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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피로증후군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2004-10-06  |  조회 : 948

▣ 서울행정법원 2004. 9. 17. 선고 2003구단4563 판결【요양신청불승인처분취소】


【판시사항】

만성피로증후군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원고는 항공기 조종사로 근무하면서 월 70시간 이상의 장시간 비행으로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보여지고 이와 함께 낮은 습도의 실내공기로 인한 감기, 고공비행과정의 저산소증, 시차·환경적응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만성피로증후군은 근무환경과 업무상 과로·정신적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하였거나 그로 말미암아 악화된 것으로 추단되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전문】
【원고】류○○                
【피고】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2004. 8. 20.
【주문】
1. 피고가 2003. 6. 16.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신청서 반려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원고는 소장 청구취지에서 취소를 구하는 처분의 이름을 추가상병 불승인처분이라 하였으나, 갑 제1호증 기재를 보면 피고가 2003. 6. 16. 원고에 대하여 한 처분은 요양신청서 반려처분인 것으로 보인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73. 10. 10. 주식회사 ××항공에 항공기 조종사로 입사하여 1996. 8. 31. 정년 퇴직하였다(원고는 조종사 정년이 62세라 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갑3 판결 기재에 따르면 주식회사 ××항공의 당시 조종사 정년은 55세이고 1941. 8. 13.생인 원고는 정년 해당 월 말일에 해당하는 1996. 8. 31.에 정년 퇴직한 것으로 보인다).

나. 원고는 아래 기재 이 사건 처분이 있기 전인 1998. 6. 29. 무렵 피고에 대하여 23년 동안 항공기 조종사로 근무하면서 근육통성 뇌척수신경염, 우측 안면 마비, 말초신경염, 중추신경장애, 레이노드씨병, 간기능장애, 뇌 조직파괴, 만성피로 면역기능장애 증후군, 경·요추부 추간판탈출증 및 척추강협착증, 청신경초종, 치질, 전립선비대증, 만성위염, 만성간염 추정, 우안건성안, 이명, 감음신경성 난청 등이 발병하였다고 하면서 요양신청을 하였고, 그 요양신청에 대하여 피고가 불승인결정을 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최종적으로 위 상병 중 청신경초종, 이명, 감음신경성 난청 부분에 대하여 승소 확정 판결(서울고등법원 2002. 11. 20. 선고 2002누5421 판결)을 받아 그 부분 요양을 받게 되었다.

다. 그런데 위 상병 중 원고가 이 사건으로 요양승인을 구하고 있는 만성피로 (면역기능장애) 증후군에 대한 요양불승인 부분에 관하여 위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원고가 주식회사 ××항공의 조종사로 23년 동안 일하면서 월 70시간 이상(조종을 하지 않는 편승시간을 포함하면 월 100시간 이상)의 장시간 비행과 월 50회 이상의 이착륙, 이른바 무박 2일의 운행, 월 0~3일의 적은 순수휴일 등으로 말미암아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이고, 누적된 피로와 비행기 내의 낮은 습도 등으로 말미암아 감기나 독감에 자주 걸리는 환경에 처해 있었다고 할 것”이라고 하면서,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스트레스, 감기 또는 독감과 위에서 본 기압의 변화 등이 만성피로증후군의 직접적인 발병원인이 되는지에 관하여 규명되어 있지 아니한 현재의 의학 수준에서 원고의 만성피로증후군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단정키는 어렵다 할 것이다”고 하고, “다만, 피고로서는 그밖의 다른 원인에 의하여 원고에게 만성피로증후군이 유발되었다는 별다른 의학적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원고가 23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전자파에 노출된 데다가 긴장과 심한 스트레스 및 지상과는 다른 저산소, 저기압 등의 조건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사정에 비추어 원고의 만성피로증후군이 원고의 업무로 말미암아 악화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원고가 만성피로증후군에 대한 요양신청을 다시 할 경우에는 이점에 관한 충분한 재검토를 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해둔다”고 하면서, 원고가 당시 만성피로증후군에 대한 불승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청구를 기각하고 다만 요양신청을 다시 할 경우 그 요양승인을 충분하게 다시 검토할 필요성이 있음을 지적하였다.

