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1999. 2. 26. 선고 98다52469 판결【손해배상(자)】
【판시사항】
[1]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이라도 소송의 완결을 지연시키는 것이 아닐 경우, 각하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공동불법행위자 상호간의 부담 부분의 산정 방법 및 구상권
[3] 과실상계에서의 '과실'의 의미
[4] 원고가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임과 동시에 피고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제3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는데 원고가 피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함에 대하여 피고가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지출하였음을 이유로 그 중 원고의 부담 부분에 상응하는 구상금의 공제를 주장한 경우, 피고의 원고에 대한 구상금채권을 인정하기 위하여 원·피고의 가해자로서의 과실 내용 및 비율을 정하지 아니한 채 원고의 피해자로서의 과실상계의 대상이 되는 과실 내용 및 비율에 따라 구상금채권액을 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법원은 당사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시기에 늦게 제출한 공격 또는 방어방법이 그로 인하여 소송의 완결을 지연하게 하는 것으로 인정될 때에는 이를 각하할 수 있고, 이는 독립된 결정의 형식으로 뿐만 아니라 판결이유 중에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 할 수도 있으나, 법원이 당사자의 공격방어방법에 대하여 각하결정을 하지 아니한 채 그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증거조사까지 마친 경우에 있어서는 더 이상 소송의 완결을 지연할 염려는 없어졌으므로, 그러한 상황에서 새삼스럽게 판결이유에서 당사자의 공격방어방법을 각하하는 판단은 할 수 없고, 더욱이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이라 하더라도 어차피 기일의 속행을 필요로 하고 그 속행기일의 범위 내에서 공격방어방법의 심리도 마칠 수 있거나 공격방어방법의 내용이 이미 심리를 마친 소송자료의 범위 안에 포함되어 있는 때에는 소송의 완결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도 각하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2] 공동불법행위자는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연대책임(부진정연대채무)을 지되, 공동불법행위자들 내부관계에서는 일정한 부담 부분이 있고, 이 부담 부분은 공동불법행위자의 과실의 정도에 따라 정하여지는 것으로서 공동불법행위자 중 1인이 자기의 부담 부분 이상을 변제하여 공동의 면책을 얻게 하였을 때에는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게 그 부담 부분의 비율에 따라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3] 불법행위에 있어서 피해자의 과실을 따지는 과실상계에서의 과실은 가해자의 과실과 달리 사회통념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동생활에 있어 요구되는 약한 의미의 부주의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4] 원고가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임과 동시에 피고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제3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는데 원고가 피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함에 대하여 피고가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지출하였음을 이유로 그 중 원고의 부담 부분에 상응하는 구상금의 공제를 주장한 경우, 피고의 원고에 대한 구상금채권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원·피고의 가해자로서의 과실 내용 및 비율을 정하여야 하고, 원고의 피해자로서의 과실상계의 대상이 되는 과실 내용 및 비율에 따라 구상금채권액을 정할 수는 없다.
【전 문】
【원고, 상고인】 서○완 외 3인 【피고, 피상고인】 ○○여객 주식회사 외 1인 【원심판결】 창원지법 1998. 9. 18. 선고 98나479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 서○완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원고 남○금, 서○주, 서○희의 상고를 각 기각한다. 상고기각 부분에 대한 상고비용은 원고 남○금, 서○주, 서○희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1. 원고 서○완의 상고이유를 본다.
