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보험소송닷컴)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중증 치매가 발생하여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 피보험자에게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보험사는 해당 질환이 약관에 명시된 뇌의 기질적 병변이 아니라며 면책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약관이 예시한 뇌성마비·뇌졸중이 한정적 열거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치매를 보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명시 규정이 없는 이상, 알츠하이머 치매도 '뇌의 기질적 병변'에 해당한다는 판단입니다.
약관해석의 객관적·획일적 원칙과 신체감정 결과가 승소를 이끌어냈습니다. 질병특정고도장해 보험금을 둘러싼 분쟁에서 의미 있는 판결로 평가됩니다.
사건 개요
피보험자 김 모 씨는 2009년 2월 현대해상화재보험과 가입금액 3,000만 원의 질병특정고도장해담보특약이 포함된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특약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질병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신체 일부를 잃거나 그 기능이 영구히 상실되어 [별표] '질병특정고도장해 판정기준'의 장해상태가 된 때, 최초 1회에 한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었습니다.
[별표]의 '4. 뇌병변장해' 항목은 두 가지 상태를 들고 있습니다. 하나는 '뇌성마비, 뇌졸중 등 뇌의 기질적 병변으로 인하여 평지에서 50m 이상 보행이 어려운 경우, 고르지 못한 바닥이나 언덕길을 걷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경우 또는 손잡이를 잡고도 계단 오르내리기가 겨우 가능한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식사, 세면 및 양치질, 용변처리 등은 어느 정도 할 수 있으나 목욕, 물이 들어 있는 컵을 손으로 흘리지 아니하고 옮기는 일 또는 선반에 물건을 올리는 일 등은 거의 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김 씨는 2009년 11월경부터 '조기 발병을 수반한 상세불명의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 진단을 받고 장기간 치료를 이어왔습니다.
2022년경에는 인지기능 저하가 두드러졌고, 일상생활 관리에서 전적으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며 호전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소송 당시 김 씨는 독립적 거동이 불가능하고 언어능력을 완전히 상실했으며, 식사와 대소변을 포함한 위생관리 등 일상생활의 수행과 조절이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이에 김 씨 측은 2019년 7월 현대해상에 질병특정고도장해가 발생했음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현대해상이 이를 거부하고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다툼이 시작되었습니다.
쟁점 정리
◗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가 약관에서 정한 '뇌의 기질적 병변'에 해당하는지 여부
◗ 약관에 예시된 '뇌성마비, 뇌졸중 등'을 한정적 열거로 해석할 것인지, 단순 예시로 해석할 것인지 여부
◗ 해당 보험약관에 치매나 알츠하이머병을 보상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존재하는지 여부
◗ 피보험자의 현재 장해 상태가 약관상 '질병특정고도장해'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
보험계약자 측 주장
피보험자 김 씨 측은 알츠하이머 치매로 인하여 평지에서 50m 이상 보행이 불가능하고 일상생활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 현재 상태가 약관이 정한 뇌병변장해 기준에 부합한다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알츠하이머 치매는 대뇌의 물리적 손상을 동반하는 질환이므로 약관에 규정된 '뇌의 기질적 병변'에 명백히 해당하여 보험사는 약정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보험사 주장
현대해상은 질병특정고도장해 특별약관이 '뇌성마비, 뇌졸중 등 뇌의 기질적 병변'으로 인한 장해만을 한정하여 보장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내세웠습니다. 피보험자가 진단받은 알츠하이머 치매는 약관에서 열거한 뇌졸중이나 뇌성마비와 같은 뇌의 기질적 병변으로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선천적 기형, 정신질환 등에 준하는 병상이므로 보험사 면책사유에 부합하여 보험금 지급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맞섰습니다.
법원의 판단
제주지방법원 민사2단독(박수현 판사, 이하 '법원')은 현대해상이 김 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1)
법원은 우선 피보험자 김 씨가 현재 독립적 거동이 불가능하고 타인의 전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태에 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이는 약관상 '평지에서 50m 이상 보행이 어려운 경우, 목욕 및 용변 처리 등을 거의 할 수 없는 경우'의 질병특정고도장해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뇌의 기질적 병변' 해당 여부에 대해 법원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른 객관적인 약관해석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법원은 "이 보험계약 약관은 알츠하이머병이나 치매를 보상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특별약관에서 정한 '뇌의 기질적 병변'은 선천적 질환이나 정신질환 등과 구별하기 위해 사용된 개념으로 해석함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법원은 신체감정촉탁 결과를 토대로 신경과적 진단 분류에서 치매를 정의하는 대전제는 대뇌의 물리적, 구조적 손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매 역시 중추신경계의 기질적인 손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며, 약관에 언급된 뇌성마비와 뇌졸중은 단순한 예시일 뿐 한정적 열거가 아니라고 판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현대해상이 질병특정고도장해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해설
치매나 파킨슨병 등을 앓고 있는 환자가 상해나 질병으로 인하여 일상생활 제한이나 뇌병변장해 진단을 받았음에도, 보험사가 '기질적 병변'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을 거절하여 보험소송으로 비화하는 유사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쟁에서 법원의 판단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질환의 발병 원인이 대뇌의 물리적, 구조적 손상에 기인한다는 점을 의학적으로 명확히 입증하는 과정과,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입각한 합리적인 약관해석입니다. 치매를 보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지 않은 이상, 보험사가 자의적으로 약관을 좁게 해석하여 면책을 주장하는 것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질병특정고도장해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소송을 준비하는 가입자는 주치의가 발급한 상세한 진단서는 물론, 뇌 위축이나 뇌실 확장 등을 시각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뇌 MRI 또는 CT 영상의학적 검사 결과지를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이는 질병의 기질적 원인을 밝히는 가장 강력한 물증이 됩니다. 아울러 일상생활 기본동작 제한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간호기록지, 손해사정 기록, 정확한 사고경위 입증 자료도 철저하게 챙겨야 합니다. 본인이 가입한 약관의 세부 내용도 꼼꼼히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분쟁 대처 방안을 말씀드립니다. 보험금 청구 단계에서 보험사가 현장 조사를 실시하며 의료자문에 동의할 것을 요구할 경우, 섣불리 동의하기보다는 보험전문변호사의 법률적 조언을 구하는 방향을 권장합니다. 보험사가 먼저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하며 압박해 오더라도 위축되지 마시고, 법원을 통한 객관적인 신체감정 절차를 거쳐 감정의에게 질환의 기질적 특성을 정확하게 묻는 방법으로 당당하게 대응하시기 바랍니다.
유사한 분쟁은 사실관계와 약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1) 현대해상의 항소 제기로 현재 사건이 제주지방법원 항소부(민사 제5-2부)에 계속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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