라. 위와 같은 판결이 있은 후 원고는 다시 강북삼성병원의 진단서(만성피로증후군)를 첨부하여 2003. 5. 13. 피고에 대하여 만성피로증후군(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에 대한 요양을 신청하였다.

마.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03. 6. 16. 이 사건 상병은 과거에 피고에게 최초 요양신청을 하였을 때 불승인되었던 것이고, 그 불승인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그 불승인처분이 위법하다고 취소되지도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요양신청서를 반려하였다(이하 위와 같은 피고의 요양신청서 반려처분을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갑1(추가상병신청에 대한 처리결과 통보), 갑2(진단서), 갑3(판결), 을1(요양신청서), 변론의 전체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청구 원인으로, 이 사건 상병은 원고가 항공기 조종사로 근무하면서 열악한 근무 환경, 소음 공해, 전자파 공해, 시차증후군에서 오는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질환이어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에도 피고가 단지 과거의 행정소송에서 요양승인될 상병으로 보지 않았다는 간단한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인정 사실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과 갑4(감정촉탁회신), 갑23(세계 주요 항공사별 월평균 비행시간 현황)의 각 기재와 이 법원이 대한의사협회에 대하여 한 감정촉탁결과와 강북삼성병원장에 대하여 한 사실조회결과(갑42도 같은 내용이다)에 변론의 전체 취지를 보태어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의 업무 내용과 근무 상황

1) 원고는 1977. 7. 18. 항공기운항 자격면허 중 기종한정 에이비(AB)3을, 1984. 7. 24. 자격면허 기종한정 727을 취득하였다. 위 두 기종은 국내선과 일본, 태국 등의 동남아 운항용 항공기이다. 원고는 국내선을 운항하면서 동남아(마닐라, 자카르타)와 일본(후쿠오카, 나고야) 등도 운항하였는데, 1993년 9월부터 원고가 퇴직한 1996년 6월까지 기간을 보면 국제선과 국내선의 운항시간이 비슷했다.

2) 1997년 세계 주요 항공사별 조종사 1인당 월평균 비행시간을 보면 미국의 아메리칸 항공 40.8시간, 유나이티드 항공 37.5시간, 영국항공 36.9시간, 일본항공 41.6시간, 스페인의 아이베리아 항공 42.1시간에 비하여 ××항공은 51.1시간으로 긴 편에 속했고, ××항공보다 비행시간이 긴 예는 독일의 루프트한자 항공 54.2시간, 태국의 타이항공 61.4시간 등이 있었다. 원고가 ××항공에서 근무한 22년 10개월 동안 월 비행시간은 평균 64.2시간이었으나, 퇴직하기 직전인 1995년 7월부터 1996년 6월까지 1년 동안의 비행기록을 보면 월 비행시간은 70시간 이상이었는데, 원고의 비행시간은 주식회사 ××항공(이하 “××항공”이라고 하기도 한다)에서 제한하고 있는 비행시간 기준 즉 연속되는 30일의 경우 90시간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항공의 비행시간 기준은 타국가에 비하여 가장 엄격한 경우에 해당한다). 다만, 여기에 편승시간(조종을 하지 않고 다른 공항으로 이동하기 위하여 편승한 시간)을 합하면 월평균 100시간 이상이 되며, 항공기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대인 이륙후 5분과 착륙전 6분을 합한 이른바 마(魔)의 11분과 관련하여 이착륙횟수를 보면 월 46~62회이고, 첫날 밤에 서울을 출발하여 둘째 날 새벽에 동남아에 도착한 후 9시간의 휴식이 주어지나 낮이기 때문에 숙면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다시 밤에 동남아를 출발하여 셋째 날 새벽에 서울에 도착하는 이른바 무박 2일(또는 무박 3일)의 비행을 매월 5회 이상 하였으며, 국내에서 비행이나 비행준비 없이 순수하게 휴일을 실시한 날은 월 0~3회였다.