가. 법원은 당사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시기에 늦게 제출한 공격 또는 방어방법이 그로 인하여 소송의 완결을 지연하게 하는 것으로 인정될 때에는 이를 각하할 수 있고, 이는 독립된 결정의 형식으로 뿐만 아니라 판결이유 중에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 할 수도 있으나, 법원이 당사자의 공격방어방법에 대하여 각하결정을 하지 아니한 채 그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증거조사까지 마친 경우에 있어서는 더 이상 소송의 완결을 지연할 염려는 없어졌으므로, 그러한 상황에서 새삼스럽게 판결이유에서 당사자의 공격방어방법을 각하하는 판단은 할 수 없고, 더욱이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이라 하더라도 어차피 기일의 속행을 필요로 하고 그 속행기일의 범위 내에서 공격방어방법의 심리도 마칠 수 있거나 공격방어방법의 내용이 이미 심리를 마친 소송자료의 범위 안에 포함되어 있는 때에는 소송의 완결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도 각하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다47615 판결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들 소송대리인은 피고들의 항소 제기 후 원심의 제1차 변론기일에서 진술한 1998. 3. 5.자 항소이유서에서 이 사건 상계주장을 하고, 원심의 변론을 종결한 제8차 변론기일에서 그에 대한 서증(을 제5호증)을 제출하였으나, 원심은 위 주장에 대한 심리뿐만 아니라 원고 서○완의 신체재감정 등 쌍방의 여러 가지 다른 주장 및 입증에 대한 심리를 위 제8차 변론기일까지 계속하여 왔음을 알 수 있고, 위 상계주장 및 그에 대한 증거조사로 인하여 소송의 완결이 지연되었다는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원심이 피고들 소송대리인의 위 상계주장이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이라 하여 이를 각하하지 않고 그의 당부에 관하여 심리·판단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위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액에서 피고 ○○여객 주식회사가 소외 망 ○관돌의 유족에게 지급한 합의금 143,000,000원 중 위 원고 서○완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금 50,050,000원(금 143,000,000×0.35)을 공제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공동불법행위자는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연대책임(부진정연대채무)을 지되, 공동불법행위자들 내부관계에서는 일정한 부담 부분이 있고, 이 부담 부분은 공동불법행위자의 과실의 정도에 따라 정하여지는 것으로서 공동불법행위자 중 1인이 자기의 부담 부분 이상을 변제하여 공동의 면책을 얻게 하였을 때에는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게 그 부담 부분의 비율에 따라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위 원고와 피고들이 망인의 사망에 대한 공동불법행위자로서, 피고들이 망인의 사망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지출하였다 하여 피고들에게 위 원고에 대한 구상금채권이 있음을 인정하려면, 우선 위 원고와 피고들의 가해자로서의 과실 내용 및 비율을 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를 살펴보아도 위 망인의 사망에 대한 위 원고 및 원고들 각자의 가해자로서의 구체적인 과실 내용 및 그 비율에 대한 설시가 없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위 원고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하게 된 것이 위 원고의 다음과 같은 과실, 즉 도로 상을 진행하는 차량의 동태를 살피지 아니한 채 망인과 함께 술에 취하여 부둥켜안고 비틀거리다가 도로 상에 넘어진 과실 또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 발생 등의 한 원인이 되었으므로 위 원고의 과실을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참작하기로 한다면서 그 참작비율을 35% 정도로 봄이 상당하다고 설시하고 있는바, 원심은 위 참작비율을 그대로 망인의 사망에 대한 위 원고의 과실비율로 보아 이를 토대로 피고들의 위 원고에 대한 구상금채권액을 정한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불법행위에 있어서 피해자의 과실을 따지는 과실상계에서의 과실은 가해자의 과실과 달리 사회통념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동생활에 있어 요구되는 약한 의미의 부주의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7. 12. 9. 선고 97다43086 판결 참조), 위 원심 설시와 같은 위 원고의 과실 내용 및 비율을 그대로 망인의 사망에 대한 위 원고의 과실 내용 및 비율로 삼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망인의 사망에 대한 위 원고의 과실비율을 35%로 보고 피고들의 위 원고에 대한 구상금채권액을 산정한 것은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의 과실비율 또는 구상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이유를 제대로 갖추지 아니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주장은 이유 있다.
2. 원심판결 중 원고 남○금은 그의 개호비 및 위자료 청구에 대한, 원고 서○주, 서○희는 각 그 위자료 청구에 대한 각 패소 부분에 대하여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상고이유서에 상고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하였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서○완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원고들의 상고를 각 기각하고, 상고기각 부분에 대한 소송비용은 패소한 원고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정귀호(주심) 김형선 조무제 |