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행정법원 2005. 8. 23. 선고 2004구단10381 판결【요양불승인취소】: 확정
【판시사항】
티켓다방의 종업원으로 근무하던 미성년자가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차배달을 가던 중 교통표지판에 부딪쳐 부상을 당한 사안에서, 위 부상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티켓다방의 종업원으로 근무하던 미성년자가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차배달을 가던 중 교통표지판에 부딪쳐 부상을 당한 사안에서, 종업원이 원동기장치자전거 운전면허가 없음을 알고 고용한 사업주가 비록 종업원에게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차배달을 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무면허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제지하지도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항상 무면허운전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방치하고 묵인해 왔던 것으로 보이는 점, 사업주의 지시에 따른 차배달은 종업원의 본래의 업무로서 차배달을 위한 오토바이 운전행위는 이러한 업무에 수반하는 필요한 행위라고 볼 수 있는 점, 무면허운전이라 하여 바로 업무수행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닌데다가 배달업무의 성격상 교통사고는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사업주는 묵시적으로 위 종업원의 무면허운전을 지시 또는 승낙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위 종업원이 입은 부상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
【전 문】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진) 【피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05. 8. 9. 【주문】 1. 피고가 2004. 11. 9.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04. 1. 12.부터 평택시 지산동에서 사업주 소외 1이 운영하는 소위 티켓영업(식품접객업소의 종업원이 영업장을 벗어나 시간적 소요의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거나, 종업원의 이러한 행위를 조장하거나 묵인하는 행위)을 하는 (상호 생략)다방의 종업원으로 종사하여 왔는데, 2004. 6. 18. 21:30경 평택시 독곡동에 있는 라이프아파트로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차배달을 가던 중 아파트 입구에 세워진 주정차금지 표지판을 부딪치고 넘어지는 사고(이하 '이 사건 재해'라 한다)로 '두개골 선상골절, 급성 경막외혈종, 요추부 염좌, 경추 염좌'(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를 입고 박애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게 되었다.
나. 이에 원고는 2004. 9. 1. 이 사건 상병은 차배달이라는 업무수행 중 발생한 것이어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요양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04. 11. 9. 평소 사업주가 원동기장치자전거 운전면허가 없는 원고에게 오토바이 운전을 하지 못하게 하였고 재해 당일도 걸어서 차배달하라는 지시를 하였는데도 원고가 이를 무시하고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다가 사고가 난 것이므로, 이 사건 재해는 무면허운전이라는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인 이상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신청을 불승인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인정 사실] 다툼 없는 사실, 갑 2, 을 1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① 우선 원고가 운전한 오토바이는 사업주의 소유로서 이 사건 재해 당일만해도 원고 외에 소외 2 등 다른 여종업원들이 타고 차배달을 나간 적이 있었으며, 오토바이 열쇠도 소외 1로부터 직접 원고가 건네받아 운전한 것이므로, 이 사건 재해는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업무수행 중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② 또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법'이라 한다) 시행규칙은 그 성질과 내용으로 보아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정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여 대외적으로 법원이나 일반국민을 기속하는 효력은 없는데, 법상 제52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보험급여 지급제한 사유에 관한 규정이 없는 이상 법 시행규칙 제32조 제3호에 의하여 보험급여지급을 제한할 수 없다.
③ 가사 법 시행규칙 제32조 제3호가 보험급여 지급제한의 사유가 된다 하더라도, 보험급여 수급권 제한은 사회보험공동체에 위해를 끼친 의무위반에 대한 제한이라는 점에서 위 규정상 '범죄행위'에는 형사법과 달리 비난가능성이 크지 않은 도로교통법상 무면허운전이라는 행정범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므로, 원고가 무면허운전이라는 도로교통법위반 도중에 이 사건 재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법 시행규칙 제32조에 의하여 사회보장 급여인 원고의 수급권은 제한될 수 없다.