3) 비행기의 실내공기는 팩(Pack)이라는 공기흡입·필터장치를 통해 유입되고 객실 내의 공기도 지속적으로 팩을 통하여 순환되나, 기내 습도는 시동전 29%, 상승단계 25%, 순항단계 22%로 쾌적범위 40%에 비하여 낮은 편이고, 항공기의 최대 순항고도에서 유지되는 기내고도는 약 해발 약 2,400m(8,000ft)로서 기압이 낮은 편이며, 조종사는 통상 전자파에 노출되어 있다.

(나) 원고의 건강 상태

1) 원고는 1973. 9. 27. 채용신체검사에 합격한 후 매년 두 번 실시하는 항공조종사 신체검사에 계속 합격하여 왔으나, 평소에도 조종사의 건강이상 소견이 있으면 비행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있을 때까지 비행휴를 실시하는 제도에 따라 원고는 근무기간 중 15번에 걸쳐 180여일의 비행휴를 실시하였고, 퇴직하기 1년여 전인 1995년 1월 무렵에도 감기와 항공성 중이염으로 18일 동안 병가를 얻은 일이 있다. 그리고 ××항공에서는 건강상의 문제로 지속적인 비행이 불가능한 경우 직무전환을 하여 준 일이 있으나 원고의 경우에는 직무전환요건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직무전환을 실시하지 아니하였다.

2) 원고는 A 이비인후과에서 1995. 1. 11. 양측 이명, 급성 인후염의 진단을 받았고, B 부속병원에서 1997. 7. 30. 만성위염(헤리코박터 세균으로 인한 것), 만성간염(추정), 1997. 8. 1. 경추부 추간판탈출증(제4-5, 5-6, 6-7 경추간), 요추부 추간판탈출증, 척추강협착증(제4-5요추간), 청신경초종, 이명, 1997. 8. 5. 우안 건성안의 진단을 받았으며, C내과의원에서 1997. 8. 19. 근육통성 뇌척수 신경염 등, D병원에서 1997. 9. 22. 감음신경성 난청(양쪽 귀), 이명증(양쪽 귀), 지성병원에서 1997. 12. 6. 치질, 전립선비대증의 각 진단을 받았다. 원고는 위 각 진단서를 첨부하여 피고에게 1998. 6. 29. 무렵 요양신청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불승인결정을 하였고, 그 행정소송 결과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청신경초종, 이명, 감각신경성 난청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 나머지 상병 부분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다만 만성피로증후군은 당시 의학 수준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기 어려우나 원고가 요양신청을 다시 할 경우 충분한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3) 원고는 1997. 8. 19. C내과의원에서 1997. 8. 19. 근육통성 뇌척수 신경염(만성피로증후군 환자에게서 동반되는 질병으로 자주 관찰되는 질환이다. 하지만 이 질환이 만성피로증후군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에 관하여는 알려져 있지는 않다)의 진단을 받은 적이 있고, 2003. 2. 20. 강북삼성병원에 진료를 받았을 때에는 각종 증상으로 인하여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정상적인 일상 생활이 아주 힘들고 불가능한 상태있던 것으로 진단되었다. 그리고 그 때 원고는 신체적 활동으로 급격히 나빠지는 피로 증상을 비롯하여 심한 우울 증상, 전신 통증, 인지 기능과 정신 운동의 기능 장애(기억력, 집중력, 판단력, 반응 속도 저하 등), 전신 통증, 불명증의 증상을 보였고, 현재에도 그 증상 중에 많은 증상이 남아 있다.

