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자대위(subrogation)란 보험자가 보험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피보험자에게 보상한 후, 피보험자 또는 보험계약자가 보험의 목적이나 제3자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를 법률상 당연히 취득하는 제도를 말한다. 상법은 이를 두 가지 형태로 규정하고 있는데, 보험의 목적에 대한 잔존물대위(상법 제681조)와 제3자에 대한 청구권대위(상법 제682조)가 그것이다.
보험자대위는 손해보험에서만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고, 인보험의 경우에는 이를 금지함이 원칙이다. 다만 인보험 가운데 상해보험에 관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다른 약정이 있는 때에 한하여 피보험자의 권리를 해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보험자대위(청구권대위)가 예외적으로 인정된다(상법 제729조 단서). 한편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는 보험급여를 받은 자가 제3자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은 경우 그 한도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급여 의무가 면제되고, 공단이 보험급여를 한 때에는 그 급여에 들어간 비용 한도에서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 취득함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1)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를 받은 후 공단이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하는 경우, 그 대위의 범위는 공단부담금 전액이 아니라 '공단부담금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된다고 판시하여 권리 취득의 범위를 명확히 하였다.2)
2. 보험자대위의 법적 성질
보험자대위는 민법상 손해배상자의 대위(민법 제399조)와 같이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권리가 이전되는 법정대위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3) 따라서 보험자대위의 내용인 보험의 목적이나 제3자에 대한 권리의 이전은, 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도 법률상 당연히 발생한다. 이러한 법정이전의 효과로 인하여 잔존물대위의 경우 보험자는 등기 또는 인도 등 물권 변동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도 그 권리를 취득하고 주장할 수 있으며, 청구권대위의 경우에도 지명채권 양도의 대항요건(민법 제450조)을 갖추지 아니하고도 제3자에게 유효하게 대항할 수 있다.
3. 보험자대위의 인정 근거
보험자대위를 인정하는 근거에 관해서는 손해보험의 성질에서 그 근거를 찾는 손해보상계약설(이득방지설)과 보험정책적 관점에서 근거를 찾는 보험정책설로 크게 나뉜다.
가. 손해보상계약설(이득방지설)
손해보험은 피보험자에게 어떠한 이득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손해의 보상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그 성질상 당연히 보험자대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다수설).4) 이 견해는 손해보험의 본질상 피보험자가 보험금과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동시에 행사하여 이중의 이득을 얻는 것을 차단하기 위하여, 민법상 손해배상자대위(민법 제399조)와 동일한 취지에서 보험자대위가 인정된다고 본다.
나. 보험정책설
보험자대위의 근거를 보험정책적인 관점에서 찾는 견해이다. 즉 보험계약이 피보험자에 의한 보험사고의 고의적 유발이나 도박 등 부정행위에 이용될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서 보험자대위가 인정된 것이라고 본다.
오늘날 손해보험에서도 신가보험이 인정되고 있고, 인보험에서는 보험자대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상해보험의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특약에 의하여 이를 제한적으로 인정하며(상법 제729조 단서), 국민건강보험과 같은 사회보험의 영역에서는 이를 명문으로 허용하는 점(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등을 종합하면, 보험자대위의 근거는 손해보험의 본질이 아니라 보험정책적 고려에서 찾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5)
다. 사견(절충설)
손해보험에서 보험자대위는 피보험자의 이중이득을 금지함과 동시에, 그러한 이중이득의 금지를 통하여 보험제도의 악용을 방지하기 위한 보험정책적 관점에서 허용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절충설). 대법원 판결도 "상법 제682조에서 정한 보험자대위권은 피보험자의 이중이득을 방지하기 위하여 정책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판시하여6) 이중이득 방지와 정책적 목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입장을 확고히 취하고 있다.
이러한 절충적 관점은 손해보험에서 잔존물대위와 청구권대위가 모두 인정되는 이유를 설명함과 동시에, 인보험에서 원칙적으로 보험자대위가 금지되면서도 상해보험과 사회보험 영역에서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하는 입법 태도를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인정된다.
1)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제1항, 제2항.
2) 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287935 전원합의체 판결.
3) 동지: 양승규, 238면; 최기원, 320면; 정찬형, 570면.
4) 최기원, 270면; 정찬형, 615면; 채이식, 545면.
5) 양승규, 237-238면.
6) 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1다100312 판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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