④ 더 나아가 비록 위 규정에 따른 보험급여 지급제한마저 인정한다 하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제48조 제1항 제1호)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범죄행위'로 명시적으로 보험급여를 제한하고 있고, 대법원이 급여제한 요건에 관하여 '오로지 또는 주로 자기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로 해석하는 의료보험법보다 사회보장적 성격이 더 강하며, 법상 일반적인 급여제한 규정이 없다는 점에 비추어 위 '범죄행위'는 오로지 또는 주로 고의·중과실에 의한 자신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라고 축소·제한하여 해석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재해는 원고의 사고 자체에 대한 고의나 중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나. 관련 법령
법 제40조 (요양급여) ① 요양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에 의하여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에 당해 근로자에게 지급한다. 법 시행규칙 (2004. 12. 31. 노동부령 제2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2조 (업무상 사고) 사고로 인한 근로자의 사상이 다음 각 호의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본다. 3.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상이 아닐 것. (이하 생략)
다. 인정 사실
(1) 원고는 1987. 9. 30.생(이 사건 재해 당시 16세 9개월 정도였다)으로 2004. 1. 12. 평택시 지산동 996에서 티켓영업을 하는 (상호 생략)다방에서 미성년자의 신분으로 사업주 소외 1에게 다방종업원으로 고용되어 차배달 요청이 있을 때 차배달을 하고 배달나간 곳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돈을 수수하여 입금하는 티켓일을 하여 왔다.
(2) 그런데 원고는 2004. 6. 18.에 이르러 사업주에게 그만두겠다고 말하였고, 다방종업원 소외 2를 태우고 차배달 중이던 사업주는 21:00경 평택시 독곡동에 있는 라이프아파트 (동·호수 생략)로 원고를 지명한 배달의뢰를 받고 원고에게 마지막으로 차배달을 나가라고 지시하였다.
(3) 원고는 위 배달만 마치고 임금을 정산한 후 22:30경 친구 소외 3, 소외 4를 PC방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차배달 가방을 들고나와 당시 다방에서 배달을 돕던 소외 5에게 오토바이 열쇠를 요구하였는데, (상호 생략)다방 건너편 세븐일레븐 편의점 앞에서 공중전화로 통화중이던 소외 5는 자신이 태워다 준다고 하였으나 원고가 알아서 간다고 거절함에 따라 전화를 마친 후 주저없이 열쇠를 원고에게 넘겨주었다.
(4) 이에 원고는 2004. 6. 18. 21:20경 위 오토바이(50cc 무등록 택트)를 운전하여 (상호 생략)다방에서 150m 정도 떨어진 평택시 독곡동 라이프삼거리에서 위 라이프아파트 방면으로 우회전을 하려다가 아파트 입구에 세워져 있던 주정차금지 표지판을 부딪치면서 오토바이와 함께 도로 우측으로 넘어져 보도블럭에 머리를 부딪치는 이 사건 재해로 이 사건 상병을 입고 박애병원에서 개두술 및 혈종제거술을 시행받았다.
(5) 한편, 원고는 평소 배달일을 마치고 저녁에는 다른 다방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다방종업원을 태우고 차배달을 돕던(소위 오토맨) 남자친구의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다녔다고 하며, 2004. 8. 24.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으로부터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에 관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3, 4-1·2, 5, 7-1∼7·8(일부)·9(일부)·10·11{(=을 3(일부)}·12·13, 을 2(일부), 4, 5(일부), 6, 사실조회 회신(박애병원장), 변론 전체의 취지 [배척 증거] 갑 7-8(일부)·9(일부)·11{=을 3(일부)}, 을 2(일부), 5(일부)
다. 판 단
위 인정 사실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원고가 미성년자로서 원동기장치자전거 운전면허가 없음을 알고 고용한 사업주 소외 1이 비록 원고에게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차배달을 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역시 무면허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제지하지도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항상 무면허운전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방치하고 묵인해 왔던 것으로 보이는 점, 사업주의 지시에 따른 차배달은 원고의 본래의 업무라 할 것인데 차배달을 위한 오토바이 운전행위는 이러한 업무에 수반하는 필요한 행위라고 볼 수 있는 점, 무면허운전이라 하여 바로 업무수행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닌데다가 원고의 배달업무의 성격상 교통사고는 위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다고 보이는 점, 또한 이 사건 재해가 통상적인 운전업무의 위험성과는 별개로 오로지 원고의 무면허운전만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라고 볼 만한 뚜렷한 자료도 없는 점, 그 밖에 티켓영업행위의 영업형태, 원고와 사업주와의 고용관계, 이 사건 재해 발생 당일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서 나타난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사업주는 묵시적으로 원고의 무면허운전을 지시 또는 승낙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어서 원고의 업무는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었고,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수행 중 그에 기인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대법원 2001. 7. 27. 선고 2000두5562 판결의 취지 참조),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성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