범위 안에서 화재의 위험을 인수하는 것을 총괄보험이라고 한다. 창고에 들어 있는 보관물건이 보험기간 중에 수시로 교체·변동되어 특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집합물로서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21)
총괄보험에서 수시로 교체되는 보험의 목적은 보험계약에서 정한 범위 안에 드는 것이어야 하며, 그 범위의 물건인 이상 보험사고 발생 시 현존하는 물건은 모두 보험의 목적에 포함된다. 그러나 집합된 물건에서 완전히 분리되었을 때 또는 제3자에게 양도되었을 때는 보험의 목적에서 제외된다. 특정하여 가입된 것이 아니므로, 그 물건의 양도는 보험목적의 양도가 아니다.22)
1) 상법 제666조에서 규정한 손해보험 공통의 기재 사항으로는, 「1. 보험의 목적, 2. 보험사고의 성질, 3. 보험금액, 4. 보험료와 그 지급 방법, 5. 보험기간을 정한 때는 그 시기와 종기, 6. 무효와 실권의 사유, 7. 보험계약자의 주소와 성명 또는 상호, 7의2. 피보험자의 주소, 성명 또는 상호, 8. 보험계약의 연월일, 9. 보험증권의 작성지와 그 작성 연월일」이 있다.
2) 동지: 정찬형, 635면.
3) 이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양승규, 274면 참조.
4) 대법원 1993. 4. 13. 선고 92다45261, 45278 판결. 이 판결은 폭발면책 약정은 상법 제683조나 민법 제2조에 위반되는 무효의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5) 화재보험표준약관 참조.
6)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다64520 판결.
7)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다64520 판결; 대법원 2022. 11. 17. 선고 2022다261299 판결 참조. 위 판결들은 신규 부품으로 교환하여 수리한 경우에도 훼손된 물건의 전체 가치가 손상 이전의 가치를 초과하지 않는 것으로 인정되면 감가상각비용을 공제하지 않을 수 있다는 법리를 제시한다.
8) 동지: 양승규, 279면; 정찬형, 636면.
9) '사고현장 및 인근 지역의 토양, 대기 및 수질 오염 물질 제거 비용과 차에 실은 후 폐기물 처리 비용'은 청소 비용에 포함되지 않는다.
10) 다만, 보장하지 않는 위험으로 보험의 목적이 손해를 입거나 관계 법령에 의하여 제거됨으로써 생긴 손해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화재보험표준약관 참조).
11) 다만, 잔존물에 의해 보험회사가 잔존물을 취득한 경우에 한한다(화재보험표준약관 참조).
12) 대법원 2001. 6. 26. 선고 99다27972 판결. 이 판결은 잔존물제거비용 담보특별약관상 "잔존물 제거비용"의 범위에 관하여 잔존물에 대한 현장정리 및 상차비용 이외에 운반·처리비용 등 보험사고인 화재로 인하여 발생한 잔존물을 실제로 제거하는 데 소요되는 일체의 비용을 의미한다고 판시하였다.
13) 화재보험표준약관 참조.
14) 동지: 김성태, 520면.
15) 동지: 양승규, 280면.
16) 자세한 내용은 본서의 고지의무 위반의 효과 중 '일부해지의 가부' 참조.
17) 대법원 1999. 4. 23. 선고 99다8599 판결.
18) '허위 청구 시'란 '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가 보험금청구에 관한 서류에 고의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하였거나 그 서류 또는 증거를 위조 또는 변조한 경우'를 말한다.
19) 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다72093 판결; 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7다48959 판결. 이 판결들은 독립한 여러 물건을 보험목적물로 하여 체결된 화재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가 일부의 보험목적물에 관하여 실제 손해보다 과다하게 허위 청구를 한 경우 보험금청구권 상실의 효력 범위는 해당 보험목적물에 한정된다는 법리를 확인하였다.
20) 대법원 2025. 11. 20. 선고 2024다324200 판결. 이 판결은 동일한 보험자가 건물 소유자와 체결한 화재보험의 소유자 보험금을 지급한 후 임차인에 대하여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된 사안에서, 임차인 보험계약에 임차인의 손해배상책임을 담보하는 책임보험이 포함되어 있으면 혼동 유사의 법리에 따라 보험자대위권 행사가 제약된다고 판단하고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21) 최기원, 379면은 「총괄보험은 집합보험의 일종으로서 계속보험」이라고 할 수 있고, 다만 「집합보험과 총괄보험의 차이점은 전자는 확정된 보험금액과 보험료를 내용으로 하는 단일한 계약인 데 비하여, 후자의 경우는 일정한 조건만을 정하는 외곽계약(外廓契約)만을 체결하고 보험사고 시에 개별약관을 적용한다는 점」이라고 한다.
22) 동지: 양승규, 282면; 정찬형, 6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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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다72093 판결; 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7다48959 판결. 이 판결들은 독립한 여러 물건을 보험목적물로 하여 체결된 화재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가 일부의 보험목적물에 관하여 실제 손해보다 과다하게 허위 청구를 한 경우 보험금청구권 상실의 효력 범위는 해당 보험목적물에 한정된다는 법리를 확인하였다.
20) 대법원 2025. 11. 20. 선고 2024다324200 판결. 이 판결은 동일한 보험자가 건물 소유자와 체결한 화재보험의 소유자 보험금을 지급한 후 임차인에 대하여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된 사안에서, 임차인 보험계약에 임차인의 손해배상책임을 담보하는 책임보험이 포함되어 있으면 혼동 유사의 법리에 따라 보험자대위권 행사가 제약된다고 판단하고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21) 최기원, 379면은 「총괄보험은 집합보험의 일종으로서 계속보험」이라고 할 수 있고, 다만 「집합보험과 총괄보험의 차이점은 전자는 확정된 보험금액과 보험료를 내용으로 하는 단일한 계약인 데 비하여, 후자의 경우는 일정한 조건만을 정하는 외곽계약(外廓契約)만을 체결하고 보험사고 시에 개별약관을 적용한다는 점」이라고 한다.
22) 동지: 양승규, 282면; 정찬형, 6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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