(다) 이 사건 상병에 관한 의학적 소견

1) 만성피로증후군은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극심한 피로증상을 주증상으로 하고 두통, 근육통, 관절통과 같은 근골격계 동통, 기억력 장애, 집중력 상실, 수면 장애 등 여러 가지 증상들을 호소하는 증후군으로 현재로서는 그러한 증상을 유발하는 다른 기존질환을 진단할 수 없는 증후군을 가리킨다. 그 정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아니하나 미생물 또는 바이러스 감염, 면역 계통의 이상, 중추신경계의 장애, 일과성 외상 혹은 충격, 스트레스, 독성물질 등이 유발요인으로 의심되고 있다.

이 만성피로증후군은 과거에는 신경쇠약, 우울증, 근무력증 등 다양하게 진단명을 붙여 왔으나 최근 의학의 발달과 더불어 진단되고 있는 질환으로서 우리 나라 안에서 사용하고 있는 국제질병분류 제10차 개정판(ICD-10)에서는 이 질환에 대하여 공식적인 질병 분류 기호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최근 세계보건기구에서는 만성피로증후군에 대한 질병 분류 기호로 F48.0 신경쇠약증(피로증후군)을 사용할 것을 잠정적으로 결정하고, 국제질병분류의 새로운 개정판에서는 이를 추가할 예정으로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의료 보험 혜택을 위하여 전문가의 의견을 수용하여 일반적으로 통계청이 고시한 “한국표준질병사분류(1993)”에서 “F48.0 신경쇠약증(피로증후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호주에서는 만성피로증후군에 관하여 이미 진단명을 제정하고 그에 따른 진단기준을 마련하고 있다(서울행정법원 2000. 8. 25. 선고 2000구2302 판결 참조).

2) 현재 만성피로증후군에 대한 적절한 치료 전략은 확립되어 있지 않다. 원인에 관한 가설이 다양하고, 확실한 원인이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만성피로증후군에 대한 치료는 원인 가설에 따른 치료와 특정 증상의 완화, 대처 전략, 기능 장애에 대한 재활 치료 등의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고, 여러 방법의 조합을 통하여 개개인의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비교적 효과가 있고 연구 결과가 축적된 방법으로는 인지 행동 치료, 점진적인 유산소성 운동, 소량의 항우울제 치료 등이 있고, 다만 이러한 방법은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들을 완전히 회복시킨다기보다는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에 큰 불편이 없게끔 하는 정도의 증상 개선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3) 심한 스트레스, 감기 또는 독감, 기압의 변화, 고공비행에 의한 저산소증, 시차병의 반복 등이 만성피로증후군의 발병원인이 되는지에 관하여는 정확하게 말할 수 없으나, 만성피로증후군의 악화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성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만성피로증후군은 그 발생 원인이 확실하게 규명되지는 아니하였지만 그 질병의 존재가 인정되고 있고 어느 정도의 치료도 이루어지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만성피로증후군은 단순한 만성피로 증상 또는 다른 질병의 증상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한 유형의 질병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위에서 인정한 사실 관계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항공기 조종사로 근무하면서 2000년 10월 노사협상을 통한 근로조건의 개선이 이루어지기 전의 근무 환경으로, 앞서 본 판결 기재와 같이 월 70시간 이상(조종을 하지 않는 편승시간을 포함하면 월 100시간 이상)의 장시간 비행과 월 50회 이상의 이착륙, 이른바 무박 2일 또는 무박 3일의 운항, 월 0~3일의 적은 순수 휴일 등으로 육체적인 피로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여지고, 이러한 과로·스트레스와 함께 낮은 습도의 실내 공기로 인한 감기 또는 독감에 따른 바이러스 감염, 고공 비행 과정의 저산소증, 시차 환경 적응 등 만성피로증후군의 원인 또는 악화 요인으로 제시되고 있는 요인들을 아울러 가지고 있었다고 보여진다. 이와 같은 점에다가 그 외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만성피로증후군은 근무 환경, 업무상 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하였거나 그로 말미암아 악화된 것으로 추단되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잘못 보고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받아들이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 은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