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지방법원 2013. 6. 13. 선고 2012가합5212 판결【채무부존재확인·보험금】:  원고패

【판시사항】

과실비율에 다툼이 있어 보험금 특정이 어려운 상황이었더라도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사고일부터 진행된다고 본 사례

【전 문】
【원 고】 주식회사 A(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우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상욱, 신강식)
【피 고】 B(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법고을 담당변호사 강성헌)
【변론종결】 2013. 5. 23.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36,360,412원1)과 이에 대하여 2008. 12. 8.부터 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인정사실

가. 피고는 ㈜C와 트레일러 차량(이하 '이 사건 트레일러'라 한다)에 대하여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의한 공제계약을 체결한 공제사업자이다.

나. ㈜C 소속 운전자인 D은 2008. 12. 8. 06:19경 이 사건 트레일러를 운전하여 부산 기장군에 있는 주식회사 E 건너편 14번 국도를 장안 쪽에서 울산 쪽으로 편도 2차로 중 2차로를 따라 시속 약 60㎞로 진행하였다. 당시 이 사건 트레일러의 진행 전방 2차로와 우측 갓길 사이에 F이 운전하던 원고 소유의 전세버스(이하 '이 사건 버스'라 한다)가 비상점멸등을 켠 상태로 정차하여 있었고, 이 사건 버스 앞에는 G가 운전하던 1t 화물차(이하 '이 사건 화물차'라 한다)가 정차하여 있었다.

다. D은 이 사건 트레일러의 앞부분으로 이 사건 버스의 좌측 뒷부분을 들이받았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이 때문에 H이 사망하였고 이 사건 버스에 발생한 피해를 수리하는데 51,990,530원의 비용이 발생하였다.

라.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원고 측의 과실 40% 정도 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버스의 수리업체에 31,194,318원(=51,990,530원×60%)을 지급하였고, 원고는 나머지 20,796,212원(=51,990,530원×40%)을 지급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거나 명백히 다툼이 없는 사실, 갑 1호증, 을 1호증, 을 2호증의 1, 2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아무런 과실이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① 이 사건 버스의 수리비 중 피고가 미지급한 20,796,212원, ② 원고의 휴업손실 5,564,200원(= 129,400원×수리기간 43일), ③ 이 사건 버스의 중고차 시세 하락분 10,000,000원, ④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의 40%의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주식회사 I(이하 'I'이라 한다)에 이러한 사실을 계속 알려 원고와 I이 체결한 통근버스 용역계약이 해지되었으므로, 이 때문에 발생한 손해 중 일부인 100,000,000원을 합한 136,360,412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피고가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원고 측의 과실이 40% 정도 된다고 주장하므로, 먼저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한 과실이 있는지 살펴본다.

민사재판에서는 다른 민사사건 등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받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므로, 합리적인 이유 설시 없이 이를 배척할 수 없다(대법원 2000. 7. 4. 선고 2000다20748 판결 참조).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을 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D은 이 사건 화물차에 대한 자동차보험사인 J 주식회사와 이 사건 버스에 관한 자동차공제계약을 체결한 K를 상대로 부산지방법원 2009가단******호로 손해배상(자)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부산지방법원은 2010. 8. 26. 아래와 같은 이유로 D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D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부산고등법원 2010나****)하였으나 부산고등법원은 2011. 5. 18. 항소기각판결을 선고하였다.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버스가 14번 국도의 1차선을 지나면서 이 사건 화물차의 사이드미러를 충격하고 지나자 이 사건 화물차의 운전자인 G가 이 사건 버스를 추월하여 정차하자 이 사건 버스도 2차로와 갓길에 걸쳐 정차하고 각 비상점멸등을 켜고 있었던 사실, 이 사건 사고 장소는 주정차금지구역이나 자동차전용도로가 아닌 제한속도 시속 80킬로미터인 편도 2차선의 직선도로상으로 시야장애가 없는 곳이고, 사고 당시 날씨는 맑았으며 차량의 통행이 많지 않았던 사실, 원고(D을 말함, 이하 같다)는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사고 당시는 새벽이고 차가 별로 없어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운전을 하고 있다가 이 사건 버스를 충격할 무렵에야 비로소 이 사건 버스를 발견하고 제동을 하려고 하였으나 제동하지 못하고 이 사건 버스를 충격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 이 사건 버스는 위와 같이 비상점멸등을 켜고 정차하고 있었음에도 원고는 이 사건 버스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아무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버스와 이 사건 화물차의 운전자들로서는 후행하는 차량이 식별할 수 있도록 비상점멸등을 켜고 사고 발생 방지를 위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F, G에게 이 사건 버스나 화물차의 운전상의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이 사건 사고는 원고가 전방의 차량 동태를 잘 살피지 아니한 채 운행하다가 일어난 사고로서 오로지 원고의 과실에 기인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손해배상액의 범위 등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는 D의 일방적인 과실로 발생한 것이므로, 공제사업자인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원고가 입은 손해 전부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소멸시효

(1)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교통사고에 관한 채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항변한다(피고는 이를 본안전항변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청구원인에 관한 항변이므로 여기에서 판단한다).

상법 제724조 제2항에 의하여 피해자가 보험자에게 갖는 직접청구권은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한 것으로서 피해자가 보험자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이므로,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다33336 판결 참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하고, 손해의 액수나 정도를 구체적으로 알아야 할 필요까지는 없다.

돌아와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는 이 사건 사고의 피해자이고 피고는 가해자인 ㈜C의 보험자이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교통사고에 관한 채권은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에 해당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사고발생일에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으므로 소멸시효의 기산일은 이 사건 사고일인 2008. 12. 8.이고,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사고발생일부터 3년이 경과한 후인 2012. 7. 19.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하다. 따라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위 채권은 이 사건 소제기 전에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있다.

(2) 이에 대하여 원고는 소멸시효기간 만료 전인 2009. 3. 18.부터 2011. 7. 14.까지 피고가 대인사고 공제금으로 이 사건 사고로 사망한 H의 상속인에게 합계 903,074,000원을 지급하였기 때문에 위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재항변한다.

살피건대, 피고가 원고에게, 원고도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40%의 과실이 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원고와는 다른 이 사건 사고의 피해자인 H의 상속인에게 공제금을 지급하였다고 하여 원고에 대한 채무를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원고의 재항변은 이유 없다.

(3) 원고는, 피고가 부산고등법원 2010나****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구상금분쟁심의위원회의 최종 판단을 받아야만 보험금지급의무를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하였으므로,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 전부의 보상의무가 있음을 알게 된 날인 구상금분쟁심의위원회의 결정이 있었던 2011. 11. 7.이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의 '가해자를 안다'는 것은 사실에 관한 인식의 문제이지 사실에 대한 법률적 평가의 문제가 아니다(대법원 1993. 8. 27. 선고 93다23879 판결,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83189 판결 참조). 앞서 본 사실과 갑 8호증, 을 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현장에서 이 사건 버스와 이 사건 트레일러의 소속과 운전사의 신원 등이 확인된 사실, 원고가 2008. 12. 18. 피고에게 I과의 통근버스 용역계약이 해지됨에 따라 손해를 입었다는 내용의 용역계약종료통보를 받은 사실, 그 후 피고가 버스수리비를 지급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설령 원고가 그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사고에 원고의 과실이 있는지를 확정적으로 알 수 없었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피고의 손해배상책임 자체가 아닌 손해의 구체적인 범위에 관한 문제이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일 손해의 발생 및 가해자를 안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아가 원고와 I이 체결한 통근버스 용역계약이 해지됨에 따라 발생한 손해의 경우 원고가 늦어도 2008. 12. 18.에는 위 손해의 발생사실을 안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데, 이를 기산점으로 삼더라도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부분 채무는 시효로 소멸하였으므로, 결국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성익경(재판장) 한윤옥 권경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